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의 차이, 부동산전문가 허명희 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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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한 낮의 기온이 30도가 넘는 여름이에요. 이럴 땐 돌아다니는 게 싫고 집에 있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에는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25도 이상 무더운 밤을 열대야라고 하는데 금년에는 열대야도 평년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6월 초인데도 이렇게 무더우니 올 여름 한철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됩니다. 이렇게 날씨가 무더울 때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도 집에서 지내는 게 편하더라고요. 냉방기를 켜놓고 시원하게 집에서 지내다가 해가 떨어지고 조금 서늘해지면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운동도 하면서 말이죠.

무더위를 피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성공시대 주인공으로 이분이 딱! 제격이 아닐까 싶은데요. 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오늘 소개해드릴 성공적인 정착의 주인공은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51살 허명희 씨입니다. 명희 씨는 고난의 행군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1997년에 탈북을 했고 중국에서 조선족 남편과 살다가 북송을 한 번 경험하게 되면서 결국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2002년도에 한국에 입국한 명희 씨는 조선족 남편과 아이를 한국에 데려오면서 가정적으로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인선: 부동산 중개사인 분은 성공시대에서 처음 소개하는 것 같은데요. 허명희 씨를 탈북민 부동산 전문가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마순희: 네, 탈북민 부동산 전문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분야에서만 9년을 일하고 있고 능력도 있어서 허명희 씨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특히 부동산이 뭔지 잘 모르는 탈북민의 경우 명희 씨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희 씨는 부동산 경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에서 부동산중개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한국인 부하 직원들도 여러 명 두고 있는 부장이었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의 직업이기에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는 탈북민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제 주변으로도 없고요. 제가 허명희 씨를 만나려 회사에 찾아갔을 때에는 건물 전체 벽면이 대형 유리로 된 으리으리한 건물에 우선 놀랐고 또 그 건물의 한 사무실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허명희 씨의 당당함에 다시 한 번 탄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생활을 지속하면서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저는 처음 한국에 와서 부동산이라는 가게 이름이 많이 보여서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동산이라고 하면 마을 주변의 작은 산이나 언덕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행복의 꽃동산, 토끼동산 이런 뜻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부동산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랐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데요. 남한에서 부동산이라는 것은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즉 토지나 건물, 수목을 의미하고 그 외의 재산은 다 동산이라 표현하더라고요.

김인선: 맞습니다. 남한에선 동네마다 편의용품을 파는 편의점만큼이나 많은 게 부동산중개소잖아요. 요즘엔 공인중개사사무소라는 이름을 더 많이 쓰는데요. 내 집이든, 빌려 사는 집이든 이사할 때 집을 내놓거나 내놓은 집들을 보러 갈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이죠.

마순희: 네. 맞습니다. 그런데요. 남한에서는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사고 팔거나 임대해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가 살았던 북한에서는 부동산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한국에 온지 오래지 않은 탈북민들을 만나보면서 알게 된 내용이 있는데요. 북한에서도 2009년 주택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로부터 ‘입사증’을 받아 거주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이 입사증을 사고파는 ‘간접적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북의 차이는 극명한데요. 남한에서는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 재산, 예를 들어 말하자면 토지나 건물, 수목 등 부동산을 팔거나 사는 업무를 대행해 주는 부동산 관련 회사도 있고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겁니다. 그 중에 한명이 허명희 씨인 거죠.

명희 씨가 처음부터 부동산 관련 일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 정착 초반에는 불가마사우나라고 온도가 매우 높은 방에서 땀을 흘리는 목욕탕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목욕탕 입구 계산대에서 일을 했는데 큰 소통을 하지 않고 계산만 하면 되니까 편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만 하면 되겠냐며, 기술을 배워서 전문적인 일을 하라는 권유를 해줬다고 하는데요. 명희 씨는 고민 끝에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게 됐고 지금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로 9년째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김인선: 앞서 북한에서는 2009년 주택법이 제정됐고 국가로부터 ‘입사증’을 받아 거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2009년 전에 탈북한 분들에겐 부동산 거래가 굉장히 낯설고 쉽지 않을 거예요. 사실 한국에 와서도 탈북민들은 돈이 거의 들지 않는, 평생 임대되는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어서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많으실 거 같고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나오면 나라에서 빌려주는 임대주택에서 살게 되는데요. 나라에서 보증금을 대주고 집을 받기 때문에 원한다면 영구적으로 빌려서 계속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이 집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돈을 좀 벌면 임대 아파트를 반납하고 더 좋은 아파트를 얻거나 혹은 분양하는 주택으로 이사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저처럼 나이를 먹고 임대아파트라도 너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경제에 밝거나 젊은 사람들의 경우엔 다들 장기 전세로, 혹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자신의 명의로 된 주택을 마련합니다. 이때 대출금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기관추천으로 주택 공지가 나올 때마다 매번 엄청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걸 보면 탈북민들도 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김인선: 남한사람들도 집을 장만할 때 대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부동산을 사고 팔 때 큰돈이 오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가끔 부동산 사기나 계약 문제로 개인 간 다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는데요. 탈북민들은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마순희: 아니요. 부동산 사기를 우리가 당하지 않는 게 우리는 기관추천이라서 개인 거래가 아니란 말이에요. 국가적으로 하는 거라 그런 사기나 이런 거는 별로 안 당해요. 기본적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 탈북민들은 우대를 받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당첨될 확률이 훨씬 높은데요. 물론 일반적으로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접하는 부동산 관련 일에 대해서만큼은 다가서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 자신도 그렇고 우리 탈북민들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지식이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기에 금융에 대해서, 저축이나 대출, 보험, 부동산 등에 대해서 초보적이거나 상식적인 교육이라도 반드시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인선: 맞는 말씀이지만, 안타깝게도 탈북민을 위한 금융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이 있어도 많은 분들이 참여를 잘 안 하더라고요.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스스로 정보도 찾고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말이죠. 저를 포함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살려면 경제 공부는 필수인 거 같아요. 절약부터 투자까지 공부를 해야 더 잘 하더라고요. 허명희 씨는 부동산 분야에서 일을 하니까 투자정보도 많이 알고, 어느 정도 돈도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