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남한에서도 통한 그녀의 장사 수완(2)

0:00 / 0:00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미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미진 씨는 한국에 와서 처음 접했던 커피의 매력에 빠져서 커피전문점까지 운영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북한에서부터 장사 수완이 있었다고 했죠?

장사 수완 믿고 큰돈 빌리려다가

인신매매로 중국행

마순희: 네. 미진 씨는 20대 초반 어린 나이였고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소소한 수준으로 장사를 했지만 수완이 좋아서 밑지는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요. 미진 씨의 재능을 알아본 한 보위원이 밑천을 대줄 테니 돈을 벌어보자고 제안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큰돈을 벌었을 만큼 장사가 잘됐는데 어느 날 미진 씨가 사기를 당하게 됐습니다. 미진 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돈을 빌리게 됐는데 돈은 미끼였고 인신매매를 당했습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과 술을 마셨는데 그 술에 약을 탔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중국이었던 것입니다. 미진 씨는 중국 산골짜기의 한 농촌 마을에서 농사지으며 살게 됐고 그곳에서 같은 북한 출신의 한 여성을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고 한국행도 함께 도모했습니다. 미진 씨는 2007년, 대한민국 땅을 밟았고 경기도 안산에서 본격적인 한국 정착을 시작했습니다.

김인선: 북한에서 밀수를 했던 걸 보면 미진 씨는 꽤 당찬 여성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생활도 씩씩하게 잘 해낼 것 같은데요?

한국 정착 후

깊은 외로움에 서둘러 결혼했다가…

마순희: 겉보기에는 재능 있는 일도 찾고, 하고 싶은 일도 금방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예상외로 미진 씨는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으로 다양한 빵을 만드는 제과제빵 교육도 받고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기술도 배워서 서양 음식점(레스토랑)에 취업을 할 수 있었지만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육체적으로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외로움이 심해지면서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받게 됐는데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보니 가정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혼을 서둘렀습니다. 미진 씨에게 호감을 보이던 남한 남성과 평생을 약속하고 결혼도 했지만 회사생활만큼 가정생활도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의 벽을 넘지 못해 파탄에 이르렀는데요. 결혼 2년 만에 이혼을 하고 미진 씨는 어린 딸과 함께 홀로서기를 해야 했습니다.

김인선: 정신적으로 지쳐서 선택한 결혼이었는데 이혼을 하고, 아이까지 홀로 키워야 한다니 미진 씨가 결혼 전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 된 게 아닐까 싶네요.

마순희: 오히려 아이가 미진 씨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딸에게는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됐으니까요. 미진 씨는 어린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에 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습니다. 힘이 들 때도 있었지만 퇴근하면 웃으며 반기는 어린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미진 씨는 더 강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미진 씨에게 더 큰 힘이 됐다는데요. 미진 씨가 한번은 앓아누웠는데, 다섯 살 어린 딸이 물그릇과 함께 약봉지를 받쳐 주더랍니다. 그 모습에 자신이 더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고 지독하게 돈을 모았습니다. 미진 씨는 한국에 와서 배웠던 제빵 지식과 서양 음식점(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익힌 봉사와 영업 비법을 토대로 가게를 하나 내게 됐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걸고 향긋한 커피 냄새가 가득한 커피전문점을 차렸는데요. 미진 씨가 한국에 온지 8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였습니다.

타고난 장사 수완과 꾸준한 노력으로

나만의 가게를 차리다

김인선: 미진 씨에게는 빵 만드는 기술도 있고, 커피 내리는 기술도 있고 서양 음식점에서 일했던 경험까지 있으니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춘 거네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특히 미진 씨는 서양 식당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서 북한과는 너무도 다른 서비스 정신을 배우게 됐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라고 할까요? 북한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기 때문에 물건이 있는 사람이 왕이었거든요. 그래서 배짱치기를 하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고객이 왕이잖아요.

김인선: 맞아요. 판매하는 물건의 질은 비슷하기 때문에 파는 사람의 태도가 가장 중요해요. 서비스업을 하려면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가 기본이죠. 하지만 탈북민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대화방법이잖아요?

마순희: 네. 하지만 미진 씨는 워낙 젊은 데다가 말투를 고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많이 했었기에 북한식 말투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서양 식당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때부터 손님들과 대면을 하는 일이 잦다 보니 말투에 신경을 많이 썼고, 무엇보다 딸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말을 배우게 되다 보니 북한식 사투리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입니다. 동료들의 말 한마디, 손님을 응대하는 대화를 잘 들었다가 속으로 따라하고 외우면서 익혀 나갔고 퇴근한 후에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말투 하나하나를 익혔습니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는지 제가 미진 씨를 만났을 때에는 여느 한국의 젊은 여성들과 전혀 가려보지 못 할 정도로 북한 말투를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김인선: 봉사정신부터 말투까지 제가 볼 때 기본적인 준비는 완벽합니다. 이제부터는 실전인데요. 대형회사의 이름을 내건 커피전문점도 많아서 자신만의 영업 비법이나 다른 전문점과의 차별성이 있어야 유리할 텐데 미진 씨가 대비를 잘 했을까요?

커피전문점의 성공 비결

마순희: 네. 미진 씨네 가게 주변으로도 커피전문점이 4-5곳 정도가 더 있는데요. 그 많은 가게를 중에서 자신의 가게로 손님을 끌기 위해 미진 씨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에게 미진 씨가 직접 구운 과자 와플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인데요. 저도 가서 먹어봤거든요. 다른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 덜 달고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혹여 제 입에만 맛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요. 때마침 그때 와플 생각이 나서 또 왔다고 하는 손님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미진 씨의 장사 수완에 다시 한 번 감복하게 되었습니다.

김인선: 개인 사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못 챙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쉬는 날 없이 일을 한다거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직원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오니까요. 미진 씨가 본인의 몸도 잘 돌보면서 일했으면 좋겠네요.

마순희: 네. 다행히도 이미진 씨는 자신의 몸을 잘 챙기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미진 씨가 커피전문점을 차리게 된 것도 건강 때문이었으니까요. 건강이 따라줬다면 서양식당 레스토랑에서 계속 근무를 했겠지만 미진 씨는 북한에서부터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한국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체력적으로 자신이 힘든 것도 문제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미진 씨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탁자도 많지 않게 8개 정도 구비해 놓고 여러 종류의 커피와 차, 음료까지 총 50여 가지를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왕이면 건강한 음료를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품 개발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닥친 뜻하지 않은 난관

요즘엔 어떤 제품을 개발했는지 궁금해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더니 잘 나가던 미진 씨에게 최근 뜻하지 않은 난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미진 씨네 가게 2층에서 전기 사고로 큰 불이 났는데 화재진압 과정에서 대량의 물을 뿌리다 보니 1층 미진 씨네 가게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입니다. 보상금이 나왔지만 다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미진 씨는 카페를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자유 직업자로 통일안보 교육을 비롯해서 노인복지관이나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사업자들을 위한 생산판매활동(마케팅) 교육까지... 미진 씨는 오늘도 바쁘게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급작스럽게 커피전문점 문을 닫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는 이미진 씨! 그녀에게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나 좋은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딸과 함께 마음 편하게 일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딸과 함께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셨기를 바래봅니다.

김인선: 화재사고 여파로 큰 변화가 생겼지만 무너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미진 씨인데요. 앞으로도 딸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주기를 응원합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