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으로, 취업상담사 강영숙 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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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취업상담사 강영숙 씨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2012년 한국에 입국한 영숙 씨는 부업을 하며 취업준비를 했고 10개월 만에 공업용 기계를 제작하는 회사에 취직했는데 일하면서도 사회복지학 공부는 물론 자격증 취득도 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영숙 씨는 원하던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천지역 다문화사업소의 직업상담사로 말이죠. 다문화사업소는 다양한 문화권의 이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데요. 영숙 씨는 탈북민 전담 취업상담사로 일자리를 알선부터 업체까지 동행 면접을 가는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2~3번 이상 동행 면접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업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 무작정 일부터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조건만 찾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할 때도 있지만 탈북 후배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늘 발 벗고 뛰어다니는 영숙 씨입니다.

때로는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탈북민에게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는 것이라는 따끔한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반대로 탈북민을 소개할 회사 측에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말보다 함께 일하는 동안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 달라고 접합니다.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려는 탈북민들에게 한국의 노동시장과 근로법, 근로조건, 근로혜택을 알려주고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와 탈북민들을 위한 취업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줍니다.

김인선: 그래서 영숙 씨 같은 취업상담사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탈북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자료도 차곡차곡 쌓였을 테고, 취업에 있어서 전문가가 다 됐겠어요.

마순희: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숙 씨는 자신의 업무에 더 정통하기 위해서 탈북민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여러 가지 지원정책, 특히 취업지원 정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먼저 배우고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데요. 취업상담사 일을 하면서 만나는 탈북민들이 많아지면서 탈북민들의 취 업 선호도 등을 느끼게 됐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저도 있는데요. 2010년대 초반에 제가 남북하나재단 종합상담센터에서 근무할 때 취업 상담도 많이 했었거든요. 그때에는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남성분들은 운전직, 여성분들은 사무직이라고 대답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버스기사, 택시기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차량기사, 화물운송기사 등 다양한데 탈북민들 대부분이 그냥 운전직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운전직이라 해도 어떤 직업이냐에 따라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거죠. 사실 북한에서는 운전대만 잡으면 살아가기가 용이했었기에 한국에 와서도 초기에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되기도 했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여성들의 경우엔 북한에서부터 사무실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한국에 와서도 힘든 생산직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사무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지금도 10년 전과 비슷하냐고 영숙 씨에게 물었더니 탈북 시기와 탈북 동기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고난의 행군을 전후해서 탈북할 때에는 많은 경우 생계형 탈북이 많았다면 지금은 더 나은 생활과 꿈을 위해, 혹은 자녀들의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탈북하는 사례들도 많고 중국에서 거의 십 수 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오는 경우들도 많아서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답니다. 예전엔 무작정 돈을 벌겠다고 취직부터 하느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 하나원에서부터 강화된 직업교육을 받고 거주지에 나와서도 지역정착을 도와주는 각 지역 하나센터마다 다양한 직업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만 보더라도 그렇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하나센터 교육이 끝난 후에 옷 수선가게를 한다고 재봉 일을 배우고 있고, 또 한 여성은 북한에서 미용사를 했던 경험을 살리겠다고 미용전문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김인선: 10년 전만 해도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았다면 점차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탈북민들이 많은 거죠. 탈북민 지원단체 남북하나재단의 역할도 크다고 알고 있어요.

마순희: 맞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의 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을 위한 상담과 일자리 알선도 도와주고 있고 또 영숙 씨처럼 탈북민들의 취업을 위한 전문 직업상담사들이 있으니까요. 상담은 물론 직접 취업현장에 동행면접도 해줘서 탈북민들의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경우엔 전문상담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취업을 준비하기도 하는데요. 남북하나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취업에 대한 각종 정보들과 채용공고 등 필요한 내용을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김인선: 검색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고 탈북민 관련한 최신 정보가 있는 만큼 자주 확인하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영숙 씨 이야기를 하면서 저도 최근에 접속을 해봤는데 탈북민 취업지원제도의 변화가 있더라고요.

마순희: 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이 제일 처음 교육을 받는 하나원에서 교육생들의 직업능력 함량을 위해 다가오는 7월에 직업교육관을 개설합니다. 그동안은 컴퓨터 관련한 자격증 취득 등 15개 종목의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었는데요. 새로운 직업교육관이 생기면서 취업에 용이한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종류도 22개로 확대됩니다. 과거엔 탈북민들에게 물품 등의 지원을 우선시 했다면 지금은 탈북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을 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직업상담사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셈인데요. 그런데 영숙 씨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또 다른 일을 시작했다면서요?

마순희: 네. 영숙 씨는 취업상담사로 근무하는 짬짬이 사회복지사 1급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거나 국립의료원처럼 큰 병원의 사회복지사로 근무하자면 반드시 사회복지 1급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요. 영숙 씨는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하는 겁니다. 강영숙 씨가 취업상담사로 일한 지 이제 5년 차인데요. 자기개발을 위한 공부는 물론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탈북민들 속에서는 물론 지역주민들 속에서도 능력있고 신뢰받는 상담사로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숙 씨는 아직 해놓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하는데요. 올해 21살, 대학생이 된 영숙 씨의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영숙 씨 딸은, ‘그런 말씀 마시라고, 엄마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 본받고 싶은 사람이야.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워’ 라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영숙 씨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딸에게 본을 보이는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영숙 씨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김인선: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위인이나 유명인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영숙 씨의 딸은 엄마라고 하네요. 자녀에게 인정받는 일이 정말 어려운데, 그것만으로 영숙 씨 인생은 제대로 성공하신 거 같습니다. 일하는 엄마로 바쁘게 지내면서도 딸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한 영숙 씨기에 더 빛이 나는 것 같은데요. 영숙 씨의 앞날은 더 빛나지 않을까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