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탈북민들을 위해 사는 탈북민 임수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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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임수향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수향 씨는 한국에 정착한지 15년차인 탈북민 전담 상담사인데요. 탈북민들에게 상담사는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하는 직업이잖아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은 상담의 '상'자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해 특정 문제에 대해 들어주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담사라는 분들을 한국에 정착하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데요. 정말 다양한 상담사들이 존재하더라고요. 심리상담사, 취업상담사, 법률상담사, 청소년상담사, 고객상담사 등 각 분야마다 전문상담사들이 계신데요. 탈북민을 전담으로 하는 상담사들도 있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거주지에 전입한 탈북민이 지역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임수향 씨도 그런 분 중의 한 분으로 탈북민의 생활심리상담은 물론 취업상담, 일상생활에 필요한 건강이나 의료, 교육, 복지 등 각 분야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고 연결해 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상담의 ‘상’자도 몰랐던 탈북민

탈북민 전문 상담사 되다

김인선: 수향 씨도 탈북민이라 상담을 받는 다른 탈북민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처음엔 단순한 정보전달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만 남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은 물론 변화하는 탈북민 지원제도 등 알아야 할 것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취업정보, 생활정보 등 다양한 정보검색은 기본이고 각 기관에서 어떤 일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대상자는 어떻게 되는지 등 알아야 하는 것도, 기억해야 하는 것들도 정말 많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부분을 상담 받는 탈북민들에게 잘 전달을 해야 하는데요. 수향 씨의 경우 북한에서 역 안내방송을 하던 사람이었기에 명확하게 전하는 일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향 씨도 처음부터 상담사로 잘 나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임수향 씨는 2007년 한국에 입국했고 여느 탈북민들처럼 목욕탕 매점, 여행사, 식당 일 등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디서든 닥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짜 중국 국적 버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유

먼저 한국에 들어온 두 동생은 탈북민으로 입국했기에 정부의 정착지원은 물론 제도적인 도움을 많이 받으며 취업뿐 아니라 생활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수향 씨의 경우엔 중국 국적으로 입국을 했기 때문에 탈북민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중국 교포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의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수향 씨는 동생들과 한 형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 탈북자라고 자진신고를 했고 이후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수향 씨는 그때 홀가분하던 마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분증이 생긴 후로 수향 씨는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전문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향 씨는 제과제빵학원에 등록해 열심히 공부한 뒤 자격증까지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제빵 현장에서는 20대의 젊은 청년들만 찾았고 30대인 수향 씨의 경우 나이 때문에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됐는데요. 수향 씨도 탈북민 지원정책으로 국립의료원 상담실을 방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는 남한 출신의 전문상담사가 계셨는데 그분을 통해 탈북민 전문상담사 교육과정을 소개 받았고 수향 씨는 바로 관련 공부를 시작해서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처럼 수향 씨는 본인이 상담사 교육을 소개받았던 국립의료원 내 탈북민 상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인선: 상담이라는 게 사실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잖아요. 상대방의 속내를 듣고, 공감하는 등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해서 내 마음이 넉넉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특히 임수향 씨는 국립의료원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탈북민들 중에 아픈 사람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아픔으로 고통 받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수향 씨는 상담이 적성에 맞고, 마음의 품도 넉넉했는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치료 과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상담사로서 일을 잘 하려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수향 씨는 상담사 일을 하면서 인터넷 상에서 학위과정 공부를 할 수 있는 서울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더 나은 상담사가 되기 위한 방법

수향 씨는 힘들 때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배워갈수록 상담실을 찾는 탈북민들에게 내가 아는 만큼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경희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까지 공부했습니다. 사실 상담사라는 업무가 지식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업무는 아닙니다. 좋은 상담사가 되려면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따뜻한 마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향 씨는 봉사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는데요. 처음엔 몰랐지만 봉사를 해보니 누구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자신이 배우고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김인선: 북한에서는 일자리를 국가에서 배치해주지만 한국에서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찾을 수 있어요. 비슷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끼리는 경쟁도 해야 하고요. 그래서 좋은 직장일수록 오랜 시간 준비를 해야 취업이 가능하고 또 꾸준히 노력을 해야 어렵게 시작한 일도 지속할 수 있는데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괜찮은 일자리는 여러 탈북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3년 정도 계약으로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다른 분야는 재계약이 쉽지 않은데요. 상담 분야는 전문지식과 함께 인성, 그리고 능력과 경험이 더 많이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면서 열심히 일한다면 3년 이상 지속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담사로 재직했던 시절에 근무하던 친구들 중에는 지금도 상담사로 근무하는 분들이 꽤 많으시니까요. 무엇보다 부단한 자기계발과 최선을 다 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받는 탈북민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뿐 아니라

남한토박이들 상담도 맡게 된 전문상담사

수향 씨의 경우 국립의료원 탈북민 전담상담사로 10년 가까이 일을 하다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개인병원에서 탈북민 뿐 아니라 남한 사람들까지 대상으로 상담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 탈북민들의 모임에 나갈 때가 있는데 그 자리에서 임수향 씨를 만나곤 했습니다.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향 씨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라도 더 많이 배워서 후배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수향 씨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탈북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임수향 씨, 꾸준히 성실하게 살았기에 상담 분야에서도 인정을 받고 성공적인 정착을 한 사례자로도 선정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고향의 부모님 앞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며 떳떳이 만나고 싶다는 수향 씨의 마음에 항상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본인의 삶을 통해 상담사의 꿈을 꾸는 후배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뿌듯할 것 같다는 임수향 씨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김인선: 같은 직장에서 근속 근무를 하는 것도 능력이지만 같은 분야에서 발탁되어 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하는 것도 능력이고요. 같은 길을 가고 싶다는 후배들이 생겨나는 것도 능력입니다. 수향 씨처럼 자신에게 맞는 능력을 잘 찾아봐야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