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무원 김정희 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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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김정희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북한을 떠난지 10년 만인 2007년에 한국에 입국한 정희 씨는 한국정착 8년 만에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룬 분이었죠? 탈북민들에겐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하고 나오면 주택배정을 해주기 때문에 주택걱정을 크게 안 하는데 정희 씨는 조금 달랐습니다.

마순희: 맞습니다. 임대주택이긴 하지만 우리 탈북민이 원한다면 오랫동안 지낼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대한 욕심이 필요 없다고 할까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자신의 명의로 된 ‘내 집’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더구나 정희 씨는 임대주택을 배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기 집을 더 원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입국한 가족이 주택을 받았고 후에 가족이 나오게 되는 경우에 합가가 원칙이라 새로 임대주택을 제공하지 않죠. 정희 씨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중국 시부모님 편에 맡기고 온 아들을 데려와서 함께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집을 장만하고 싶었던 겁니다. 한국에서 내 집을 장만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2년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 있던데 정희 씨는 8년 만에 자기 집을 장만한 거죠. 정희 씨의 경우 남편과 둘이 벌면서도 소비는 최대한 줄이면서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월 2천5백 달러 정도를 무조건 저축했기에 남들보다 빨리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함께 한가하게 놀려 다니면서 어울릴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지냈고 돈 쓸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소한의 생활비로 지내면서도 예상치 못했던 지출금이 발생하면 저축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뜩이나 적은 생활비를 더 줄였다고 하는 김정희 씨인데요. 변함없이 매달 2천 5백 달러를 꾸준히 저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김인선: 맞아요. 중간에 풍족하게 써보고 싶은 유혹도 많았을 텐데.. 정희 씨는 정말 한 눈 팔지 않고 살아오신 것 같아요. 탈북민들에게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는 유혹이 많다고 알고 있거든요. 탈북민들에게 지원되는 정착지원금 같은 목돈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릴 수 있다거나, 빌려주면 은행이자와 비교가 안 되는 높은 이자를 쳐서 준다거나 하면서 말이죠.

마순희: 네, 맞습니다. 사실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특히 우리 탈북민들이 여러 가지 사기도 많이 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탈북민들을 지원하는 한 민간단체에서 금융상식에 대한 강의를 조직한 적이 있었는데요. 50여 명 정도가 모였었거든요. 그때 강사님이 이중에 한국에 와서 한 번도 사기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는데 서너 명이 손을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 중 두 명은 한국에 온 지 겨우 한, 두 달 정도밖에 안 된 탈북민이었거든요. 그러니 거의 모두가 크든 작든 한두 가지씩은 사기를 다 당했다는 말이 되더라고요. 그때 모인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들이었고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러 가지 모임들에도 나가고 행사에도 참여하면서 정보들도 공유하게 되는데 안 좋은 정보들도 많이 있었던 겁니다.

김인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도 그냥 돈을 불려주겠다는 사람은 절대 조심하세요. 아무 노력 안 들이고 돈을 불릴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거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네요.

마순희: 맞습니다.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정희 씨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저기 다닐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사기피해를 당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회사에 출근하고 깐지게 생활하면서 저축해 나가다 보니 주변에서도 열심히 산다고 칭찬들을 하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착 초반엔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이면 24시간 운영하는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부업을 해 가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컴퓨터와 관련된 회사에 취직도 했습니다. 하루 거의 20시간씩 일하다시피 열심히 노력했지만 회사가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급여도 제대로 받지 못 했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그 회사를 그만두고 국제택배회사에 취직해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전화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담당하게 됐는데 말투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버텨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매일 다짐하며 정희 씨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는데요. 1년 7개월을 다니고 결국 회사를 그만 두게 됐습니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 때 탈북민 공무원 채용 소식을 접하게 됐고 그동안의 회사 경력들을 인정받으면서 최종 합격하게 됐습니다. 정희 씨는 지금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한 마디로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 된 거죠. 공무원의 월급은 경력이 오래될수록 인상되지만 처음엔 많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희 씨는 얼마를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아끼고 절약하며 성실히 저축을 했던 것 같습니다.

김인선: 정희 씨가 그렇게 악착 같이 돈을 벌려고 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돈을 어디에 쓰는 게 그토록 중요했던 걸까요?

마순희: 정희 씨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있는 아들을 데려오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검소하고 억척스럽게 살아온 정희 씨는 한국에 온지 3년 만에 중국에 있는 아들을 데려 올 수 있었는데요. 당시 아들의 나이가 12살이었습니다. 아들을 데려오면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아들이 적응하는데 많이 어려워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아들 역시 잘 적응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느덧 20대 청년이 됐습니다.

김인선: 이제 다 키우셨네요. 세월이 그만큼 지났으면 월급도 오르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을 것 같은데...지금은 그때처럼 그렇게 악착 같이 살고 계시진 않겠죠?

마순희: 네. 지금은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쓰고 있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방법이 조금 다른데요. 정희 씨가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은 꾸준한 저축과 안락한 집을 유지하는 일이니까요. 정희 씨처럼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게 되면 아시는 것처럼 급여 이외에도 장을 볼 때, 주유할 때, 또 옷을 살 때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가 있어서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적게는 한 달에 420달러 정도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한국에 와서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룬 그때, 정희 씨에겐 아들 하나가 더 생겼기 때문에 아끼고 모으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가 없었습니다. 둘째 아들이 이제 6살이기에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정희 씨는 지금도 저축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제는 1년에 한, 두 번씩 휴가철에 가족여행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댁 식구들과 중국여행도 다녀왔는데요.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중국에 못 가게 됐습니다. 제 예상인데요, 취소된 여행경비를 정희 씨는 또 저축하지 않을까요? 사실 생활방식이나 저축도 몸에 배면 습관처럼 지속되기도 하는 거니까요.

정희 씨는 지금도 역시 한결같은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일단은 지금의 집보다 좀 더 평수를 늘려서 집을 장만하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는데요. 그래도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가정의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안정적인 직장에서 정년까지 쭉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정희 씨의 바람입니다. 그래서 정희 씨는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데요. 일하면서도 사이버로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이미 취득했고 지금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남들이 차를 사 가지고 씽씽 달릴 때에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자신이 더 멋지다는 긍지감을 안고 산다는 정희 씨야말로 번쩍이는 명품이나 고급승용차보다 더 멋진 명품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김인선: 맞습니다. 김정희 씨의 사례를 통해 돈을 어떻게 써야 가치 있게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나의 노력으로 번 돈은 가치 있고 소중한 만큼 정희 씨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