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우크라 ‘마녀 드론’에 북 ‘주체포’ 200문 순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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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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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 드론에서 투하하는 RKG-3 개조 폭탄 /출처: 우크라이나군

북 자주포 200문, 러 전장에 실전 투입

( 진행자 ) 최근 한국 국방부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200문 이상의 장사정포를 지원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 공급 포병무기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은 물론이고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지역인 동부전선 루한스크 지역에서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제 러시아군이 북한제 자주포를 본격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것인가요?

( 이일우 )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병 무기, 그 중에서도 장사정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처음으로 흘러나온 것은 러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러시아 파르티잔 네트워크인 ‘Atesh’였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에 러시아 사라토프 지역에 있는 고등포병지휘학교에 러시아군 편제에 없는 신형 자주포가 들어왔고, 북한 교관들이 러시아군에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첩보를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에 보냈습니다.

11월 14일에는 시베리아 지역의 크라스노르스크역을 통과하는 북한제 자주포가 식별됐고, 18일에는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북한제 M1989 ‘주체’ 자행곡사포가 처음으로 노출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포병무기가 주체포와 240mm방사포를 합쳐 70여 문이라고 보고 있었는데, 지난 2월 11일, 한국 국방부는 전체 장사정포 공급 규모가 200문이 넘는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서방제 무기 공급 사례를 봤을 때, 새로운 무기체계 운용법을 교육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적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입니다. 10월부터 북한제 무기 운용 교육이 시작됐고, 11월에 대량 반입이 시작됐다면 2~3개월이 지난 시점인 1월부터 2월 사이에는 본격적인 실전 배치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자주포는 구경이 크고, 사거리가 길기 때문에 러시아군 분류상 ‘중포병’ Heavy artillery로 분류되고, 보통 중포병연대나 중포병여단 편제로 배치됨. 이러한 부대는 사단급 이상 규모의 기동부대에 대한 화력지원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동안 그 역할을 해왔던 러시아제 2S7 203mm 자주포가 워낙 소모가 심해서 북한제 170mm 주체포는 2S7의 대체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 군은 왜 하필 자주포를 우크라 사정권에 배치했을까 ?

( 진행자 )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자주포를 드론으로 파괴했다면서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자주포는 분명 장사정포인데, 우크라이나군이 이 자주포를 파괴한 위치는 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 자주포를 도대체 왜 이렇게 전진 배치한 것인가요?

(이일우)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북한제 자주포를 파괴했다고 밝힌 곳은 동부전선의 격전지 중 한 곳인 쿠퍈스크 지역입니. 이곳은 러시아 지상군 중에서도 최정예 전력으로 분류되는 제1근위전차군 주도로 오랫동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인데, 수풀지대와 크고 작은 하천이 많아서 러시아군이 공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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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제412네메시스연대 바바야가 드론의 러시아군 '토르' 방공시스템 파괴 /출처: 우크라이나 군

러시아는 개전 초, 사흘 만에 쿠퍈스크를 점령했는데, 2022년 가을, 우크라이나가 고속 기동전을 통해 열흘 만에 도시를 되찾는데 성공했고, 2023년 봄부터 2년째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세를 진행하고 있지만, 2년 동안 10km 남짓 진격했을 정도로 러시아가 고전을 겪고 있는 지역입니다.

러시아가 압도적인 우위의 전력을 동원하고도 2년째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형의 영향이 큽니다. 이곳은 오스킬강을 비롯한 크고 작은 하천이 많아서 다리만 몇 개 끊어져도 부대 이동이 어려워지는 곳이 많고, 쿠퍈스크시 동쪽을 거대한 숲이 성벽처럼 가로막고 있어서 기갑부대 진격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로 포병과 드론에 의한 전과가 많이 나왔습니다. 러시아군이 전차와 장갑차를 몰고 공격해 들어가면, 전투 양상은 두 가지 형태로 전개됩니다. 러시아군이 하천과 숲을 피해서 도로로 기동하면, 우크라이나군은 그 도로에 지뢰를 깔아 선두 차량을 돈좌시킨 다음, 박격포와 드론 공격을 퍼붓습니다. 러시아군이 숲으로 돌격해 들어가면 사람이 걷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기동력이 둔화되는데, 이렇게 드린 기동부대는 포병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이 지역에 많은 수의 포병을 배치해 화력으로 기동로를 뚫으려고 시도 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자주포로 그 포병들을 사냥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야포들은 서방제 155mm 자주포보다 사거리도 짧고, 명중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굉장히 많은 포병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지역에서 공세 작전을 이어가려면 포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참호나 지뢰원, 장애물을 포병 화력이 파괴해주지 않으면 가뜩이나 지형 조건이 나쁜 이곳에서 러시아군 기동부대가 진격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이곳에 북한으로부터 대량 수입한 자주포를 투입한 것입니다. 북한의 170mm 자행곡사포는 공식 제원상 사거리가 50km가 넘지만, 이러한 포병무기는 사거리와 비례해 원형공산오차가 커집니다.

원형공산오차는 10발의 포탄을 쐈을 때 그 중 절반이 떨어진 탄착점의 반경을 의미합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명중률이 높다는 것인데, 50km가 넘는 거리에서 쏜 북한 주체포의 원형공산오차는 킬로미터 단위로 보고될 정도로 명중률이 형편없습니다.

