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NHK “북러 무인기 공동개발, 북한서 올해 양산”
( 진행자 )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가장 큰 우려는 러시아가 북한에게 파병 대가로 첨단 군사 기술을 전수해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현대전의 총아'로 급부상한 드론 분야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하기로 했다고요?
( 이일우 ) 일본 NHK가 지난 주, 북러 관계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가 무인기 관련 분야 기술 협력을 시작했다고 보도하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미 양측은 무인기 공동 개발을 거의 마무리했고,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해당 보도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어떤 유형의 무인기를 개발하고 양산하는지 북한과 러시아 양측이 군사과학기술 협력을 천명한 것이 2023년이고, 북한에서 러시아 드론과 유사한 모델이 등장해 시험 평가가 진행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2024년 여름입니다. 즉,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 간다는 그 드론은 지난 2024년 8월에 북한이 공개한 ‘랜싯(Lancet)’과 ‘하롭(Harop)’ 유형의 자폭 드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군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자폭 드론 중 하나인 랜싯은 AK 소총으로 유명한 총기회사 칼라시니코프 그룹의 자회사가 만든 ‘배회탄약(Loitering munition)’입니다. 배회탄약은 전장 상공을 배회하다가 표적이 발견되면 달려들어 자폭하는 무기인데, 최근 심각한 포병 부족 문제에 직면한 러시아군이 사용을 크게 늘리면서 공급이 많이 부족해진 상황입니다.
하롭 유형의 드론은 아직 러시아군에서는 식별되지 않았는데, 랜싯보다 날개 면적이 크기 때문에 체공시간 면에서는 랜싯보다 더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가 기술을 협력해 북한과 공동 생산 한다는 드론은 바로 이 모델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더해 아직 북한에서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공급이 정말 부족한 장거리 자폭 드론이 있습니다. 이란이 샤히드-136(Shahed-136)이라는 명칭으로 러시아에 약 2,500대 이상 판매했고, 러시아가 복제해 게란-2(Geran-2)라는 이름으로 생산 중인 장거리 타격용 무기인데, 이 모델도 북한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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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도 러 통해 자율비행 , 항법 장치 무인기 확보
( 진행자 ) 앞서 소개한 드론들은 최신형이니만큼 기존에 북한군이 가지고 있던 드론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월등히 뛰어날 것 같은데, 랜싯과 하롭, 게란-2와 같은 드론들은 기존 북한 드론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어떤 부분이 더 우수한가요?
(이일우) 북한이 무인기라는 분야에 처음 손을 댄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만든 수출용 무인기 D-4라는 모델을 가져와 복제했고, 방현-1형, 방현-2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주로 대공 사격 훈련 때 표적으로 썼습니다. 소련에서 들여온 프첼라-1T(Pchela-1T) 모델이나 Tu-143 무인기의 수출형인 VR-3도 단거리 정찰용으로 썼습니다. VR-3의 경우 소련이 정식으로 공급한 것이 아니라 시리아에 수출된 것을 밀수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습득했는데, 시리아에서 VR-3 드론이 들어올 때 미국제 MQM-107D라는 무인기도 함께 들여와 이를 복제한 '자폭형 무인타격기'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MQM-107D는 고속 무인 표적기로 쓰는 드론인데, 속도가 시속 925km에 달하고, 비행거리도 최대 800km 정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지상 통제소에서 무선 신호로 원격 제어하는 방식의 무인기였기 때문에 유도장치 개발 능력이 없던 북한에서는 선전용으로만 몇 번 등장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넘겨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들과 기존 북한 보유
드론들의 가장 큰 차이는 자율 비행 능력과 항법 시스템입니다. 일반인들이 취미용 또는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드론들은 대부분 가시거리 내에서 무선으로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군사용 드론의 경우 가시거리 밖, 짧게는 수 킬로미터에서 멀게는 1,000km 넘게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 되기 때문에, 자율 비행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드론이 스스로 비행하기 위해서는 관성항법장치, 위성항법장치, 원격으로 제어되는 전자광학장치 등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자신의 위치와 표적 위치, 비행 속도와 비행 경과 시간, 고도 등 여러 데이터를 계산해서 엔진 추력이나 날개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실 러시아도 드론용 항법장치와 자율비행장치를 자체 생산하던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랜싯 드론의 경우 우크라이나군이 추락한 드론을 회수해서 분해해 보니 미국 NVIDIA, AMD 같은 업체가 민수용으로 제작한 칩들이 대거 적용돼 있었고, 일부 장치에서는 이를 카피한 중국제 모조품이 들어 있었습니다.
장거리 자폭 드론인 샤히드-136의 경우도 이란산, 러시아산으로 선전됐지만, 내부 구성품은 독일제 피스톤 엔진을 이란이 복제한 모조품, 미국과 영국, 중국에서 생산된 민수용 부품들이었습니다. 민수용 부품이라고는 하지만 전자, 전기 기계 산업이 매우 취약한 북한에서는 자체 개발이나 생산이 어려운 부품들이고, 그 부품들을 조합하더라도 이 부품들을 유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합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수받는다는 드론 기술은 러시아가 그래왔던 것처럼 상용 부품들을 이용해 군용 드론을 제작하는, 좀 더 정확히는 그런 군용 드론을 아주 저렴하고 대량으로 만드는 노하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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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드론협력' 핵심은 북에 러 전쟁용 '생산기지' 구축
( 진행자 ) 드론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북한이 스스로 구해서 제작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고 러시아와 협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방식으로 협력하면 북한이 그동안 갖지 못했던 최첨단 드론 기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죠?
