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첨단 기술과 북한의 IT] 버스정보안내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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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인가 싶게 겨울이 떡하니 찾아왔습니다. 고향의 겨울을 추억하면 떠오르는 것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출퇴근을 하려고 평양 제1백화점 앞에서 끝도 없이 늘어선 버스대기 행렬입니다.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려 숱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하염없이 버스가 오는 쪽을 지켜보던 그 참담함을 말입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서울의 버스들은 열차처럼 정시에 딱 맞춰 출발하고 도착합니다. 서울 버스가 이렇게 세계 일류의 버스로 거듭난 데는 첨단 버스정보 시스템이 설치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남한은 물론, 미국과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가동되고 있는 버스 정보안내 기술의 발전상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양의 버스 정류장들에는 이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먼저 버스정보 안내기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면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들 평양역에 들어서면 행선지별로 열차들의 도착 시간과 출발 시간을 알려주는 전자 안내판이 있지요?, 커다란 LCD TV화면에 안내 글자들이 쭉쭉 올라옵니다. 그런데 글자대신 5분 안팎으로 도착하게 될 버스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작은 버스 그림이 버스들의 실제 주행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여 자신이 서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점점 다가오는 모습이 나타난다면 어떻습니까? 너무 좋겠지요! 정말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게 버스 노선별로 다 표시되고 심지어 잠시 후에 도착할 버스 종류와 차량번호, 노선번호, 정확한 도착 시간까지 꼬박꼬박 알려주니 더 이상 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버스 정류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아니면 어디서든 휴대폰과 컴퓨터만 있으면 서울시 버스정보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는 딱 한군데 즉 평양역에 열차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면 서울에는 몇 군데에 첨단버스안내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을까요? 그 숫자를 이야기 드리면 여러분 입이 딱 벌어질 겁니다. 서울에만도 버스 정류장이 6,451개가 되는 데 이 모든 정류장에 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말난 김에 서울버스에 대하여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서울 버스의 노선수는 373개이고 운행되는 버스가 모두 7,410대입니다. 여기서 노선수란 평양의 정백동행, 련못동행 버스들처럼, 출발지와 도착지가 정해진 노선에 따라 달리는 자리길인데 그게 373개나 된다니 상상이 되십니까?

이런 첨단 버스 정보안내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이를 뒷받침 하는 관련 기술들이 꾸준히 발전해 왔고, 특히 많은 돈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의 뉴욕이나 서울의 첨단 버스 안내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1천대에 가까운 고성능 컴퓨터와 작업용 컴퓨터 그리고 GPS 위성항법장치와 버스단말기 특히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수천 대의 버스들의 움직임은 버스마다 부착된 GPS에서 1초 단위로 감지되고 거기서 보내오는 자료를 수백 대의 고속 컴퓨터에서 처리되어 모든 정류장들의 버스 도착 시간을 계산해 냅니다.

또 이렇게 예상해낸 버스 운행 자료, 정류소별 예상 도착 정보들을 매 정류장들의 승객들과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모두에게 보내주는 수 백대의 작업용 컴퓨터들이 따로 돌아갑니다. 한편 버스 운전자들에게는 운전석에 설치되어 있는 단말기를 통해 앞차와 뒷차와의 간격을 통보해주고 도착 시간을 지키도록 정보를 제시해줍니다.

동시에 버스회사는 담당 노선을 달리고 있는 버스들의 운행상황을 초단위로 파악하여 엄청난 크기의 전광판에 띄어 놓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소프트웨어에 의해서 전 자동으로 작동되고 사람은 감시만 할 뿐입니다.

참 과학기술의 힘이 대단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효과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어마무시한 대수의 컴퓨터들을 돌려서 작동되는 버스 정보안내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편리할까요? 제가 앞에서 드린 이야기를 통해서 답은 이미 내렸을 것입니다. 한 마디로 승객이 무작정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해소 하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정보기기로든 필요한 노선과 환승 정보 검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승객은 버스만 타면 목적지까지 몇 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고 또 확인한 대로 버스는 딱 정시에 데려다 줍니다.

서울시내 버스에 한하여 집중적으로 말씀드렸지만 실제로 이런 첨단 교통정보 안내시스템은 남한의 항공, 고속철도, 열차, 지하철, 고속버스, 마을버스 할 것 없이 모든 교통수단들에 대하여 다 적용되었습니다.

끝으로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김정은과 노동당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정말 오로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한다면 지구촌의 대부분의 대도시들에서 보편적으로 가동되는 첨단 교통정보 시스템까지는 설치하지 못해도 최소한 평양의 심각한 교통문제를 풀어야 하고, 전국에서 운행되는 열차들이 거북이처럼 느려도 좋으니 정시에 도착하고 떠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럼 여기서 오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김흥광이었습니다.

진행 김흥광,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