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푸드트럭 모는 북한여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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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후텁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가 상승하는 요즘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끈적끈적 땀이 나는데요.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는 분들은 얼마나 더울까요? 저의 경우, 평소 요리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주방 근처에도 안 가게 되더라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저의 집도 마찬가지인데요. 딸들이 놀러 오면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곤 했는데 요즘엔 내가 뭐라도 만들려고 하면 딸들이 말리거든요. 음식 만들어 먹고 설거지하려면 덥고 힘들다고 해서 딸들과 자주 외식을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북한에서 살 때 중국에서 온 사람들이 식재료가 있는데도 귀찮아서 안 해 먹는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됐었는데, 지금은 제 딸들과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확실히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식당에서 사먹는 게 편하고 맛도 있어요. 그래서 전업주부들이 제일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 주는 음식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먹는 사람이야 편하고 좋겠지만 반대로 무더운 날씨에도 식당 조리실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는 조리사분들의 수고는 얼마나 클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탈북민들 중에도 식당을 차리고 직접 요리까지 하시는 사장님들이 참 많거든요. 오늘은 날씨와 상관없이 뜨거운 화구 앞에서 음식을 만드는 분을 소개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푸드트럭이라고 화물차의 작은 공간에서 먹거리를 만드는 분인데요. 2006년에 한국에 입국한 김경빈 씨입니다. 경빈 씨는 체구가 작은 여성인데요. 큰 화물차 운전까지 하는 멋진 사장님이랍니다.

푸드트럭 모는 북한여자

준비부터 완벽했던 이유

김인선: 청취자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푸드트럭은 쉽게 말해 이동식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가 건물에 있는 상점과 차이가 있다면 손님이 많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푸드트럭은 화물차에 직접 조리할 수 있는 조리대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국수, 고기 등 판매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푸드트럭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모든 먹거리들이 조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푸드트럭 인기가 대단하더라고요. 경빈 씨도 푸드트럭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경빈 씨는 푸드트럭 창업을 하게 됐던 것입니다

김인선: 푸드트럭은 경험이 적어도 창업이 가능하고 자본이 많지 않아도 창업할 수 있어서 누구라도 시작은 쉽게 할 수 있는데요. 맛 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게 식당과 달리 푸드트럭에서 소비자들이 사먹고 싶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성향 파악도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경빈 씨는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을 잘 알고 준비했을까요?

마순희: 물론입니다. 경빈 씨는 창업에 기본인 상권분석을 충실히 한 후에 푸드트럭을 시작했으니까요. 경빈 씨의 경우 막연한 호기심이나 기대감으로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2006년, 처음 한국에 와서 경빈 씨는 1년 정도 식당 주방에서 일을 했는데요. 뭐든 배워야 좀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요리학원에도 다니고 운전면허도 취득했습니다. 일반승용차를 몰 수 있는 2종 운전면허가 아니라 트럭 운전도 할 수 있는 1종 면허를 취득했기에 훗날 푸드트럭 창업이 가능했습니다. 김경빈 씨는 한국정착 후 식당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돈을 모았습니다. 3년 정도 일하다가 삼겹살 구이를 파는 노점장사를 시작했는데, 장사는 물론이고 냉동시설을 갖춘 화물차인 냉동탑차로 수산물 도소매업도 했습니다. 남자들도 운전하기 힘들다는 냉동탑차도 운행할 수 있고 식당과 요리학원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둔 덕분에 경빈 씨는 푸드트럭 창업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푸드트럭 메뉴

김인선: 준비는 완벽한 것 같네요. 그럼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음식의 맛일 거 같아요. 특히 푸드트럭은 손님들이 순차적으로 여유있게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있어서 조리시간이 짧은 음식이 유리한데요. 주 판매 음식으로 어떤 걸 선택했을까요?

마순희: 네. 보통 푸드트럭에서는 통닭구이나 삼겹살 구이, 떡볶이, 붕어빵, 토스트 등 한 가지 음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경빈 씨의 푸드트럭은 달랐습니다. 경빈 씨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떡볶이와 어묵, 함경도식 순대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했습니다. 남한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과 함께 당면이 들어간 한국순대 대신 북한순대로 다른 분식 트럭과 특화된 음식을 선보인 덕분에 경빈 씨의 푸드트럭에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식성이나 수요가 서로 다르다 보니 한 가족이 오더라도 어린 친구들은 떡볶이나 어묵꼬치를 찾고 나이 드신 분들은 김밥이나 북한의 순대맛을 보시겠다며 북한순대를 많이 찾더라고요. 저도 경빈 씨의 푸드트럭에서 어묵을 먹어봤는데요. 칼칼한 맛이 있어서 어른들 입맛에도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인선: 함경도식 순대 파는 푸드트럭은 못 봤던 거 같은데 과감하게 선택하셨네요. 푸드트럭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을 잘 저격한 것 같은데 어떤 비결이라도 있었을까요?

마순희: 가장 중요한 비법은 경험입니다. 노점장사 경험이 있으니 경빈 씨는 푸드트럭 경력이 적지 않은 유경력자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다른 비법은 경빈 씨의 남다른 성실성과 똑 소리 나는 성격 그리고 어머니를 닮은 손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빈 씨의 경우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숨어 살 때에도 순대장사를 했을 만큼 음식솜씨가 좋았습니다. 경빈 씨 외에도 솜씨 좋은 탈북민들은 많은데요. 본업으로 음식장사를 시작한 경우, 대부분 북한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입니다. 하지만 김경빈 씨는 달랐습니다. 한국에 와서 경빈 씨가 제일 먼저 느끼게 된 것은 음식문화에서도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 해석한다면 여느 탈북민들과 달리 틈새시장을 발견한 거죠. 노점상을 하면서 푸드트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경빈 씨는 어떤 음식을 판매할지 신중하게 고민했습니다. 노점에서 삼겹살구이를 판매할 때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는 걸 경험했기에 음식 만드는데 드는 시간이 길지 않아야겠다는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적중했던 거죠.

한국 정착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

김인선: 탈북민들에게 푸드트럭 창업이 익숙한 일인가요, 아니면 김경빈 씨가 아주 특별한 경우인가요? 경빈 씨는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하신 분처럼 창업 준비부터 운영까지 너무 잘하시네요.

마순희: 아, 사실 저는 경빈 씨를 만나기 전에는 탈북민들이 식당을 하는 사례는 많이 접해 보았지만 푸드트럭 하시는 분들은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탈북청년들 대상으로 공공기관 등에서 푸드트럭을 지원해준 경우도 있었는데, 이렇게 오래 자신만의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건 김경빈 씨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음식도 해야 되고 운전도 해야 하니 웬만한 식당 경험은 물론이고 트럭운전 경력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하잖아요? 쉽지 않은 그 일을 경빈 씨는 한국에 입국한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생각했다고 합니다.

김경빈 씨는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서 한국사회를 처음 접하면서부터 자신의 가게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을 보내면서 장사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처음에는 몇 십 원으로 노트 장사를 하다가 쌀장사로, 나중에는 비교적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레자(장판)장사로 키워나갔습니다. 경빈 씨는 장사를 해 보면서 평범한 나날에는 미처 알지 못 했지만 자신에게 강단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현실을 통해 습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주변 동료들이 하나 둘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 오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경빈 씨도 중국에 가서 돈을 벌어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인선: 다들 돈을 벌어오겠다고 중국으로 향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잖아요? 경빈 씨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김인선 , 에디터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