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약점 덩어리 ' 프랑켄슈타인 잠수함 ' 을 계속 만드는 이유
( 진행자 ) 북한이 지난해 진수식을 갖고 외부에 공개한 이른바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유형의 잠수함을 또 건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 잠수함, 정상적인 항해가 어려운 약점 들이 많이 노출됐는데, 중대형 잠수함 건조 능력이 없음에도 이런 잠수함을 계속 찍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지난해 9월, 북한이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갖고 관련 보도를 냈을 때, 선체 곳곳이 노출됐고, 노출된 선체 표면과 용접 상태 등을 통해 이 잠수함이 정상적인 잠항 기능이 부족한 이른바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는 분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서양 소설에 나오는 괴물로, 여러 구의 시체에서 상태가 좋은 부위를 골라 이어 붙인 뒤 전기를 통해 생명을 불어넣은 괴물인데, ‘김군옥영웅함’ 역시 상태가 좋은 잠수함들을 골라 선체를 토막 낸 뒤 이것들을 붙이고, 추가 부품을 용접해 건조해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북한이 이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해체한 원형 잠수함은 1973년부터 도입한 로미오급의 중국판 033형 ‘우한급’입니다. 1975년부터 1995년까지 15척이 북한에서 녹다운 방식으로 조립생산됐는데, 당시 선체 제작을 위한 강판도 중국에서 들여왔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김군옥영웅함’ 선체 외벽을 보면, 새 잠수함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 눌린 자국이 있습니다. 이 자국은 과거 사용했던 중고 잠수함의 압력선체를 뜯어와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높은 수압의 압력을 견디고 물속에서 항해해야 하는 잠수함은 오래 쓰면 쓸수록 선체 외벽에 수압에 눌려 찌그러집니다. 바다에서는 10미터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상승하는데, 우한급의 원형인 로미오급은 200미터 정도의 최대잠항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수면 아래 200미터 까지 내려가면 무려 20기압의 압력에 노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타는 잠수함 내부 압력은 1기압 상태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잠수함 선체는 무려 19기압의 압력차를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강재로 잠수함 선체를 만들면 조금만 잠항해도 선체가 찌그러지고 파괴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잠수함은 압력을 고르게 받아내기 위해 둥근 선형으로 만들어지고, 압력선체는 고장력강이라는 특수강을 사용해 만듭니다. 이 고장력강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제철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강재라서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가 몇 개 없습니다. 물론 북한은 여기에 해당 안 됩니다.
북한은 물속에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잠수함은 만들어야겠고, 잠수함을 만들 소재는 없으니 기존에 썼던 중고 잠수함들을 가져다 해체해서 그 압력선체를 붙이는 방식으로 잠수함을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 미사일 발사 구역을 따로 만들기 위해 별도의 공간을 추가했는데, 이 공간은 잠항 때 압력 분산을 위한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잠수함은 물속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미사일 발사관이 있는 구역부터 찌그러질 것이고, 그대로 가라앉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4월, 38노스가 상업용 위성을 이용해 촬영한 신포조선소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기존에 만든 ‘김군옥영웅함’ 외에 같은 규격의 잠수함 1척이 더 건조 중인 정황이 식별됩니다. 같은 설계, 같은 재료를 썼기 때문에 이 잠수함도 ‘김군옥영웅함’과 마찬가지로 프랑켄슈타인 잠수함이 될 공산이 높은데, 실전에서 물속에 들어가면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이런 잠수함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이 잠수함들의 존재 목적이 ‘일단 숨어서 미사일을 쏘는 것’, 한 가지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한미 연합 감시정찰자산의 눈을 피해 한 차례 기습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만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잠수함이 실전에서 가라앉든 살든 관계없습니다. 일단 ‘김군옥영웅함’으로 이 잠수함이 수십 미터 정도는 잠항이 가능하고, 그 상태에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에 같은 잠수함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공격 능력을 극대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 마린보이 ' 의 천국 , 한반도 근해는 지구상 최고 잠수함 활동 지역
