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2021년 성공시대를 빛낸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소개했던 성공시대 주인공들을 다시 한 번 소환해 보는 시간인데요. 주인공들 이야기에 코로나비루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다들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들려주셔서 기분이 좋았는데요. 그런데 한편으로 염려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성공시대 주인공 중에는 의료진과 마찬가지로 환자들과 가까이에서 일을 해야하는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분들이 많은데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분들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마순희: 네. 환자나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돌보는 간병인이나 자격요건을 갖추고 좀 더 전문적으로 노인이나 중증환자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그리고 의료활동이나 지원까지 가능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병원이나 의료시설에서 일하는 탈북민들이 많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 간병인과 요양보호사가 많은데요. 교육기간이 길지 않고 큰 어려움 없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서 연령대가 높은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친구들의 경우에는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4월에 소개해 드렸던 박지윤 씨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정착 13년 차인 지윤 씨는 간호조무사로 11년째 근무 중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바로 여성병원 산후조리원에 배치 받아 산모와 갓난아기들을 돌보는 일을 6년 동안 했고요.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노인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입니다.
최근 위중증 환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지윤 씨는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요양시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저도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정신이 없거든요. 노인들의 경우 추운 겨울이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건강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 질 수 있기 때문에 매순간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지윤 씨 업무도 더 많아졌을 겁니다. 하지만 지윤 씨는 힘든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더군요.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일을 하게 된다는 박지윤 씨입니다. 지윤 씨 외에도 아픈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탈북민은 또 있습니다. 10년 간의 회사생활을 하다가 올해 뒤늦게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김소영 씨, 올해로 간병인 경력이 13년차 되는 김혜정 씨, 그리고 서울에서 규모가 큰 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방은희 씨도 성공시대를 빛내준 주인공들입니다.
김인선: 지난주 박경화 씨도 옷가게 운영을 하다가 폐업을 하고 요양보호사가 됐는데, 김소영 씨도 상황이 비슷했어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소영 씨가 다니던 회사 사정이 나빠졌고 거의 휴업 상황이라고 했었잖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종이상자를 만드는 회사였는데요. 종이상자는 선물용이나 포장용으로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코로나비루스로 대형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공장 가동이 점점 줄었고 급기야 중단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소영 씨는 자신이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고령의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50대의 나이에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했고 올 초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맘때쯤 회사는 사정이 더 나빠져서 직원들 급여도 챙기기 힘든 형편이 됐습니다. 로임이 많지 않아도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서 월급이 조금씩 올랐기 때문에 장기 근속을 했는데, 소영 씨는 무급여로 회사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14년간 몸담은 회사를 그만두고 50대 중반의 나이에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소영 씨에게 근황을 묻는 전화를 해보았는데요.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냐고 물었더니 근무 경력이 아직 1년도 안 됐기에 이 일이 힘들다 말하기가 어렵다며 우문현답을 하더군요. 지금 소영씨는 하루에 6시간 정도 어르신을 돌보면서도 회사 다닐 때와 비슷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 다닐 때처럼 출퇴근 시간을 맞추느라 종종걸음을 치지 않아도 되기에 조금은 여유롭게 일하고 있고 자신의 작은 손길에도 고마워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업무에 보람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소영 씨는 어떤 일이라도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더 나아지리라는 마음으로 지낸다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이 힘들고 조건이 열악하다고 취직하고도 얼마 버티지 못 하고 퇴직하는 동료 탈북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입니다. 또 나이가 많아서 뭔가를 시작하기가 두렵다고 말하는데 얼마든지 본인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퇴직 후엔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소영 씨만 보더라도 50대 중반에 퇴직해서 다시 새로운 시작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고령사회입니다. 고령화 정도는 총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인 고령인구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하는데요. 65세 이상이 14%~20%인 경우가 고령화 사회입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거라는 기사도 있더라고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이 되는 겁니다. 기대 수명도 증가되면서 노령인구 부양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요양과 돌봄 분야에 있어서 필요한 인력은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겠어요?
김인선: 맞습니다. 한국정부의 지원이나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돌봄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죠. 소영 씨 역시 지금은 고령시대라 적어도 취업 걱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요양보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마순희: 맞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한 일이기에 소영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요양보호사 일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소영 씨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사랑하는 딸과 함께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소영 씨를 꼭 빼닮은 딸이 올해 28살이 됐다는데요. 북한 같으면 시집을 가고도 남을 나이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아직도 결혼은 생각이 없다고 해서 고민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인 사랑하는 딸에 대한 믿음과 무한한 애정을 안고 그런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영 씨와 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오정연 씨가 생각났습니다. 지난 9월에 소개했던 정연 씨는 중국에서 헤어진 친정엄마를 찾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던 분으로, 한국정착 5년 만인 2013년에 그렇게도 그리던 어머니와 딸 모두를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김인선: 기억나요. 친정엄마와 딸을 데려오려고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요. 중간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고요. 남편과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정연 씨가 많이 속상해 했는데, 거의 10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고 했었죠?
마순희: 맞습니다. 저희가 정연 씨의 사례를 전할 땐 6개월 정도 됐었는데요. 며칠 전에 통화해보니 지난 12월 10일, 건강하게 둘째 딸을 출산했다고 하더라고요. 직장생활을 하던 정연 씨는 현재 육아휴직을 한 상태고,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한 후 지금은 집에서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인선: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들으니까 참 좋네요. 2021년을 빛내준 성공시대 주인공들 덕분에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 해봅니다. 내년에도 성공이라는 기준을 새롭게 써 나갈 많은 탈북민들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