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진행합니다.
( 진행자 ) 한반도 군사 긴장도를 높이는 북한의 행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수십 년간 지속된 것이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는 예전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고요?
( 이일우 )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나라는 서로 연결돼 있고,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는 매우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냉전 시절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며 양측으로부터 지원을 끌어냈던 나라이고, 지금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생존과 국익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청취하고 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금은 보릿고개 시기로 식량이 가장 부족한 때이지만, 최근 장마당에 각종 식량과 생필품이 꽤 많이 풀리면서 작년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내부 정보도 있습니다. 물론 쌀값은 예년에 비해 비싸기는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 1kg에 200원에서 500원 정도 하락했다고 전해집니다. 외부에서 식량과 물자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 물자의 대북 전달 시기를 주목하자
( 이일우 ) 북한에 있는 외화 대부분은 김씨 일가와 간부들의 사치 비용, 최근 계속되고 있는 미사일· 핵무기 개발과 제작에 사용됩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로 거의 모든 수출이 막혔기 때문에 극히 작은 규모의 무기 밀매와 중국, 러시아 지역으로의 노동자 송출을 제외하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정도 수준의 물자가 풀리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싼 가격 또는 무료로 북한에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도대체 왜 이런 지원에 나섰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의 지원이 북한의 대미 도발이 극대화된 2월 중순에서 3월 기간 중에 있었던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북한이 중국이 원하는 어떤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고 봐야 합니다.
북의 3/19 미사일 도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진행자 ) 북한의 최근 군사 도발 중 특히 3월 19일 미사일 도발에 주목해야 한다고요? 왜 그렇습니까?
( 이일우 )한반도 인근에 중국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들어온 시기를 먼저 살펴보죠. 3월 22일 부산항에 입항한 마킨아일랜드 강습상륙함, 3월 28일에 부산항에 입항한 니미츠 항공모함이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입니다.
마킨 아일랜드 전단은 지난 3월 10일까지 태국에서 코브라 골드 연합훈련을 마치고 남중국해에 있다가 3월 17일 제주남방해역에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3월 20일까지 제주 동남부와 동부 해역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북한은 3월 19일 오전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동해 방향으로 800km 떨어진 곳에 KN-23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동창리에서 동해 미사일 탄착지를 가상의 선으로 잇고, 이 가상의 선의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정확히 제주 동남부 해역, 즉 미사일 발사 당시 마킨아일랜드 전단이 있었던 해역입니다.
당시 마킨아일랜드 전단에는 니미츠 항모 전단 소속으로 서태평양에 전개된 청훈이라는 이지스함이 호위를 맡고 있었습니다. 청훈은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춘 방공함으로 고고도 요격용 SM-3 미사일과 저고도 요격용 SM-6 미사일을 갖추고 있었는데, 북한이 3월 19일 발사한 탄도 미사일은 이들 미사일의 요격 사각지대인 고도 50~70km를 유지하며 비행했습니다. 이 고도는 공중 에서 핵탄두를 폭발시켰을 때 반경 수백 킬로미터에 전자기 펄스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고도이며, 미국의 이지스함이 요격할 수 없는 고도입니다. 즉, 3월 19일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하는 미국 강습상륙함 전단에 대한 핵공격 훈련이었으며, 북한 자신도 이것을 핵반격 훈련이라고 지칭했습니다.
( 진행자 ) 마킨 아일랜드 전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 이일우 ) 미국에는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항공모함 타격전단, CSG와 이보다 작은 강습상륙함을 중심으로 한 원정타격전단 ESG 개념이 있습니다. 원정타격전단에는 항공모함처럼 생긴 커다란 비행갑판을 가진 강습상륙함 1척, 큰 격납고를 가지고 여러 대의 헬기나 상륙정을 싣는 도크형 상륙함 2척, 그리고 이 배들에 탑승하는 약 1300여 명 규모이 해병원정대가 탑승함합니다.
이번에 전개된 마킨 아일랜드 전단에는 25,000톤급 도크형 상륙함 존 P. 머서, 같은 상륙함인 앵커리지가 포함돼 있었고, 상륙함 3척에는 제13해병원정대 병력이 승선 중이었습니다. 제13해병원정대를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도 편성됐는데, 미 본토에 주둔하는 제122해병전투공격비행대 F-35B 전투기가 무려 10대나 실려 있었습니다.
미국은 11척의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항모 대국이지만, 전 세계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항상 항모 부족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10척이 있는 강습상륙함도 항모처럼 운용하려고 F-35B 라이트닝 II 전투기를 많이 탑재하는 라이트닝 캐리어 개념을 개발했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마킨 아일랜드 전단 역시 라이트닝 캐리어로 운용될 수 있어 항모전단에 준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유사시 스텔스 전투기로 평양 상공에 침투해 초정밀 폭격을 가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위협적인 전력입니다.