( 진행자 ) 한반도 주변, 특히 동해와 서해는 잠수함이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면 찾아내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한국과 미국의 첨단 대잠수함 무기들을 동원하면 쉽게 대응 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 북한 잠수함을 절대 바다로 내보내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북한이 잠수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 수중 환경이 항공기나 수상함보다는 잠수함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역을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잠수함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해보다는 덜하지만, 동해도 잠수함 활동이 매우 용이하고, 반대로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해는 전체적으로 수심이 매우 깊고, 다양한 해류가 모여 드는 곳입니다. 해류, 일조량에 따라 지역별, 수심별 바닷물의 성질이 달라짐. 물이라는 매질은 온도, 염도, 기타 유기물질 포함 정도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특성이 달라진 물은 물속에서 물체를 찾는 음파를 소실, 왜곡, 굴절, 산란시킴. 인간의 눈으로 보면 바닷물은 다 똑같은 물 같지만, 성질이 같은 물끼리 뭉쳐있는데, 이것을 수괴라고 합니다. 바다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수괴가 존재하고, 각 수괴의 매질 특성은 다 다릅니다. 이 때문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음파탐지기, 즉 소나를 이용해 수중 물체를 찾아내는 것은 아주 어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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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략잠수함이 배치된 지역은 신포라는 기지를 마양도라는 섬이 방파제처럼 둘러싸고 있는 지형입니다. 이 마양도 주변은 수심이 50미터 정도밖에 안 되지만, 마양도를 벗어나면 곧바로 해저 절벽이 펼쳐지며 수심이 순식간에 수백 미터가 됩니다. 즉, 잠수함이 마양도 외해에서 벗어나는 순간 이 잠수함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일단 물속에 들어간 잠수함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러한 전략잠수함을 상대하는 것은 잠수함이었습니다. 적 전략잠수함 기지 주변에 공격잠수함을 매복시켜 놓고 있다가, 적 전략잠수함이 출항하면 조용히 따라붙어 미행하고, 적 전략잠수함이 미사일을 쏠 것 같으면 어뢰를 쏴서 격침시키는 전술이었습니다.
그런데 핵잠수함이 없는 한국은 마양도 인근 해역에서 상시 수중 매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디젤 잠수함인 한국 잠수함은 진해에서 출항해 마양도 인근에서 길어야 2~3일 정도 매복 하는 것이 한계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지원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닙니다. 미국은 원래 상대하던 러시아 전략원잠 외에도, 최근 급격히 증강되고 있는 중국 전략원잠에 대한 대응 임무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잠수함을 빼내 북한을 견제하는데 투입할 여력이 없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전략잠수함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한국은 꽤 골치아픈 상황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바다 지뢰 ' 퀵스트라이크 ' 의 엄청난 위력
( 진행자 ) 현실적으로 북한 잠수함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최근 이 문제에 대한 기막힌 해법을 내놨다고? 어떤 방법인가요?
( 이일우 ) 지난 6월, 오키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 제3해병원정군에서 아주 짧은 보도 자료가 나왔습니다. 동해 또는 동중국해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임시 배치된 미 공군 F-22 스텔스 전투기, 괌에서 발진한 B-2A 스텔스 폭격기가 '대해상작전' 이라는 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군은 사진 1장 외에는 아무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때 한국내 매체들과의 인터뷰와 기고문에서 해당 훈련이 B-2 폭격기를 이용한 기뢰원 조성 훈련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7월 22일, 미 해군이 하와이에서 진행 중인 림팩 훈련에서 B-2 폭격기를 이용한 '대해상작전'이 무엇인지 공개했습니다. 예상대로 폭격기를 이용해 기뢰를 투발하고, 그 기뢰로 가상적함을 격침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땅에 묻혀 있다가 사람이나 차량이 밟으면 터지는 지뢰와 달리, 기뢰는 물속에 부설되는 무기입니다. 기뢰는 부표처럼 해수면에 떠 있는 부유기뢰, 해저면에 앵커링을 하고 해수면 아래에 보일 듯 말 듯 떠 있는 계류기뢰, 해저면에 가라앉아 있는 침저기뢰로 나뉘고, 이 침저기뢰는 목표물이 근처에 오면 폭발하는 접촉식 침저기뢰, 목표물을 탐지하면 어뢰를 발사하는 어뢰식 침저기뢰, 목표물이 기뢰 위로 지나가면 자석처럼 달라붙어 폭발하는 부상식 침저기뢰 등으로 나뉩니다.
미국은 항공기에서 투발하는 항공폭탄을 이용해 기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 따라 GPS를 이용한 정밀유도폭탄인 JDAM을 약간 개조해 ‘퀵스트라이크’라는 기뢰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뢰는 접촉식 침저기뢰의 일종인데, 항공기에서 떨어뜨려 일정 거리를 활공한 다음, 물속으로 떨어져 해저면에 숨어 있다가 목표물이 지나가면 폭발하는 기뢰입니다.
