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웰빙네 건강쌈, 박정은 씨(2)

0:00 / 0:00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웰빙네 건강쌈’ 대표 박정은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마순희: 네. 서울 금천구의 시흥 사거리에서 ‘웰빙네 건강쌈’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정은 씨는 한국에 온지 2년만인 2011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탈북 후 중국에서 8년을 지내다가 2009년에 한국에 왔으니까 2년 만에 자기 명의로 된 가게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정은 씨는 중국에서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을 밑바탕으로 한국에 와서도 식당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는 오랜 꿈을 실현시킨 겁니다.

김인선: 맞아요. 박정은 씨는 자기 나름대로 식당에서 일하는 2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고 해서 ‘철두철미한 분이구나’ 하고 제가 감탄했었죠.

마순희: 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했어도 실제 음식장사는 쉽지 않았습니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던 날도 있었으니까요. 텅 빈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면서 혹시 내가 잘못 선택하고 또 섣불리 시작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이켜 볼 때도 많았지만 정은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번 와 본 사람은 꼭 다시 오는 모습이 정은 씨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데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공부를 하며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 자신만의 조리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단골손님도 생겨나고 그 손님들이 입소문도 내주고 또 인터넷으로 홍보까지 해주면서 식당을 시작한지 4년 만에 알아주는 맛집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사실 정은 씨가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기까지 그의 피타는 노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정은 씨는 자신의 가게를 내겠다는 꿈을 안고 초기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후 한 달도 안 되어서 닭백숙집 부업을 시작했는데요. 닭을 오랫동안 푹 고아 먹는 음식이라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라는 걸 배우게 됐고 백숙집 외에도 여러 식당들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직접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면서 어떤 음식으로 식당을 하는 것이 좋을지를 구상하기도 했답니다. 가끔 손님들 속에서 정은 씨의 말투가 이상하다면서 조선족 취급을 하는 것이 그녀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정은 씨는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당당히 밝히면서 더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가게를 지금의 식당으로 금방 이사했을 때에는 위층에 있던 점을 보는 곳인 철학관 주인이 정은 씨를 힘들게 했습니다. 자신의 철학관에는 손님들이 하나도 없는데 아래층에 있는 정은 씨네 식당이 나날이 손님이 많아지게 되자 어디서 북한에서 와서 판을 치느냐면서 식당 앞에 물을 끼얹기도 하고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참다못해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였지만 정은 씨는 끝까지 의연하게 대처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정은 씨 편이 되었습니다. 결국 그 철학관이 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는데 제가 갔을 때에도 위층에 빈 간판이 걸려 있더군요.

김인선: 누구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하죠. 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때로는 지치고 힘들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 가족이 큰 힘이 된다고들 하는데 정은 씨도 마찬가지겠죠?

마순희: 아니요. 우리 박정은 씨는 한국에 혼자 왔습니다. 지금도 혼자인데요. 경제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혼자 나와서 가족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돈 한 푼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초기정착을 도와주는 정착도우미들이 있는데 박정은 씨의 첫 정착도우미였던 박천순 회장이 바로 그분입니다. 2009년 2월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박정은 씨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반가움도 컸지만 측은함과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 앳된 여성이 혼자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정착해 나갈지가 걱정도 되고 내 딸처럼 생각하고 도와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그렇게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벌써 10년이 됐네요. 정착도우미라면 탈북민인 정은 씨가 남한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역할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 천순 씨는 박정은 씨를 좀 더 특별하게 대한 것 같네요.

마순희: 물론 박천순 씨도 관련업무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지내볼수록 박정은 씨는 이때까지 자신이 보아온 다른 탈북민 여성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어서 더 관심이 갔다고 합니다. 박천순 씨는 사교모임 ‘절건모’ 회장인데요.

김인선: 절건모? 그건 뭐죠?

마순희: 절제를 하면서 건강을 지키자는 모임을 줄여서 말한 거죠. 남한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교모임을 많이들 하잖아요. 그분도 그런 식으로 사교모임을 하는데 거기서 회장을 맡은 겁니다. 그래서 그분은 모임을 할 때 일부러 정은 씨네 음식점에서 한다는데요. 정은 씨가 예뻐서 그렇게 하게 된다는 겁니다.

김인선: 어디가 그렇게 예뻐 보였을까요?

마순희: 네. 백화점에서 비싼 옷을 사거나 비싼 화장품을 사는 대신 항상 수수하면서도 절약정신이 강한 정은 씨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젊은 여성 탈북민의 경우에 대형상점이나 식당 같은 곳에 일자리를 주선하면 며칠 안 돼서 힘들다고 그만두는데 정은 씨는 일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잘 하고 있어서 호감이 가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박천순 씨는 정은 씨가 마음 속에 상처가 많지만 꿋꿋이 잘 이겨내고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정착도우미 사업기간이 끝난 다음에도 자주 전화도 해주고 식당을 하고 싶다고 할 때에는 함께 식당들을 찾아다니면서 가게 자리를 잡고 어떤 음식을 팔지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치 친정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항상 정은 씨에게 관심을 가진 것 같습니다. 박천순 회장은 손님을 데리고 정은 씨 식당도 자주 찾고 단골손님이 되도록 했다는데요. 자신이 하는 모임에서 회식이라도 있으면 정은 씨 식당으로 회원들을 데리고 오기도 합니다. 절제와 건강을 지키는 모임인 ‘절건모’ 회장이니까요. 이런 박천순 씨 덕분에 정은 씨는 허허벌판에 혼자인 줄 알았는데 결코 혼자가 아님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지금도 친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김인선: 그러고 보니 성도 ‘박’씨로 똑같아요. 자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이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몸도 마음도 이젠 어느 정도 잘 정착된 거 같은데, 미래를 위해 뭔가 또 공부를 하고 있다고요?

마순희: 네, 정은 씨가 가장 아쉬운 것이 한국에 와서 식당을 차릴 생각에 일부터 시작하다 보니까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일 후회가 된다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공부하고 싶어서 사이버대학 복지시설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일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사이버대학을 선택하고 공부를 시작한 거죠. 물론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녀는 자신의 두 번째 꿈을 향해서 또다시 힘찬 걸음을 시작한 것입니다.

식당 운영만 해도 쉽지 않은데 컴퓨터로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토론까지 해야 하는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정은 씨는 자신의 선택에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성실성과 끈기라면 학사 자격 취득 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지나온 과거를 통해서 알 수 있으니까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맛있게 잘 먹고 간다고 또 오겠다는 손님들의 인사를 받을 때라는 박정은 씨입니다. 오늘이 비록 어렵더라도 성공한 자신의 내일을 그려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박정은 대표의 밝은 앞날을 함께 축복합니다.

김인선: 정은 씨를 보니까 인생은 늘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첫 번째 꿈을 이루고 두 번째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에서 성공이 성공을 낳고, 실패도 성공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는 연습이었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