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한군인 수배” 러시아군의 충격적인 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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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 피해가 점점 늘고 있는데, 최근 러시아군에서 아주 충격적인 포고문이 발표됐습니다. 전선에서 함께 싸우는 전우 관계인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서로 싸우다가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이일우 )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도 대화가 잘 안 되면 다툼이 생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쟁터에서 구성원 간 의사소통은 정말 중요한데, 외모나 언어,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른 북한군과 러시아군 병사들을 하나의 집단에 묶어 놓으면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러시아군이 모든 전선의 일선 부대에 북한군 탈영병에 대한 포고문을 하달한 것은 지난 1월 중순이었습니다. 포고문에는 쿠르스크 전선의 볼쇼이 솔다츠코예(Большое Солдатское) 마을에서 북한 군인들이 사전에 모의해 러시아군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몽타주와 함께 공개된 북한군 무장 탈영병은 3명으로, 이들은 러시아군 제810근위해군육전여단에 배치된 인원들이었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서 흘러나온 정보들을 취합해 보면, 이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탈영을 준비했고, 관리병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군인 5명을 총격전 끝에 사살하고 총기와 실탄, 수류탄 등의 무기를 탈취해 탈영했습니다.
러시아는 군사경찰과 국가근위대, 경찰 등을 동원해 이들을 쫓고 있는데, 이들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벗어나 인근의 브랸스크, 벨고로드, 오룔 등의 다른 주로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 부대에 수배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러시아 측은 이들이 무장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발견하면 개별적으로 조치하지 말고 담당 부서에 보고하라고 전하고 있는데, 사건 발생 3주가 넘도록 잡지 못한 것을 보면 이들은 이미 다른 지역 또는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으로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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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품을 둔 살벌한 북∙ 러 생존경쟁
( 진행자 ) 사전에 치밀하게 무장 탈영, 그것도 러시아군을 살해하고 탈영할 생각을 하고 이를 준비할 정도라면 전장에 배치된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대해 불만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보통 전장에서 함께 싸운 동맹군을 혈맹, 피를 나눈 전우라고 부르는데, 북한군과 러시아군은 그런 관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편인데 왜 이렇게 갈등과 반목이 심한 것인가요?
(이일우) 지난 12월 초,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에서 러시아군 통신을 감청해 얻은 정보가 하나 공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쿠르스크 돌출부 동부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 제11근위공중강습여단에서 보급품, 특히 식량 분배 문제가 발생해 북한군 일부 병력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보급품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고, 이 때문에 일촉 즉발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러시아는 레닌그라드 군관구 지원담당 부사령관인 '메블류토프 소장' 이라는 인물을 급파해 부대 창고를 열고 북한군에 식량을 나눠준 적이 있었습니다.
전선의 러시아군이 보급품 부족에 시달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전쟁은 무기와 탄약을 구매하고 이를 유지하는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만, 그 장비들을 전선에 투입해 전투를 벌이는 순간부터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장비를 굴리는 부품, 연료부터 장병들의 인건비, 수당, 죽거나 다친 장병들에 대한 보상, 의료서비스 등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갑니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경제가 휘청인 적이 있었는데,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경제 내구성을 가진 러시아가 이런 전쟁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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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6월에 터진 바그너그룹의 반란도 보급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러시아는 2022년 가을 부터 2023년 봄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라는 곳에서 엄청난 손실을 입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바흐무트는 처음에는 러시아 육군이 들어갔다가 대패했고, 이후에는 공수군이 들어갔는데, 공수군도 참패하자 그 뒤에 들어간 것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푸틴의 개인 사병조직, 바그너그룹이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일반 정규군보다 괜찮은 전투력을 보여주며 결국 바흐무트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는데, 이 과정에서 함께 작전했던 육군, 공수군 부대와 수시로 충돌했습니다.
당시 프리고진은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세르게이 쇼이구,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 이유는 바그너그룹이 보급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프리고진은 쇼이구와 게라시모프가 탄약을 주지 않는 바람에 수백명의 부하가 죽었다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실제로 바흐무트 지역에서는 보급품을 두고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 사이에 교전까지 발생했습니다.