퀵스트라이크는 JDAM 폭탄의 앞부분에 센서를 다는 간단한 개조로 만들어지는 기뢰인데, 일단 투발되면 해저면에 붙어 있다가 기뢰 위로 군함이 지나가면 폭발하는 방식입니다. 500파운드, 1000파운드, 2000파운드 2종류 등 총 4가지 버전이 있는데, 항공폭탄이니만큼 일반적인 기뢰 보다 폭발력이 어마어마해서 일단 터지면 적함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물이라는 매질은 폭발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를 공기보다 5배 빠르게 전달해줍니다. 예를 들어 보병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류탄의 살상반경은 10~15미터 정도인데, 이 수류탄을 호수에 던지면, 물속 에서 폭발해 발생한 충격파가 반경 수십 미터까지 퍼지면서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을 기절시켜 둥둥 떠오르게 합니다. 수중 폭발은 폭발과 함께 발생한 충격파 외에도 가스 구체 압력파, 한국사람 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언론에 많이 소개된 ‘버블제트’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압력파도 생성하는데, 이러한 압력파가 노출된 군함은 종잇장처럼 찢어집니다.
‘퀵스트라이크’ 기뢰는 29km 정도를 날아갈 수 있는데, 최근 미군은 ‘퀵스트라이크-ER’이라는 사거리 연장형 버전을 내놨습니다. 이 모델은 추가된 날개 덕분에 최대 74km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 이는 적 영공에 접근하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기뢰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B-2 폭격기는 500파운드 폭탄 기준 최대 80발이 들어가는데, 500파운드짜리 ‘퀵스트라이크-ER’ 이 정도면 폭격기 1대로도 어지간한 항구나 해상 교통로를 간단하게 차단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B-2는 북한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의 현존 그 어떤 레이더로도 탐지가 어려운 최강의 스텔스 폭격기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작심하고 해상 봉쇄를 하겠다고 나서면, 북한 잠수함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북 잠수함은 미군 ' 지뢰 그물 ' 에 다 걸린다
( 진행자 ) 미국이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북한 잠수함 기지 봉쇄 임무를 수행한다면, 북한이 정말 대응할 수 없나요? 미국의 북한 잠수함 기지 봉쇄 작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요?
( 이일우 ) 미국 스텔스 폭격기는 일본을 경유해 북한 방향으로 접근한 뒤, 마양도 60~70km 거리에서 '퀵스트라이크-ER' 기뢰를 투하할 것입니다. 북한의 대공 레이더는 대부분 남쪽을 보고 있고, 만에 하나라도 동쪽을 보고 있더라도 B-2를 탐지할 수 없기 때문에, B-2가 투발한 활공 기뢰들은 별 저항 없이 마양도 인근 해역까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B-2 폭격기의 내부 무장창에는 500파운드 폭탄 기준으로 80발이 들어갑니다. ‘퀵스트라이크-ER’ 80발이 마양도 방면으로 날아가 신포와 마양도 사이에 있는 동쪽 수로와 서쪽 수로에 각각 40 발씩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수로의 폭은 1.6~2km 정도이고, 수심은 50~100m 정도이기 때문에 ‘퀵스트라이크-ER’ 기뢰 부설이 아주 용이한 곳입니다. 이 기뢰의 정밀도는 1m 정도로 미국은 원하는 좌표에 아주 정확하게 기뢰를 내리꽂아 촘촘한 지뢰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이 밤에 이 기뢰를 날리면, 북한 병사들은 먼 바다에서 뭔가 첨벙첨벙하는 소리는 듣겠지만, 그것이 기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수십 기의 기뢰가 부설된 상태에서 북한 전략잠수함이 출항해 외해로 나가려고 하면, 촘촘하게 부설된 기뢰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북한 잠수함을 문자 그대로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것입니다.
북한이 정말 운이 좋아 기뢰 부설 사실을 알게 됐어도 사실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기뢰를 제거하기 위해 소해전력을 보내면, 그 소해정도 기뢰에 파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물속의 기뢰가 모두 제거될 때까지 잠수함을 출항시킬 수 없고, 이렇게 발이 묶인 북한 전략잠수함은 한국의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처리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 한국이 작심하고 힘을 합치면, 북한 김정은이 막대한 돈과 자원을 들여 만들고 있는 핵공격잠수함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