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김정은이 방문한 영화 ‘쉬리’의 그 부대
( 진행자 ) 북한이 포병, 전차부대 훈련에 이어 공수부대라 할 수 있는 '항공육전병여단'의 훈련을 공개하며 대남 후방 침투 작전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앞서 훈련에 나온 '장거리 포병 구분대'나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땅크사단'은 북한 매체 보도에 많이 나왔던 부대인데, '항공육전병여단'은 생소한 명칭이다. 어떤 부대인가요?
( 이일우 ) 흔히 북한을 두고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를 보유한 나라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특수부대를 구성하는 여러 부대 종류 중 하나. 북한 특수부대 종류에는 저격, 경보병, 항공육전, 해상저격, 항공저격, 상륙돌격, 산악 등 7개 종류가 있고, 각 부대는 임무에 따라 각기 다른 편제와 전술, 장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은 육·해·공군별로 특수부대를 따로 운영해 왔었는데, 지난 2016년 편제 개편을 통해 각 군의 특수부대를 떼어내 특수작전군이라는 별도의 군종으로 통합했습니다. 해군, 공군에도 각각 2개, 3개 여단급 특수부대가 있지만,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육군 예하 부대로 이른바 폭풍군단이라고 불리는 제11군단입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쉬리’에 북한 특수부대로 등장하는 ‘특수 8군단’이 북한 특수부대 모체인데, 1980년대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편됐다가 1991년 제11군단 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폭풍군단은 저격여단 3개, 경보병여단 4개, 항공육전병여단 3개 등 10개 여단으로 구성됨. 저격 여단은 영어로 저격수를 의미하는 Sniper가 아니라 러시아어로 소총수를 의미하는 ‘стрелковая’ 라는 단어를 직역한 것인데, 미국의 그린베레, 한국의 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의 후방 타격 전문 침투작전부대로 김정일은 이 부대를 ‘벼락’이라고 불렀습니다. 경보병여단은 미국의 레인저, 한국의 특공연대와 비슷한 분류의 경보병 부대로 장비를 최대한 경량화해 오로지 도보로 최전선에서 침 투교란 작전을 수행하는 전력임. 김정일은 이 부대를 ‘번개’라고 칭했습니다.
김정일이 생전에 ‘우뢰’라는 호칭을 붙여준 항공육전병여단은 러시아의 공수군에 특수작전임무를 결합한 독특한 편성임. 임무는 항공기를 타고 후방에 침투해 후방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전력입니다.
공수부대이기 때문에 이번 김정은 참관 훈련에서도 항공기를 타고 낙하산으로 목표 지역에 강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지난번 포병이나 전차 훈련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차라리 안 보여 주느니만 못한 꼴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공권도 수송기도 없다 : 공수불가 상태인 북 공수부대
( 진행자 ) 항공육전병여단의 훈련을 직접 시찰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군대가 각 방면에서 전쟁에 철저히 준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전투동원태세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데 대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 했는데, 북한의 공수부대인 항공육전병여단, 유사시 한국 후방에 침투해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이 되나요?
( 이일우 ) 공수부대가 적 후방에 침투하려면 크게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합니다. 하나는 아군이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해 수송기가 적 후방 지역까지 비행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공수부대원들과 장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충분한 수송기 전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이들 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서 항공육전병여단 병력이 타고 등장한 항공기는 소련제 IL-76MD 모델로 기체 시리얼 넘버를 추적해 보면 1990년까지 3대가 북한에 인도된, 30년 넘은 노후 기체입니다. IL-76MD는 구소련 공수군을 위해 개발된 파생형이지만, 북한이 구입할 당시에는 민수형으로 도입해 지금은 고려항공이 된 조선민항사에 납품됐기 때문에 원래 설치됐던 기관포나 생존장비 등이 제거된 깡통 기체입니다.
