[마순희의 성공시대]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는 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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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변화된 삶을 꿈꾸며 새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는데요. 새해 가졌던 소망과 목표를 향해 첫걸음은 잘 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첫걸음을 잘 떼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고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멈춰 있는 곳에서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의미 아닐까요? 한국 사회 정착을 시작한 탈북민들의 삶에서도 알 수 있는데요.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으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멋진 분들 많잖아요. 오늘은 어떤 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마순희: 네. 오늘은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보폭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멋진 여성분 황옥경 씨를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지금은 강남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 장비관리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주인공을 소개하기 앞서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는 지금 3만 5천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잘 나가는 국회의원, 박사, 의사,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있지만 성실한 직장인으로, 음식 장사꾼으로, 농축산업인으로, 저마다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 하나하나의 삶을 들여 보면 감동과 성공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에 성공시대 주인공으로 모두가 손색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탈북민들은 브로커들을 통해 3국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요. 브로커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 브로커 비용을 한국에 정착한 후에도 꾸준히 갚는 게 우리 탈북민들에게는 급선무입니다. 그래서 탈북민 초기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직후에 경제 활동부터 시작하게 되는데요.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전문직 보다는 생산 현장이고 고용이 보장된 곳보다 일한 시간만큼 로임을 받는 일용직이 많습니다. 탈북민들은 그렇게 일하면서 돈을 모으고 한국 사회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데요.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브로커 비용을 다 지불한 후에야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하면서 취업 훈련을 받거나 교육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정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돈이 되는 일부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에 적응해 나갔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다양한 사회활동이나 취미활동도 하게 되고 봉사활동에도 눈길을 돌리게 되었는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황옥경 씨는 상대적으로 빨리 외부활동을 시작한 분이십니다. 옥경 씨는 올해 54살로 2019년 6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했는데요. 40대 후반에 와서 이제 한국 정착 6년차가 됐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친화력도 좋은 분이십니다.

김인선: 타고난 성품이 적극적이고 활발한 분이 있는가 하면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대인관계를 만들어가고 여러 활동에도 참여하려고 애쓰는 분이 있는데요. 황옥경 씨는 어떤 분일지 궁금해지는데요?

마순희: 네. 일단 제 생각으로는 두 가지 모습을 다 가진 분인 것 같은데요. 옥경 씨의 이야기를 쭉 들어보시고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옥경 씨를 처음 만난 곳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남북통합문화센터였습니다. 남북주민들이 어울려 소통과 화합을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곳인데요. 아코디언이나 타악기(난타), 노래교실, 수공예품 만들기와 연극 관람, 미술 전시회, 북한 음식 나누기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곳인데요. 저도 지난 2023년부터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대중가요를 배울 수 있는 '노래교실'을 신청해서 상반기, 하반기 교육을 받았는데요. 바로 그 노래교실에서 황옥경 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열심히 참여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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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황옥경 씨. /황옥경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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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합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은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의 비율을 같게 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북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 분들이 참여하지만 주말이면 회사를 다니는 분들도 자신의 수요에 따라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주중에 회사 일을 하면서 주말마다 참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집이 멀리 있으면 더 힘든데요. 황옥경 씨의 경우 경기도 하남 쪽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거의 두 시간이라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옥경 씨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까 주로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요. 그냥 수동적으로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표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남북한 주민들과 서로 소통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서 첫눈에 호감이 갔습니다.

김인선: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사람을 보면 절로 호감이 가죠. 탈북민들 중에는 낯을 가리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걸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취재하면서 만났던 탈북민들 중에도 꽤 많은 분들이 정착한 후 한참동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음의 문이 열렸고 대인관계도 좋아졌다고 했거든요. 옥경 씨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마순희 : 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정착에서도, 인간 관계에서도 더 적극적인 사람들이 있는데요. 황옥경 씨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국 정착 6년차인데도 한국에 오래 살고 있는 선배 탈북민들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모든 사람들과 무랍 없이 잘 지내기에 저는 처음 옥경 씨가 한국에 정착한 지 오래된 친구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제 5년을 넘긴 분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옥경 씨는 중국에서 13년을 살다가 온 분이신데요. 자신은 중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 한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에 한국 정착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착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의 차이를 걸음걸음마다 느껴야 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옥경 씨가 중국에서 꽤 오래 살다가 한국에 왔기에 브로커 비용이 다른 탈북민들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갚아야 할 돈이 없다는 건 아니기에 옥경 씨 역시 탈북민 초기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경제 활동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아무런 자격 요건이 필요 없는 일부터 찾았는데 중국에서 오래 있었던 탓인지 말투를 보고 조선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옥경 씨는 말투만 보고 중국 조선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이 직접 밝혔다는데요. 일자리에 들어가면 탈북민이라고 먼저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하나원을 나와 처음 옥경 씨가 일을 시작한 곳은 식당 주방이었습니다. 처음 해 보는 식당 일이라 서툴러서 빨리 하지도 못했고, 모르다 보니 모든 게 어설펐습니다. 나름 열심히 하느라고 노력하는데도 주방장은 배워주기는커녕 그것도 못하느냐는 식으로 잔소리도 많고 일손이 느리다고 못마땅해 했습니다. 참다못해 옥경 씨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처음이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좀 이해해 주면 안 되냐’고 한 마디 했습니다.

김인선: 주방 내의 서열과 위계질서는 엄격하다고 해요. 칼과 불이 있는 곳이라 조금만 방심해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작은 식당이라고 해도 아마 비슷한 분위기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자칫 주방장 눈 밖에 날 수 있는 상황인데, 옥경 씨의 앞날은 괜찮을까요? 황옥경 씨의 한국 정착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