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배우는 자세, 바리스타 이경희 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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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남쪽 사람들은 커피를 즐겨서 마십니다. 아침에 눈떠서 한 잔,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졸릴 때 한 잔, 회의를 할 때도 한 잔. 정말 틈나는대로 마시는데요. 사실 다른 마실거리가 많은데도 커피가 가장 인기입니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어서 혹은 잠을 깨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데요. 대부분은 습관적으로 마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식인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오늘의 주인공도 ‘커피’와 관련이 깊은 분이라면서요?

마순희: 네. 오늘의 주인공은 올해 54살의 이경희 씨입니다. 경희 씨는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한국정착 16년차인 경희 씨는 2014년부터 남북하나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더치숲’이라는 커피전문점에서 5년 째 바리스타로 근무 중이랍니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이자 손님을 응대하는 봉사자입니다. 손님이 주문한 커피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내는데요. 그 종류가 2~30개 정도 되기 때문에 어떤 커피를 주문하는지 즉각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죠. 무엇보다도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야 바리스타 일을 오래 할 수 있을텐데요. 경희 씨도 바리스타를 하면서 즐기지 않던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초반엔 단맛이 있는 커피를 일주일에 한, 두잔 정도 마시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매일 아침마다 단맛이 전혀 없는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셔야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커피맛에 푹 빠져 있다고 하더군요.

김인선: 맞아요. 커피가 상당히 중독성이 강한 음료잖아요. 저도 눈뜨자마자 커피를 찾고 하루에 적게는 두 잔, 많게는 다섯 잔을 마시거든요.

마순희: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탈북민들은 대부분 커피가 그렇게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워낙 한국에서는 커피문화가 발전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사실 처음 나왔을 때는 맛도 없고 그 비싼 커피를 왜 마시는지 이해가 안 갔거든요. 그런데 남들이 다 마시니까 그것도 따라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마시다보면 적응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시기도 해 보았는데 저는 아직도 커피보다는 쥬스(과일음료)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래도 회사에 다닐 때에는 분위기상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에는 커피에 설탕과 우유가루가 섞인 믹스 커피를 마신답니다. 경희 씨 역시 마찬가지였죠? 쓴 커피를 왜 마시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던 자기가 커피 바리스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고 합니다.

김인선: 쓴 커피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경희 씨였는데 어떻게 바리스타가 됐을까요?

마순희: 처음부터 커피를 즐기고 좋아해서 바리스타가 된 것은 아니었던 거죠. 경희 씨는 평범한 탈북 여성으로 자식밖에 모르는 엄마였는데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바리스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002년 4월에 대한민국에 입국한 경희 씨는 당시 혼자의 몸이었습니다. 어린 아들을 북한에 두고 오다 보니 아들을 데려 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밤낮이 없이 일만 했대요.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부업을 하면서 열심히 돈을 번 거죠. 그렇게 일하면서도 대학에 입학까지 했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1년 공부하면서 한식과 중식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을 정도로 말이죠.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한 덕분에 1년 남짓할 무렵 북한에 두고 왔던 아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는데요. 몇 개월간은 그 동안 헤어졌던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차마 일하러 나가지도 못 하고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고 그 뒷바라지를 하기도 했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이 적응을 잘 했답니다. 공부도 잘 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3개월도 채 안 되었는데 학교에서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답니다.

아들이 적응도 잘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경희 씨는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요. 여러 식당과 피부 관리실 등 시간을 쪼개 가면서 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희 씨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가게를 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갖고 있었다는데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대학생이 됐지만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경희 씨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 거죠. 2014년 남북하나재단에서 강서 지역에 탈북민들의 자립센터를 만들게 되었는데 워낙 성실하고 책임성이 강한 경희 씨에게 처음 문을 여는 커피숍 운영을 맡기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경희 씨는 여러 직원들과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바리스타로 지내고 있는 거니까 경희 씨가 바리스타가 된 것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경희 씨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인선: 그런데 노력을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커피 종류가 워낙 많잖아요. 카라멜 마끼아또, 돌체 라떼, 프라프치노, 쇼콜라 클라우드 등등 저도 이게 무슨 커피인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일단 커피용어가 영어가 기본이고 심지어 단어가 길어요. 경희 씨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갔을까요?

마순희: 무조건 외우고 노력하는 거, 그것밖에 방법이 없죠. 나름의 비법이 있다면 처음엔 카푸치노의 카, 에스프레소의 에, 이렇게 앞 글자만 보고 구별했답니다. 그러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하나씩 하나씩 커피 이름을 완벽하게 알게 됐습니다. 또 자격증을 취득하려다 보니 얼마나 열심히 외웠겠어요? 가장 기본적인 바리스타 자격증에는 2급과 1급, 그리고 커피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리스타 아트까지 총 3가지가 있는데 경희 씨는 바리스타 초창기에 이미 취득을 했고 일하는 중간에도 학원을 다니며 커피 공부를 열심히 했답니다. 커피를 하면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모두 다 땄다고 하더라고요. 뭐든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는 이경희 씨답게 처음엔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쓰디 쓴 커피를 수십 번, 수백 번 맛을 보기도 했고요. 자격증을 취득한 후 현장에서 바리스타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실력을 키웠다고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손님을 만나면서 경희 씨네 커피숍에 갔었는데요.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려서 손님들의 주문에 맞게 만들어 내더라고요.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신기하기만 하더라고요. 저희에게도 커피를 내왔는데 표면에 하트를 그려 넣은 예쁜 커피였어요. 그런데 그 커피가 보통 커피가 아닌 산삼을 갈아 넣은 초록빛이 나는 커피라고 설명을 해주더군요. 경희 씨네 커피숍에서 제일 비싼 커피는 1회용 비닐 컵에 키우는 1년생 산삼 싹을 함께 갈아서 만드는 커피라는데요. 제가 그 커피를 맛보게 된 건데 산삼향이 진한 커피의 맛이 독특했어요.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어요. 대학생 서너 명이 커피를 마주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조용한 자리에 앉아 휴대용 컴퓨터인 노트북을 놓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가게에서 직접 구운 커피의 주원료인 원두 모양의 과자, 커피콩 과자라고 하던데 그거를 서비스로 주기도 하더군요. 찾아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희 씨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았었습니다.

김인선: 쭉 들어보니까 꼭 자신의 가게인 것처럼 애정을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경희 씨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의 또 다른 인생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릴게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