IL-76MD는 나름 대형 수송기에 속하기 때문에 최대 40톤 정도 화물을 실을 수 있고, 공수부대 탑승 정원은 90명이지만, 최대로 구겨 넣으면 270명까지 탑승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IL-76은 정상적인 공수 작전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우선, 제공권 장악이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제아무리 용을 써도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제공권을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즉, 전장 상공에 한·미연합군 전투기가 득실대고, 지대공 미사일이 도배되어 있는 상황인데, 이런 곳에 아무 방어 장비 없는 수송기가 들어가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돌격해도 문제임. IL-76에 낙하산과 무기를 휴대한 공수부대원을 실을 경우, 90명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한 모든 IL-76을 동원해도 최대 실어 나를 수 있는 병력의 숫자는 270명에 불과함. 문제는 북한이 가지고 있던 3대의 IL-76 가운데 1대는 조기경보기로 개조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동원 가능한 IL-76은 2대뿐입니다. 이번 훈련에 단 2대만 나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북한 항공육전병여단은 주력 침투수단으로 북한 주민들이 ‘우뚜바’라고 부르는 소련제 AN-2를 300대 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AN-2는 1대에 10명 정도 탑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만 동원해도 최대 3천여 명을 침투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과거에 이 기체는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 레이더에 안 잡히는 공포의 저공침투기라는 유언비어가 돌았지만, 실제로는 날개가 2중으로 되어 있는 복엽기라서 레이더에 아주 잘 잡힘. 북한에서 ‘우뚜바’를 본 주민들은 잘 알겠지만, 느려터진 주제에 소리도 엄청나게 시끄러워서, 은밀한 침투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최근 한국군은 보병들에게 배율 광학조준경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우뚜바’는 걸렸다 하면, 소총 사격으로도 제압이 가능합니다. 격추는 어려워도 동체가 워낙 얇기 때문에 소총 몇 발만 쏘면 그대로 관통되어 내부 인원 살상이 가능합니다. 한국은 전방 지역에 엄청난 숫자의 발칸과 신궁, 각종 대공 무기를 깔아놨는데, 드론과 달리 느리고 덩치도 큰 AN-2는 무슨 짓을 해도 자력으로 후방 침투 비행이 불가능합니다.
북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라, 지금은 AN-2를 병력 침투용보다는 로켓을 장착한 지상 화력지원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항공육전병여단은 항공으로 침투하고 싶어도 침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이것은 특수부대 훈련인가 손발 안맞는 우당탕쑈인가
( 진행자 ) 침투자산이 부족해도 특수부대이기 때문에 산악 지형이나 바다 등으로도 침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군도 북한군 특수부대를 이른바 '적 5대 위협'이라고 평가하고 있지 않나요? 이번 훈련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전투 능력, 어떻게 평가하나요?
( 이일우 ) 북한은 이번 훈련에 신형 전투복과 군장류를 착용한 항공육전병 병력들을 동원하고, 실제 사격과 연막탄 연출까지 신경 쓰며 나름대로 뭔가 보여주려고 했지만, 역시나 또 선전용 사진을 찍느라 혈안이 되어 여러 가지 문제들을 노출했습니다.
우선,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병력과 지상에서 사격자세를 취하고 철조망을 극복하는 등 액션 연기를 했던 병력이 다릅니다. 이번 훈련은 Static line jump라고 해서 강하의 여러 유형 가운데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강하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수부대는 고공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채 항공기에서 이탈해 일정거리를 자유낙하한 뒤 낙하산을 펴는 HAHO나 HALO 형태로 강하하는데, 북한의 이번 강하는 특수부대의 강하가 아니라 공수 교육을 처음 하는 교육생들이나 하는 형태의 Static line jump였습니다. HAHO나 HALO는 점프 후 대원 개개인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낙하산 개방 타이밍을 잡는 방식인데, Static line jump는 낙하산 개방 고리가 항공기에 연결돼 있어 낙하 후 3~4초 지나면 자동으로 낙하산이 펴집니다. 즉, 수송기 자체도 레이더 반사가 큰데, 연이어 펴지는 낙하산들의 레이더 반사면적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은밀 침투와는 거리가 먼, 말 그대로 대규모 공정작전이나 훈련 때나 쓰는 초보적인 강하법입니다.