북 신무기 뒤에 중국 있다
( 진행자 ) 북한의 신무기 개발 뒤에 중국의 도움이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사실입니까?
(이일우) 중국은 자신들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면 불량국가에도 핵무기를 공급하는 나라입니다.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지난 2004년 이른바 칸 네트워크로 불리는 불법 핵 암시장을 운영한 혐의로 체포됐는데, 체포 당시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중국으로부터 CHIC-4 핵탄두 설계도와 핵탄두 부품, 5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무기 설계도와 핵물질을 넘긴 것은 중국의 적국인 인도에 대항하기 위한 것임. 마찬가지로 중국의 적국인 미일과 적대 관계인 북한에도 넘기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칸 박사는 1993년부터 1994년, 북한 전병호 노동당 군수담당 비서와 직접 거래를 통해 핵탄두는 물론,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부품을 제공했으며, 이 과정은 중국이 중개하고, 파키스탄 군부가 승인해 이루어짐. 이는 칸 박사 진술과 전병호 당시 노동당 비서가 칸 박사에게 보낸 편지에 담겨져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5년간 새로 개발한 무기는 그 이전 50년간 만들었던 모든 무기보다 다양하고 복잡함. 북한의 구매력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경제난 속에서 각기 다른 유형의 무기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외부 지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을 급격히 늘렸습니다. 일명 TEL로 불리는 이 차량들은 대형 차량 설계 기술과 고출력 엔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산업 인프라로는 개발, 제작이 불가능함. 그러나 중국은 평양_덕중_자동차_합작회사라는 업체를 세우고, 이곳에서 자국산 대형 트레일러와 트럭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2022년 4/4분기 북한이 중국에서 대형 차량용 타이어 수입을 크게 늘린 이유는 바로 이 TEL 생산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북한 미사일, 대구경 다연장로켓 개발 지원 정황은 양국 간에 비밀리에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물적 증거를 잡기는 어렵지만, 중국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 실험 때 이를 지원했습니다. 2021년 3월 25일 북한의 전술탄도미사일 동해 발사 당시, 중국은 동해상에 055형 구축함 난창함을 띄워놓고 미사일 탄착점 바로 앞에서 관측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텔레메트리 신호를 주고받으며 북한 측에 기술 자문을 한 정황입니다.

중국 항공모함의 대규모 개조 공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
( 진행자 ) 최근 북한의 알려지기로는 중국도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하는데,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한다는 것인가요?
( 이일우 ) 앞서 파키스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애초에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랐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에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부품, 재료를 공급하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중국입니다.
북한은 2021년 6월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무기 운용부대인 전략군 개편을 결정하고, 그 목적을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목적이 북한 비핵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국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전략군의 대대적인 확대 개편이 진행됐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인 평안북도, 자강도 일대에 전략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자강도 성간, 전천, 룡림 일대가 전략군특구로 지정됐는데, 이곳은 중국 국경에서 불과 40km 떨어진 곳입니다.
과거 북한은 중국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주요 길목의 도로를 확장하고 부대를 재배치하면서 유사시 중국군의 북한 진입에 대비해 양강도 혜산에 제10군단을 창설하는 등 경계했던 나라임. 그런데 중국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전략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이 시설이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북한 지도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핵 전략시설을 중국이 용인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핵무장시킴으로써 인도를 견제한 것처럼 북한을 핵무장시켜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려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핵무인수중공격정으로 미 해군 항모, 강습상륙함 전단을 노리는 것은 미군 자산이 중국 연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는 중국의 반접근 지역거부 전략, A2/AD의 일환입니다.
중국은 A2/AD 전략에서 대함탄도미사일을 핵심 자산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미사일들은 기술적 으로 미국 항모에 타격을 주기 어려움. 핵을 사용해야 하는데, 미 항모에 중국이 핵을 쏘면 중국이 미국의 핵보복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핵무장시키고, 이들에게 핵 A2/AD 역할을 부여했고, 2021년 6월 노동당 중앙군사 위원회에서 김정은이 언급한 전략군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미국 항모전단에 핵을 쏘면, 핵보복의 대상은 북한이지 중국이 아님. 다만, 미 항모전단 제거라는 최대의 전략적 이익은 중국이 얻게됩니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의 핵보복이 시작되기 전 중국으로 피했다가, 나중에 중국군이 북한 안정화작전을 위해 북한에 들어가면, 그때 따라 들어가서 다시 정권을 잡으면 됩니다. 김일성도 소련군과 함께 들어가 정권을 잡았습니다.
현재 돌아가는 분위기는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진행자 )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