러시아가 명중률을 높이는 방법은 최대한 근거리에서 쏘는 것입니다. 사거리가 줄어들수록 원형 공산오차가 조금이라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주포를 전선에서 20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까지 전진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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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또 한 가지 주목해 할 점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제 자주포를 파괴하는데 사용한 무기가 바로 드론이라는 것입니다. 일명 FPV 드론이라고 해서 근거리에서 전술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드론이 북한제 자주포를 파괴한 것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이일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포병무기는 지상군이 근거리에서 총을 쏘며 싸우는 최전선에서 수십 킬로미터 후방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10~20km, 혹은 그보다 더 먼 거리의 후방에 배치되는데, 이 때문에 포병 간의 대화력전, 즉 포병이 적 포병을 잡는 전투는 해당 무기체계의 최대사거리 인근에서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122mm 곡사포의 사거리는 17~21km 정도인데, 이러한 곡사포를 공격 하는 우크라이나군 155mm 자주포들은 30~40km 이상 거리에서 포탄을 쏩니다.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 자주포를 잡기 위해 50~70km 이상 거리까지 날아가는 300mm 방사포를 사용합니다.

대화력전을 수행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전력은 공중에 떠 있는 전투기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투기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대화력전은 대구경 장사정포나 방사포에 의존해 왔습니다. 드론이 전장에서 매우 큰 위력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형 FPV 드론은 30분 정도 비행하고, 컨트롤러와 전파 통달거리도 10km 안쪽이기 때문에 드론 운용병이 위험을 감수하고 최전선까지 전진하지 않는 이상 적 포병을 잡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크라이나군은 FPV 드론을 이용해 후방에 있는 러시아군 북한제 장사정포를 파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작전을 수행한 부대는 드론부대로 창설돼 최근 독립연대 규모까지 확대 개편된 제412네메시스 연대입니다. 이 부대는 소형 드론부터 대형 쿼드콥터 드론까지 다양한 유형의 FPV 드론을 운용하는 부대인데, 지난해 10월부터 최대 3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일명 ‘바바가’ 폭격 드론을 도입해 후방 타격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바야가 드론은 슬라브 민족 설화에 나오는 마녀를 뜻하는데, 이 드론은 최대 시속 80km까지 날 수 있고, 최대 18kg의 각종 폭탄을 달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여기에 박격포탄, 수류탄, 개조한 대전차 지뢰 여러 발을 달아서 폭격하듯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그동안 이 드론은 최전선에 있는 러시아군 참호나 차량을 공격하는데 주로 사용돼 왔는데, 지난해 말부터 배터리, 송수신장치를 개조해 비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려 러시아군 후방 지역에서 포와 방공무기를 공격하는데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야간 작전 중 북한제 주체포를 발견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박격포탄을 투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주체포는 장갑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 박격포탄 1발 피격만으로도 완전히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공격 성공 사례는 우크라이나가 이제는 야포 대신 비행거리가 늘어난 FPV 드론으로 대화력전을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러한 드론의 등장으로 이제 러시아 군은 북한제 주체포를 더 뒤로 물려서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습니다. 이는 포병 사격의 명중률 저하로 이어지고, 북한제 포병무기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북 ‘부실’ 자주포 떠안은 러의 ‘진퇴양란’ 딜레마

( 진행자 ) 자주포라는 무기는 스스로 달릴 수 있는 대포여서 견인포보다 훨씬 기동성이 뛰어나지 않나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주체포도 북한말로는 자행곡사포, 즉 자주포인데 우크라이나 드론이 날아오기 전에 신속하게 위치를 바꾸면 생존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 이일우 ) 이 주체포가 러시아군에 공급됐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이 포가 명중률이나 연사 속도, 신뢰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을 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 포는 자행곡사포지만, 자행곡사포라고 부르기 어려운 치명적인 단점이 많습니다.

모든 대포는 쏘기 전에 ‘방열’을 해야합니다. 방열이란 대포를 표적 방향으로 가지런하게 놓는다는 의미인데, 방열 작업은 정차 후 자신의 좌표와 표고, 즉 해수면 기준으로 어느 정도 높이에 있는지 파악하고, 표적 방향으로 대포의 사각과 고각을 정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포병 사격 준비 영상을 보면 대포를 땅에 고정시키고, 포신 옆에 있는 레버를 부지런히 돌려서 대포의 각도를 맞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대 자주포들은 차량 정차 후 버튼만 몇 개 누르면 자동으로 표적 방향으로 포신이 돌아가며 자동으로 방열이 됩니다.

그런데 북한 주체포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 포는 높은 압력으로 포탄을 발사하기 때문에 발사 반동이 매우 큰데, 이에 반해 차체가 가볍고 서스펜션 성능이 형편없어서 사격전에 반드시 스페이드라는 고정대를 내리고 땅에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합니다. 물론 고정시키려면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파서 스페이드를 내린 뒤 그 위에 흙을 덮고 밟아주어야 합니다.

사격 후에는 다시 이를 접고, 포신을 내려 고정대에 붙여야 하는데,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면 포탄 1발을 쏘는데도 15분이 넘게 걸립니다. 15분이면 한국의 Kh-179 견인포의 방열 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주포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수준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제 자주포는 펴고 접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동성이 형편없고, 드론이 날아오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자주포를 대량으로 가져간 러시아군에게는 이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어차피 드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날아올 수 없는 40~50km 이상의 후방까지 가서 절대 명중할 일 없는 눈 먼 포탄을 쏴대는 것이 첫번째 선택지이고 두번째는 최전선까지 와서 사격하다가 드론 공격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북한군 편제 기준으로 이 주체포 1문에는 최소 8명의 포반원이 배정되는데, 이걸 200문 가까이 가져 갔다고 하니, 16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의 목숨이 이제 위태로워지게 됐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