웃긴 것은 분명 하늘에서는 수송기에서 점프하는 병력들의 낙하산이 연이어 펴지고 있는데, 땅 에서는 연막탄을 펴고 철조망을 뛰어 넘으며 사격자세를 취하는, 심지어 낙하산도 접지 않은 병력들이 나옵니다. 즉, 지상에 있던 인원들은 연출 사진을 찍기 위해 지상에 대기했던 인원들이라는 것입니다.
병력 개개인의 장비와 전술도 코미디였습니다. 공수작전은 적 후방 작전이기 때문에, 낙하산 외에도 개인 휴대 군장 품목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선전 사진에 나온 장병들 가운데 침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배낭이나 추가 물자, 심지어 원거리 통신을 위한 통신장비를 휴대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적 후방에 고립돼 작전하는 특수부대는 아군 전차나 항공기 화력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1개 분대, 또는 팀에 소총은 물론, 경기관총과 저격총, 유탄발사기, 대전차무기 등의 여러 화기들이 함께 편성되어야 하는데, 사진 속에 등장한 군인들은 모두 88식 보총만 들고 있었습니다. 일부 대원 들이 GP25 40mm 유탄발사기를 총열 아래 장착한 모습이 식별되기는 했는데, 웃긴 것은 유탄 발사기를 휴대한 대원도 일반 소총수와 똑같은 전술조끼를 착용하고 예비 유탄용 파우치를 단 1 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평지에서 가상의 적 건물을 모사한 벽을 향해 점프까지 하며 마치 6.25 전쟁 때 고지점령 전투를 할 때처럼 돌격을 하는데, 공수부대, 이것은 이 훈련을 기획한 사람이 특수작전의 기본이 기도비닉, 즉 병력들의 존재를 최대한 숨기고 은밀하게 적에게 접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얘기임. 현재 특수작전군 사령관은 리봉춘 중장으로 이 사람은 원래 보병 출신이고, 자강도 지역 후방 치안유지 부대인 12군단장이었다가 사령관이 됐는데, 김정은, 김주애 부녀에게 잘 보이려다가 특수부대인 항공육전병여단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훈련에 집착하는 것도 다 계획이 있다
( 진행자 ) 최근 북한이 여러 군사 훈련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려고 애를 쓰는데, 역효과만 나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최신 장비와 전술을 분명히 참관하고 배우는 바가 있을 텐데 자신들의 약점만 노출시키는 이러한 공개 군사 활동을 왜 계속한다고 보나요?
( 이일우 ) 최근 북한군의 훈련들은 전문가들이 보면 엉성하고 황당한 문제와 결함들을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지만, 무기체계나 전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보기 에는 그저 멋있고 위압감이 느껴지는 무력시위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항공육전병 훈련은 온갖 특수효과가 동원된 한 편의 영화 같았는데, 실제 공수훈련을 받았거나 특수작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몰입해서 감탄하면서 봤을 것입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세를 과시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면 사소한 결함이나 시비거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선동은 단 한 줄의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고, 반박을 하려할 때 이미 대중은 선동당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일단 사진과 영상으로 지르고 볼 뿐이고, 나중에 반박자료를 굳이 찾아서 보지 않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선전 자료를 보고 압도당하거나 감탄을 하면서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함.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탁월한 영도력으로 핵 강성대국을 완성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재래식 군사력까지 현대화하고 강화했다는 선전입니다. 앞으로 북한은 계속해서 이런 선전용 이벤트를 준비하고, 공개할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선전 효과를 누리겠지만, 장기적으 로는 한미연합군에게 그들의 약점만 더 많이 노출하게 되는 역효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