( 이일우 )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드론 관련 기술자들이나 한국에서 드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공통된 견해가 있습니다. 군사 규격, 일명 'MIL-SPEC'이 적용된 일부 제품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드론들은 시중에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부품들을 사용해서 제작하고, 그 부품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 공급된다는 것입니다.
MIL-SPEC이 적용된 첨단, 고가의 드론들은 미국의 MQ-9 리퍼나 RQ-4 글로벌호크와 같이 수천 킬로미터의 항속거리를 갖고 고도의 보안이 적용된 위성통신시스템으로 지구 반대편에서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다양한 센서, 무장이 통합된 대단히 복잡한 시스템이지만, 지금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드론들은 그런 최첨단과는 거리가 먼 제품들입니다. 앞서서 소개한 것처럼 랜싯이나 게란-2 모두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용 전자부품들로 만들어졌고, 사전에 입력된 좌표에 따라 비행하는 아주 단순한 항법장치에 상용 전자광학카메라와 데이터 송수신 장치를 붙여서 종말 단계에서 정밀 유도를 하는 그런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유형의 드론은 부품을 구하기도 쉽고, 인터넷에서 제조법을 찾기도 쉽습니다. 문제는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인데,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소프트웨어 코드를 직접 짜거나 인터넷에서 구해 약간의 수정을 가한 뒤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오래 전부터 ‘평양항공구락부’라는 것을 만들어 리모컨 조작 방식의 RC 비행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무인기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부품 수급 능력과 대량 제조 노하우 말고는 이런 단순 드론 분야에서 러시아가 북한보다 크게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북한이 도대체 무슨 협력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협력의 본질은 ‘위탁생산’입니다. 북한에 생산 공장을 만들어 러시아군이 쓸 드론을 북한에서 생산해 조달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인해전술을 펴고 있는 러시아는 공식 동원령 외에도 비공식 동원과 징집 등으로 청년층 인구, 특히 노동 가용 인구가 급감했습니다. 전쟁 발발 1년 후인 2023년 4월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제조업 분야 고용인구가 28%p 감소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후에는 외신 보도를 통해 러시아 제조업 전반이 붕괴도고 있고, 특히 군수공장의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고 나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무기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2023년 여름부터 소수민족 자치공화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동원해 드론 생산 공장의 조립 인력으로 쓸 정도입니다.
하지만 생산 라인을 북한으로 돌리면 드론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일단 인건비가 매우 싸고, 밤낮으로 공장을 돌려도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부품 공급처인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중국에서 부품을 대량으로 조달해서 북한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드론을 조달하면 러시아 국내에서 생산할 때보다 더 싸게, 더 많이, 더 빨리 드론 조달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러시아 드론 협력은 ‘협력 사업’으로 포장한 위탁 생산이라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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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드론 대비위해 저고도 방공망 구축 서둘러야
( 진행자 ) 북한이 러시아 드론의 대량 생산 기지가 되면 이렇게 생산된 드론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북한 군에 배치돼 한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게란-2'나 '랜싯' 같은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해 최전선에 배치하면 한국은 대응할 방법이 있나요?
( 이일우 ) 게란-2는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자폭 드론, 랜싯은 휴전선 인근 전술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용 타격 드론임. 북한이 이들 드론을 사용할 경우 평시 국지도발 상황에서 쓰는 시나리오, 전시 방사포, 전술탄도탄, 순항미사일 등의 여러 무기와 섞어 쏴서 한국의 방공망에 과부하를 거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방공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드론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려움. 각 군별 이기주의 때문에 통합 방공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점도 있고, 한국이 보유한 저고도 방공 센서와 요격무기들은 과거 헬기나 AN-2 같은 항공기 위협을 상정해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드론 대응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정부가 전향적으로 현행 방공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을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대량 드론 공격에 나섰을 때 이를 막는 것이 매우 어려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이 생산할 자폭 드론 들은 상용 부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자율 비행을 위해 GPS나 베이더우, GLONASS 위성항법시스템을 씁니다. 이런 위성항법시스템을 쓰는 드론들은 일일이 요격할 필요 없이 휴전선 전 지역에 Spoofing을 실시하면 됩니다.
위성항법장치는 여러 개의 항법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수신해 그 신호 도달 시간을 계산해 자신의 위치를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상업용 GPS, 베이더우, GLONASS의 위성 주파수는 모두 공개돼 있기 때문에, 해당 주파수에 맞춰서 방해전파를 쏴주면, 드론의 항법장치가 자신의 위치를 착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Spoofing을 좀 더 정밀하게 하면, 해당 드론을 유턴시켜 다시 북한으로 날아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현재 우크라이나가 사용 중이고, 러시아가 매일 수십 대씩 날려 보내는 게란-2 드론 중 적게는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이 이런 식으로 러시아 영토로 유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임기응변이기 때문에 북한이 드론에 돈을 좀 더 써서 항재밍 장치를 달면 무력화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Spoofing 전력을 구축해 급한 불을 끄고, 서둘러서 저고도 방공망 재구축에 들어가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