당시 서로 교전까지 했던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그룹은 모두 러시아인들이었습니다. 바그너그룹의 구성원들은 러시아군 출신인 경우가 많았고, 지휘관들끼리 서로 친구인 경우도 있었는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보급품을 가지고 다툴 정도로 러시아군의 보급 사정은 열악했습니다. 그때보다 보급 사정이 더 나빠진 지금, 친구에게도 주지 않은 보급품을 러시아 내에서는 인종차별의 대상인 동양에서 온 북한인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사살한 북한군 시신이나 포로들의 소지품을 수색해보면, 예비 식량은 거의 없고, 소량의 탄약과 자살용 수류탄만 나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군들이 러시아군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전장의 아슬아슬한 북러관계 사자성어 : 일촉즉발
( 진행자 )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보급품 문제도 있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이 북한군을 소모품 취급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전장으로 내몰아서 북한군 장병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요?
( 이일우 )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에서 여러 차례 쿠르스크 전장의 북한군 상황에 대해 소개한 바 있는데,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지역은 기본적으로 평야가 많습니다. 영토가 좁은 북한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 그대로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대평원의 지평선을 어디서나 볼 수 이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모든 러시아군은 기본적으로 뭐가를 타고 다니게 돼 있습니다. 거의 모든 러시아 지상기동부대의 부대명에는 '기계화' 또는 '차량화'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기계화부대는 궤도형 장갑차를 타고 다니는 부대고, 차량화부대는 차륜형 장갑차를 타고 다니는 부대입니다. 심지어 러시아군에는 공수군에도 장갑차가 있습니다. 땅이 워낙 넓기 때문에 전장도 넓고, 사람이 걷거나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뭔가를 타는 것이 모든 전술의 기본이 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전차, 장갑차가 너무 부족해서 민간 차량이나 오토바이, 심지어 농업용 트랙터, 자전거, 전동 킥보드 같은 것들을 타고 다닙니다. 러시아군에게조차 지급할 장갑차나 차량이 없는데 보급 우선순위가 한참 뒤에 있는 북한군에게 그런 기동장비를 줄 수 있는 여력은 없습니다. 당연히 북한군은 드넓은 평야를 뛰거나 걸어서 돌격해야 합니다. 시속 70~80km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 차량들은 포격이나 드론 공격이 있으면 최고속도로 달려서 도망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보병이 그러한 속도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북한군도 계속 전투를 치르면서 이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이 먼저 총알받이, 드론 미끼로 쓸려나가면 그 뒤에 러시아군이 장갑차나 차량을 타고 투입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보급품도 없이, 최소한의 탄약만 주고 우크라이나군이 훤히 내려다보고 있는 은폐 엄폐 불가능한 개활지에 들어가라는 명령은 곧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북한군이 아무리 사상 무장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이 죽으러 가라는 이러한 명령에까지 순응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군 운명 : 자폭하거나 내부총질에 당하거나
( 진행자 ) 보급품 분배에 대한 불만부터 자신들을 총알받이로 쓰는 것에 대한 불만까지,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군에 적개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전장에서는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공격 하는 사건들도 보고되고 있다고요? 이래서 두 나라 군대가 제대로 싸울 수는 있겠나요?
( 이일우 )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북한군을 생포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최근 일부 외신을 통해 당시 작전 상황에 대한 설명 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북한군이 무조건 죽어야 하는 운명이었다는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공식적으로는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살된 북한군 시신이나 포로로 잡힌 북한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 자치공화국의 동양계 주민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나 북한 모두 북한군 장병이 포로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 병사가 포로로 잡힐 가능성이 보이면 어떻게 대응 하라는 지침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북한 장병들에게 내린 지침은 ‘자폭’입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북한군 병사들은 포위돼 생포될 것 같으면 가장 먼저 수류탄부터 찾는 행동을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은 이들이 자폭 지침을 받았고, 이를 어길 경우 본국에 있는 가족들이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지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장병들이 자폭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나섬. 지난 1월 초,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부상병 2명을 생포했을 때도 러시아는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군 진지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은 바 있습니다. 북한군이 돌격하거나 진지 방어 임무를 수행할 때는 그렇게 포탄을 아끼면서도, 북한군이 잡힐 것 같으면 포탄을 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일선 러시아 지휘관들도 북한군 장병 들이 포로로 잡히면 안 된다는 지침을 받았을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지금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은 그저 소모성 총알받이이고, 러시아군은 그런 총알받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감춰야 하는 전쟁 범죄자들입니다. 이런 관계에 있는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일반적인 인식의 ‘연합작전’이라는 것을 펼 수 있을 턱이 없고, 서로 적대시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상항입니다. 북한군과 러시아군의 이러한 관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고, 이는 추가 파병이 이루어지더라도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