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의 차이, 부동산전문가 허명희 씨 (2)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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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지난주에 이어 탈북민 부동산 전문가 허명희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명희 씨는 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즉 부동산 중개업자인데요. 탈북민들에겐 부동산이라는 게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고 하지만 명희 씨는 관심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마순희: 네. 맞습니다. 내 집이든, 빌려 사는 집이든 이사할 때 그러니까 집을 내놓거나 내놓은 집들을 보러 갈 때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부동산이고 부동산 업무를 대행해 주는 사람을 부동산중개업자라고 하는데요. 한국에는 물건을 파는 상점만큼 부동산중개소가 많습니다. 저도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많이 낯설었습니다. 명희 씨도 저랑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 부동산전문가 다 됐네요.

김인선: 남한사람들은 물려받은 집이나 땅이 있거나, 한 번 산 아파트가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인으로 몇 억원이 오르기도 해서 부동산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명희 씨는 부동산 분야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니까 투자정보도 많이 알 테고… 어느 정도 돈도 많이 벌지 않았을까 싶어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본인의 말로 10억(82만여 달러)정도 있다고 말하니까 저는 그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희 씨가 많은 자산을 보유하기까지 쓴 맛을 본 적도 있었다는데요. 사기 당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몇 년 전에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던 한성무역 사건 때였습니다. 탈북민이 대표로 있는 한성무역이라는 회사가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매월 투자금액의 15%를 이자로 주었는데요. 시중금리가 2%~3% 대였는데 15%라고 하면 엄청나잖아요? 그래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탈북민들까지 투자를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명희 씨는 믿지 않았고 주변에서 투자하라고 제안을 하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하며 관심도 안 가졌었는데 가까운 지인들이 매월 15%씩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더랍니다.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명희 씨도 결국엔 반신반의하면서 1000만원, 당시 12000달러 정도를 투자했었습니다. 그런데 한성무역이란 회사가 투자자들의 돈으로 이자를 줬던 거였더라고요. 돌려막기를 하며 순진한 탈북민들에게 160억 원(1343만달러)의 투자사기를 벌인 거고요. 그 탈북민 대표는 나중에 잡혀서 죗값을 지금 치르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명희 씨는 뒤늦게 투자했다가 이자도 못 받고 고스란히 돈을 날리게 됐습니다.

김인선: 명희 씨가 피땀 흘려 번 돈인데, 그 돈이 사라져서 마음고생이 심했겠어요.

마순희: 물론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명희 씨는 좌절하지 않았고 비싼 수업료를 내고 큰 공부를 했다는 생각으로 다시 재기를 꿈꾸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부동산 관련 공부도 했고 많은 경제 서적들을 탐독했습니다. 명희 씨가 볼 때 돈을 모으고 싶고 벌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탈북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자산을 불려본 명희 씨이기에 가까운 탈북민들을 잘 살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론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 중엔 여윳돈으로 3천만원 정도는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인선: 3천만 원이면 2만 4천 달러 이상 갖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마순희: 네, 대부분은 안 먹고 안 쓰고 아껴서 저축을 해서 모은 돈인데요. 명희 씨는 그 돈을 부동산 쪽에 투자하여 돈을 불려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합니다. 명희 씨가 거래하는 투자자들 중에 탈북민도 40여 명 정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명희 씨는 자신이 소개해서 부동산을 구입한 고객들과는 늘 전화통화를 하면서 시세를 비롯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 일처럼 관리해 준다는데요. 부동산중개사를 하면서 10억원의 자산가가 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조언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명희 씨를 더 신뢰하고 공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김인선: 명희 씨가 참 부럽네요. 저는 경제활동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돈 모으기가 참 힘들던데 말이죠.

마순희: 저희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 탈북민들 중 많은 분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지만 그렇게 십 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흔하지는 않거든요. 물론 제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사업을 크게 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온전히 자기 돈으로 하는 것은 드물고 다들 은행을 통해서 돈을 빌려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탈북민들에게 주택을 준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더라고요. 탈북민이 정착할 때 주택 임대에 필요한 주거지원금을 지원해주는 겁니다. 거기에 초기 정착지원금까지 지원을 해주는 거죠. 이렇게 당장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춰주면서 탈북민이 점차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을 장려하며 다양한 교육의 혜택까지 줍니다. 35세 미만의 경우 대학 공부를 하면 장학금에 최소 생활비까지 주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을 정말 잘 활용해서 열심히 살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거죠.

김인선: 저도 취재를 하면서 외제차나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 중에서도 가장 고가인 차를 소유한 탈북민들을 종종 만났거든요. 저도 모르게 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돈을 되게 잘 버나? 어떻게 저런 여유가 있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더구나 최근 국회의원에 당선된 탈북민 태영호 씨의 자산이 18억, (151만달러)이 넘는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태구민이라고 개명을 했는데 태 의원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많이 떠돌긴 합니다. 저는 그 사례를 보면서 참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북한 같으면 어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그런 것을 인민들이 알 수 없거든요.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료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재산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구민 의원은 한국에 와서 강연도 많이 했고 방송활동도 많이 하면서 재산을 모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태 의원이 쓴 책이 최고 인기 상품이 되면서 작가에게 주는 저작권료(인세)가 상당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것 역시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탈북민 명희 씨도 주택 등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부동산 거래와 저축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10억원의 자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간혹 그 정도 자산이 있으면 좀 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명희 씨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자산이 많아졌다고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투자한 지인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고 함께 성공하는 길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탈북민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의 명의로 땅도 사고 집도 사고 남들이 부러워할 오늘에 이른 명희 씨인데요. 앞으로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주위도 돌아보면서 어려운 이웃들도 도와주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는 허명희 씨입니다.

김인선: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동산 업계에 과감히 뛰어든 명희 씨는 지금 전무후무한 탈북민 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작은 생각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명희 씨를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발걸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사람도 달라지고 인생도 바뀌게 되니까요. 생각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말인데요. 저도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잘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