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8월의 첫날입니다. 달은 바뀌어도 더위는 변함없이 계속 되는데요. 이번 달 14일이 마지막 더위라 할 수 있는 말복이더라고요. 초복, 중복 때 건강식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보양식을 잘 챙겨 드시면서 올 여름 건강하게 보내고 계시죠?
마순희: 네. 딸들과 함께 영양식을 먹기 위해 맛집을 가기도 하고요.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에 운동도 하고 먹는 음식도 잘 챙겨 먹으면서 건강한 삶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니까요. 그런데 요즘엔 삼복에도 인삼과 대추를 넣고 푹 삶아 보양식으로 먹는 삼계탕 대신 닭튀김이 인기라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맞아요. 요즘엔 온 가족의 선호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치킨, 닭튀김으로 대신하는 집도 많더라고요. 삼복 기간 폭염과 장마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치킨 배달로 삼복 외식을 대체하면서 닭튀김 집의 매출이 급등하는 때이기도 한데요. 탈북민들 중에도 치킨 가게 하시는 분들 여럿 계시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북한에서는 닭이 그렇게 흔하지 않아서 닭고기를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었는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흔한 거더군요. 북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도 닭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몇 십리 산골 마을에 찾아가서 토종닭 한 마리를 어렵게 구해 오던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한국에 와 보니 상점은 물론 정육점, 시장 등 다양한 곳에서 늘 판매하고 있어 언제든지 필요하면 닭고기를 사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가끔은 삼계탕처럼 푹 삶은 닭고기가 아닌 튀긴 닭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서 치킨도 배달시켜 먹기도 합니다. 사실 탈북민들에게 닭튀김은 익숙한 음식이 아닌데요. 한국에 와서 접해본 후 치킨을 즐겨 먹는 분들도 많고, 닭튀김집 그러니까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 분을 오늘 소개해 드릴게요. 2006년 한국에 입국한 마인희 씨인데요. 인천 남동구에서 남편과 함께 2014년부터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십니다.
김인선: 한국 사람들이 '오늘 치맥 먹자!' 라는 말… 정말 자주 합니다.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줄인 말인데요. 일상생활에서 '치맥' 이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바로 닭튀김과 맥주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던 것처럼 탈북민들에게는 튀긴 닭이 익숙한 음식이 아닌데, 인희 씨는 한국 사람들의 식성을 잘 알았던 것 같아요.
마순희: 네. 인희 씨도 처음엔 한국문화가 모두 낯설기만 했던 분이었는데요. 한국생활을 몇 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죠. 사실 치킨을 즐겨먹는 한국 문화를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탈북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에서도 종종 닭튀김을 먹었고 동네마다 여러 회사의 치킨집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인희 씨가 치킨집을 운영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가게를 낼 수 있잖아요? 인희 씨는 입국 당시 30대 중반이었는데요. 곧바로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북한에 두고 온 자녀를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더구나 인희 씨에게는 두 딸이 있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인희 씨는 돈을 벌 수 있으면 어떤 일이든 일할 수 있는 곳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이 없었던 지라 건설 현장이나 음식점 등 특별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했는데요. 그 중엔 급여가 조금 더 나아서 선택한 자동차부품 회사도 있었습니다. 인희 씨는 주, 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악착같이 일했는데요. 함께 일했던 동료들 중에는 힘들어서 며칠 견디지 못 하는 사람들도 꽤 여럿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희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1년을 그렇게 무리하다 보니 몸이 견디어 내지 못 해 허리디스크가 생겼습니다.
김인선: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예요. 우리 몸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물렁뼈가 있는데 이게 파열되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현상을 디스크가 생겼다고 하는데요.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도 강하고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듭니다. 대부분 허리디스크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육체노동자가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예상과 달리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직이나, 오랜 시간 운전을 하는 직종, 서서 일하는 서비스업 직종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하더라고요. 인희 씨도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면서 허리디스크가 생긴 것 같은데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허리디스크 증세 초기엔 찌릿하거나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이때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물리치료, 약물치료, 도수치료, 운동치료, 주사치료 등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개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인희 씨가 그랬습니다. 수술을 해도 보호대를 착용하면서 자세 교정도 하고 노력을 해야만 하잖아요? 인희 씨가 어렵게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지만 재발해서 재수술까지 거치게 되었는데요. 그 후로 인희 씨는 힘든 일은 될수록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희 씨는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육체적으로 덜 힘이 드는 일자리를 찾았는데요. 그런 자리를 찾으려다 보니 인희 씨는 자연스레 기술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희 씨는 전문교육기관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취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벌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부업을 하면서 각 업무마다 필요로 하는 기술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인희 씨는 치킨집에서 부업을 할 때 본사를 통해 닭, 양념, 포장 용기 등을 납품 받아 장사하는 것을 보고, 비교적 일하는 게 쉬워 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튀기는 기술만 익히면 언젠가 직접 치킨집을 운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가 생기니 치킨집에서 하는 부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됐고, 일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처음엔 음식을 나르고 포장만 하던 단순 업무에서 주방 일까지 담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방 일을 하면서 인희 씨는 튀김 닭을 만드는 기술을 배웠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희 씨는 조금씩 자신의 사업을 해 나갈 준비를 했고 4년간 치킨집에서 부업을 한 후 원하던 자기 가게를 내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지 7년여 만에 이룬 일이었습니다.
김인선: 음식점은 위치가 중요한데요. 배달 주문을 주력으로 한다면 골목 안쪽에 있어도 상관없지만 매장에 와서 먹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진입하기가 좋은 위치, 지하철역에서 가깝다거나 큰 대로변에 있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인희 씨가 이런 부분까지 잘 고려해서 사업장 위치를 선정했을까요?
마순희: 물론입니다. 인희 씨는 치킨집에서 기술은 물론 영업 비법까지 꾸준히 익히느라 4년 넘게 부업을 했던 것이었으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식당을 하든지 위치 선정이 대단히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소가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위치일수록 대체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것입니다. 인희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가게의 위치였기에 서두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김인선: 신중하게 사업장을 낼 곳을 찾고 있었던 거였군요. 인희 씨의 마음에 드는 상가가 어디였을 지 궁금해집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고요. 마인희 씨의 치킨 집 창업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