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샘 학원 원장 권류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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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지난 4월 말에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이대로 통일까지 가는 거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진짜 통일이 되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줄 분들이 바로 교원, 선생님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분이라면서요?

마순희: 네. 오늘의 주인공은 큰 샘 학원 원장 권류연 씨인데요. 학생들이 많은 서울의 한 지역에서 방과 후 공부를 책임져주고 있습니다. 처음 한 명의 학원생으로부터 시작된 큰 샘 학원에서는 20여 명의 탈북 학생들이 방과 후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까지 학년이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이 학생들은 모두 무상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도 계시고 날짜에 따라서 자원봉사로 애들을 배워주려 오는 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인선: 아무래도 탈북학생들에겐 이런 큰 샘 학원 같은 곳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교육부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학생은 2017년 4월 기준으로 2천538명인데요. 일반학교에 잘 적응을 하면 좋은데, 탈북학생들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과 함께 학교 생활한다는 게 쉽진 않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래서 탈북학생의 경우 일반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탈북학생 학업중단율은 고등학교가 4.3%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 1.8%, 초등학교 1.0%로 나타났습니다. 탈북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워하는 이유로는 우선 정서가 불안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 등도 있었습니다.

김인선: 맞아요. 그런 이유들로 적응하기 힘들어서 일반학교를 그만둔 탈북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찾기도 하죠?

마순희: 네, 제가 살고 있는 양천구에도 겨레얼 학교라고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저는 간혹 지원물자 같은 걸 가지고 찾아가기도 하는데요. 부모들과 떨어져서 생활하고는 있지만 애들이 모두 밝고 명랑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첫눈에도 알아보겠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더 익숙한 친구들도 있어서 중국말로 대화하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탈북학생들의 경우 북한에서 직접 한국에 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행으로 오는 학생도 있고 부모님을 따라서 중국에서 몇 년을 체류했던가 아니면 아예 부모가 탈북해서 중국이나 기타 3국에서 출생한 자녀들도 있거든요. 직행으로 오더라도 학력 공백기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학교에서는 정규교육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고 또 부모나 보호자가 없이 무연고로 혼자 입국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보니까 일반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일정한 기간 숙식이 제공되는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학교를 통해 학력 공백과 언어를 배울 수 있고 일반학교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일반학교에서 남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대안학교에서 공부하더라도 결국에는 일반 학교나 대학, 사회 등에서 함께 어울리게 되는 것이지 일정한 공간에 따로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큰 샘 학원이 바로 그걸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탈북자가 하는 학원이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선입견들이 있어서인지 학원생이 많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가르치다 보니까 학생의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라 갔고 그 모습을 보면서 너도 나도 큰 샘 학원을 찾더랍니다. 학교 공부가 끝나면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저녁도 학원에서 먹고 도중에 간식까지 보장해주다 보니까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무상으로 교육을 하다 보니 부족한 운영자금은 원장 부부가 과외로 일을 해서 충당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의 성적도 올라가고 방과 후 생활 등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있다면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너무 좋아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인선: 부모도 만족하고 아이들도 안정을 되찾으니 권류연 원장님의 마음이 얼마나 흡족할까 싶어요. 보통 선생님은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하잖아요. 그동안 권 원장님한텐 그런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맞아요. 아무래도 학생들의 성적이 하루하루 눈에 띄게 상승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학생들의 변화를 보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힘든 줄 모르고 이겨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권 원장은 애들을 가르치면서 한 가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했는데요. 북한에서처럼 과제를 주면 끝까지 무조건 받아내고 모든 학생을 내 자식 교육시킨다는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아이들을 챙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원생들에게 원장님은 거짓말도 통하지 않고 과제 검사도 엄격한 선생님으로 통하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성적도 오르고 자연히 학교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붙어서 잘 적응해 나가게 되더라는 겁니다.

그렇게 가르치던 학원생들 중에 최근 중앙대학교에 가는 첫 대학생이 나왔다고 기뻐하더군요. 한 마디로 권 원장은 아이들 스스로가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준 것입니다. 그런 자녀들의 모습을 보는 학부모들이 학원을 믿고 자녀들을 보내게 되고 그에게 고맙다고 할 때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고 합니다.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잖아요?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학부모들과 학원생들의 축하와 감사의 전화를 받느라 전화기가 쉴 틈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책상 위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는 카네이션 꽃다발도 놓여 있고 학생들이 깜짝 행사로 놀라게 하기도 한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그 동안의 노고들이 모두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아무래도 아이들에겐 권 원장님이 부모 같을 것 같아요. 사실 탈북한 엄마, 아빠도 한국에 적응하기 바빠서, 또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들을 잘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권 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부모 상담, 가정문제라고 하더군요. 특히 입국 초기 탈북 청소년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애들의 공부를 봐주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에서 보내온 가정통신문을 읽을 수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선생님에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다시 쪽지를 써서 보내기도 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맞벌이 가정일 경우에는 학교에서 하교한 아이를 혼자 둘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학원에서 공부도 가르치고 간식도 챙기고 매일 저녁까지 먹여서 보내주니 부모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는 거죠. 권 원장이 말하기를 부부 사이가 위태롭고 가정불화가 심할수록 아이들은 안정되지 못 하고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권 원장은 아이들 교육과 부모 상담을 병행하고 있답니다. 부부의 사랑이 자존감 높은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는 아무리 당부해도 부족하지 않기에 아이들 문제는 부모와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권류연 원장의 생각이었습니다. 학원의 원장으로서 학생들의 방과 후 교육과 학부모상담까지 책임지는 탈북민들의 스승이죠. 그리고 짬 시간에는 봉사 단체도 만들어서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봉사도 해나가면서 사회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권류연 씨의 성공적인 정착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습니다.

김인선: 며칠 전에 초·중·고등학교 선생님 340명을 대상으로 스승의 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는 신문기사를 봤는데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6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더라고요. 권류연 씨는 아이들의 감사를 그 누구보다 많이 받는 행복한 선생님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탈북학생들의 영원한 스승 권류연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