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합니다.

( 진행자 ) 러시아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평양함대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했습니다. 묘한 상황에서의 묘한 움직임입니다. 배경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4월 14일 아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직접 태평양함대에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고 함대가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전투함과 잠수함, 항공기 전력을 동해와 오호츠크해, 캄차카 반도 일대로 출격시켰습니다.
러시아 태평양 함대에는 러시아 국방부와 총참모부의 검열단이 파견됐고, 동해와 오호츠크해, 캄차카 반도 일대에서 실탄과 미사일을 쏘며 고강도 실전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적의 분쟁 영토 상륙을 저지하고, 동해와 오호츠크해 일대의 해상 통로를 보호 하는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진행자 ) 러시아가 동쪽의 태평양함대에 긴급 명령을 내리기 직전 서쪽 부대들에도 비상태세 명령을 내렸다고요?
( 이일우 )태평양함대에 전투준비태세가 발령되기 전인 4월 10일, 북극해와 바렌츠해 일대를 관할로 두고 있는 북방함대에도 전투준비태세가 발령됐는데, 이 훈련에도 북방함대의 전투함과 잠수함, 항공기들이 대거 투입돼 북극해와 바렌츠해 전역에서 고강도 훈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 함대가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고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번 훈련이 각국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번 훈련을 전후해 태평양함대에 러시아의 최신 전략자산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고, 그 전략자산이 오는 5월 일본에서 있을 G7 정상회의를 겨냥한 무력시위 수단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탑재 러 잠수함 , 한반도 인근 출동
( 진행자 ) 러시아가 진행 중인 대규모 군사훈련의 중심에 아주 특별한 잠수함이 있다고요?
( 이일우 ) 러시아가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자료, 극동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러시아 북부 세베로드 빈스크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OSINT 네트워크 정보에 따르면 이번 태평양함대와 북방함대의 훈련 중점은 잠수함 훈련입니다. 특히 적 잠수함과 대잠수함 자산의 접근을 차단해 아군 잠수함을 보호하고, 핵무기를 탑재한 아군 잠수함이 작전 해역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때까지 작전 해역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핵심입니다.
태평양함대 관할구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보호해야 할 핵심 자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보레이급 전략원잠과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하는 핵심 전력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오스카-II급 순항미사일 원잠입니다. 이번 훈련을 모니터링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정보원에 따르면 전투준비태세 발령 이후 오스카-II급 순항미사일 원잠 1척이 해군기지를 출항해 급속 잠항해 실전 모드로 훈련에 참여 중입니다.
북방함대 관할구역에서는 러시아가 2022년에 취역시킨 최신형 특수 임무 잠수함인 ‘벨고로드’가 훈련에 참가했는데, 세베로드빈스크 지역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잠수함이 4월 3일 출항해 바렌츠해 방면으로 진출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 이일우 ) 일부 러시아 OSINT 소식통은 2024년 1분기 중에 태평양함대 지역에 정식 배치를 앞두고 있는 벨고로드 잠수함이 이번 G7 정상회담을 겨냥해 일본 근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기 위해 북극 항로를 통해 베링해를 넘어 태평양 지역에 임시 배치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잠수함은 오스카-II급 순항미사일 원잠을 개조한 것이지만, 수중배수량이 24,000톤에 달할 정도로 거대해져 세계 최대의 핵잠수함으로 기록됐고, 길이 24m, 직경 1.6m의 어뢰형 수중 드론인 일명 ‘포세이돈’을 6발 탑재하고 적국에 대한 전략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임무 잠수함입니다.
포세이돈 : 단 1발로 한반도, 일본 물바다 만들 위력
( 진행자 ) '포세이돈'하면 바다의 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의 공격 무기라고요?
( 이일우 ) '포세이돈' 수중드론은 일반적인 어뢰보다 3배 이상 큰 수중드론으로 내부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 하고 있어 사실상 무제한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적인 잠수함의 최대 잠항심도보다 훨씬 깊은 1,000m급 잠항 능력을 보유해 일단 발사되면 현존하는 그 어떤 수단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 이일우 ) 이 수중드론에는 인류가 지금까지 터트렸던 핵무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소련의 '차르 봄바'의 2배 가까운 위력인 100메가톤급 핵탄두가 탑재됩니다. 이 핵탄두는 적의 해안 도시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국 연안 수중에서 폭발해 초대형 해일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특수 탄두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이 수중드론이 연안에서 폭발하면 최소 500m 이상의 방사능 해일이 발생하는데, 미국 서부 해안에서 터질 경우 캘리포니아주나 오리건주, 워싱턴 주의 절반 정도를 방사능 해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평가됨. 이런 무기가 동해나 일본 태평양 방면 해안에서 터지면 한국이나 일본은 단 1발로도 국토 전역이 초토화될 수도 있습니다.
해일 핵어뢰 , 한반도 노리는 이유: 막을 수 없다
( 진행자 ) 러시아가 태평양 배치를 선언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포세이돈이라는 핵추진 수중 드론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선보였던 '해일' 핵어뢰와 개념이 아주 비슷한데, 이들이 이런 무기들을 개발해 배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이일우 ) 러시아가 포세이돈을 개발한 목적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점점 고도화시키면서 러시아의 전략무기들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고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은 어떤 신기술을 적용 하더라도 결국에는 적의 레이더에 전부 탐지되기 때문에 기습 효과가 떨어지고, 미사일 방어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생존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포세이돈과 같은 수중 핵추진 드론은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인 심해에서 움직이는 무기로 대응은 커녕 탐지조차 어렵습니다. 러시아의 포세이돈이나 북한의 해일 모두 순항 심도가 최소 200~300m임. 물속에서는 물체를 소리로 찾는데, 소리도 결국 바닷물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움직 이기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 염도, 해류의 영향에 따라 음파의 소실, 굴절, 왜곡 현상이 발생함. 바다마다 다르지만 태양광이나 바람에 의해 바닷물이 데워지고, 그 데워진 바닷물이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과 섞이는 수심대, 일명 혼합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혼합층에서는 바닷물의 매질 변화가 극심해 음파 왜곡이 많고, 이 때문에 해상에 떠 있는 군함의 소나로 수중 물체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심도 200~300m, 러시아 포세이돈 같은 경우는 1,000m까지 내려가면 수압이 엄청나게 증가하는데, 어뢰가 물속을 달리면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도 이 정도 수심에서는 수압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에 이 정도 수심 속 해저 물체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러시아는 이렇게 찾기 어려운 무기를 이용해 미국의 동해안과 서해안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으면서도 유사시 미국의 항모전단을 일격에 쓸어버리려 하는 것이고, 북한은 유사시 자신들에게 가장 위험한 미국 전략자산인 항모전단을, 북한식 표현으로는 죽탕쳐버리기 위해 이런 무기를 개발한 것입니다.
우크라 침공 후 고전하는 러 , 중∙북 더 유리해져
( 진행자 ) 러시아가 중국에 연일 러브콜을 보내며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를 보낼 수 있다는 위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중러 안보협력이 동북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이일우 ) 지금은 국제정세는 중국에게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음. 미국과 서방세계의 군사지원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게 된 우크라이나가 라스푸티차 기간이 끝나는 5월 이후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 러시아가 중국 국방부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하고, 군사 협력 강화를 요청하는 것은 사실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무기를 달라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4월 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을 초청해 4월 16일부터 19일까지 군사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회담을 가졌는데, 중국은 강력하게 부인 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러시아는 중국에 무기와 탄약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지금 중·러 관계는 러시아가 아쉬운 상황이고, 중국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할 경우,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는데, 러시아는 중국이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군사 지원을 결심할 유인책이 있합니다.
( 진행자 ) 그러니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당초 계산보다 전쟁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의 힘이 필요해지고 북한에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됐는데 중국이 최고 이득을 보고 있다는 거네요, 물론 북한도 더 많은 실익을 챙길 수 있을테구요.
( 이일우 )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은 가스나 석유 같은 에너지를 염가에 공급받는 거래도 있겠지만, 미·중 패권경쟁이 전쟁으로 격화되거나 대만 사태가 발발했을 때 러시아를 이용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것만큼 큰 전략적 이익은 없을 것임. 이번에 러시아가 북방함대와 태평양함대 훈련을 통해 중국에게 그것을 어필한 것이고, 러시아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확실한 조력자가 된다면, 그 조건 하에 중국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이 북한으로부터 대량의 탄약을 구매했다는 정보가 나올 정도로 여러 방면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반대 급부로 석유와 밀, 사치품이 일부 반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북한이 공급한 무기의 양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화성-18형 미사일의 경우,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과 형상, 크기, 발사 방식이 대단히 유사한데, 서방 싱크탱크 분석대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북한에 제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2021년 6월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때 이미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의 전위대가 되기로 결정하고 북한판 A2/AD를 준비해 왔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합세할 경우 서태평양 지역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미 군사 협력체가 탄생하는 것이고, 이는 한국과 일본에 엄청난 군사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패권 유지와 생존에 큰 위협을 줄 것입니다.
러북 군사협력의 한∙미∙일 대응책은 ?
( 진행자 ) 최근 한국도 한미일 3국 대잠훈련,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의 신냉전 구도 속에서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핵잠수함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는데?
( 이일우 )중국이 최근 신형 전략원잠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속속 선보이고 있고, 그 수량도 점점 늘리고 있습니다. 그 목표는 미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기습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중국의 SLBM은 탄두가 많은 대신 사정거리가 짧아서 미국 동부를 타격하려면 최소한 필리핀해까지는 나와야 합니다.
현재 미국은 약 50척의 공격원잠으로 중국 전략원잠 6척, 러시아 전략원잠 및 순항미사일 원잠 22척에 대한 감시 추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원자력 추진 방식의 군함은 한번 수리에 들어가면 적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걸리고, 훈련과 평시 정비소요 시간도 길기 때문에 50척 가운데 배치 상태의 잠수함은 17~20척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원잠 수를 늘리고, 벨고로드 같은 특수임무 잠수함에 장거리 핵어뢰까지 만들면서 50척의 잠수함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서 한국서 미 적략잠수함 건조 합의할까 ?
( 이일우 )미국이 핵 확산 금지라는 원칙을 깨고 오커스 레짐을 만들어 호주에 핵잠수함을 쥐어주려 한 것도 결국 자신들의 잠수함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 친중 성향의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3월 13일 발표된 오커스 계획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호주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행 불가능한 계획이어서 당장 미국 잠수함 건조 업체가 불가능하 다는 입장을 발표할 정도로 상황이 나쁩니다. 호주 노동당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오커스 핵잠수함은 아무리 빨라도 2042년에 나오기 때문에, 당장 잠수함이 급한 미국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은 다른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한데,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 가운데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원자력, 조선산업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일본은 국내 정치적으로 반핵 여론이 매우 강하지만, 한국은 핵잠수함 도입 타당성 검토까지 했던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정부가 결정하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세계질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핵잠수함 운용을 약속한다면 미국도 승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진행자 )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