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북한의 무기 생산과 거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살펴봅니다.
“신무기 생산 박차” 김정은의 ‘믿을맨’은?
( 진행자 ) 미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가 실재로 진행됐다며 러시아와 슬로바키아, 카자흐스탄 기업을 제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군수 공장을 자주 방문하면서 무기를 더 많이 생산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 이일우 )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설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작심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8월 11일 군수공장을 방문하기 전인 8월 9일, 평양에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인민군대를 군사기술적으로 강화하는데서 군수공장들의 임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 하고, “모든 공장, 기업소에서 현대화되어가는 군의 작전 수요에 맞게 각종 무장 장비들의 대량 생산 투쟁을 본격적으로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지침을 내린 지 이틀 만에 공장을 찾아 생산 독려에 나선 것입니다.

북한은 당시 무기 증산 포치 때도, 김정은의 군수공장 시찰 때도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러시아 수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구형 무기들을 러시아에 넘기고, 신형 무기를 대량 생산해서 포병 중심으로 개편된 전투조직들을 정비할 것이라는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 있었습니다.
( 진행자 ) 무기 생산을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하자고 강조한 모습인데, 김 총비서가 방문한 공장은 어디에 있나요?
( 이일우 )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이번 현지 지도에서 김정은이 정확히 어디를 갔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장갑차와 대구경 방사포, 대형 발사차량 생산 설비를 시찰한 것으로 보아 평안남도와 자강도 일대를 집중 시찰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안남도 덕천에는 북한 최대의 대형 차량 생산 거점인 승리 자동차연합기업소가 있고, 자강도 강계와 전천에는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과 2.8기계종합공장 등 장갑차와 방사포 생산 설비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8월 9일에 평양에서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관하고, 10일에는 강원도 최전방인 김화군의 수해 복구 현장을 돌아보고 곧바로 자강도로 올라 갔는데, 해당 기간에 북한 상공에 떴던 전용기 항적이 없어서 기차와 차량으로 강행군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판 오병이어 ? 마르지 않는 무기생산자금
( 진행자 ) 북한은 최근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강화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것도 돈이 많이 들어 가는데, 재래식 무기, 특히 방사포의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요?
( 이일우 ) 모든 무기 개발에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가령 탄도미사일 하나를 개발한다고 가정해보면, 미사일의 탄두와 신관 하나 하나를 새로 설계하고 제작해서 검증해야 하고, 추진체와 미사일 동체도 만들어서 엔진 연소 실험, 동체 풍동실험, 유도장치와 통신장치 같은 것들의 연동 실험도 해야 합니다. 실험을 위한 시제품을 만들고, 실험을 하는 것은 순전히 전부 돈입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ATACMS, 일명 화성-11나형 같은 경우, 이와 유사한 한국의 KTSSM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이 직접 개발비로만 4,000억원, 거의 3억 달러가 들어 갔습니다.
북한은 최근 5년간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7형,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 극초음속 미사일인 화성-12나 같은 장거리 미사일부터 화성-11가, 나, 다, 라형, 화성-7형을 개량한 신형 미사일, 북극성 1, 2, 3형과 같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이 미사일들은 대부분 기술적으로 전혀 별개의 무기들이어서 개발비로만 100억 달러는 넘게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진행자 ) 북한이 미사일 종류의 비대칭 무기는 물론, 새로운 땅크, 자행포, 보총, 반땅크 미사일, 반항공 미사일, 반함선 미사일 같은 재래식 무기도 대단히 다양하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지금 북한의 경제 상황으로 어떻게 이런 것들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을까요?
( 이일우 ) 북한이 새로 만든 무기들을 한국과 비교해서 보면, 한국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개발하는데 각각 2억 달러, 1억 달러 정도를 지출했습니다. 이는 해외 선진국 들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싼 편인데, 2020년에 북한도 신형 땅크와 자행포를 개발했음. 북한의 신형 땅크는 한국의 K-1 전차와 러시아의 T-14 전차를 섞어 놓은 모양이고, 신형 자행포는 한국의 K9 자주포와 유사합니다.
이런 무기들을 만드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을 텐데, 북한은 300mm 방사포, 대구경 조종방사포, 초대형방사포, 주체100포 개량 방사포, 122mm 조종방사포 등 존재가 확인된 것만 5종이 넘는 방사포를 개발했고, 대량 배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천무 다연장로켓을 개발하는데 개발비로만 1억 달러 정도를 썼고, 다연장로켓 발사차량 1대를 200만 달러 정도에 구매하고 있는데, 북한이 개발비나 생산비가 훨씬 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방사포를 동시에 개발하고 대량 배치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 에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특히 방사포라는 무기는 일반 포병무기에 비해 생산과 유지에 대단히 큰돈이 들어가는 무기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포탄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155mm 기본탄 기준으로 1발에 약 800달러 정도인데 반해, 227mm 로켓탄은 기본탄이 3만 달러, 유도가 되는 사거리 연장형 GMLRS탄은 16만 달러에 달합니다. 다연장로켓은 한 번에 여러 발의 로켓탄을 쏟아 붓는 무기인데, 북한은 포병 무기 중에서도 가장 비싼 무기를 종류별로 개발해 대량배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 군수품 양산의 비법 , 해킹·도난·밀수
( 진행자 ) 도대체 북한은 어디서 이 엄청난 돈을 충당했으며, 핵심 기술과 부품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요?
( 이일우 ) 북한이 이 신형 무기들을 선보인 시기는 2018년부터임. 그 전에는 발사 차량이 위성에 잡힌다 거나, 시험발사를 한다거나, 엔진 연소 실험을 하는 등의 정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2018년부터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방사포는 대단히 정밀한 무기임. 사격통제장치에는 높은 성능의 연산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들어 가야 하고, 대구경조종방사포와 같은 유도 로켓의 경우에는 내부에 관성항법장치, 위성항법장치 같은 유도 계통이 들어가야 합니다. 사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중국 베이더우나 러시아 글로나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항법시스템을 쓰려면 사격통제컴퓨터는 물론이고 로켓탄의 유도 장치에 이러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들이 매우 많이 필요한데, 이러한 연산 칩들과 메모리칩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 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종류의 고성능 전자기기가 적용된 방사포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입니다.

이 구멍은 중국입니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북·중 무역 현황을 정리한 중국 해관총서를 보면, 북한은 작년에 8억 9,404만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을 기록했는데, 이 중 4,433만 6천 달러 어치의 차량용 타이어를 구매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대형 차량용 특수 타이어였는데, 2,877만 7천 달러어치를 구매했습니다.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차량 생산 공장을 시찰 했을 때 공장에 쌓여 있던 큰 타이어가 바로 중국제 타이어입니다.
( 진행자 ) 기술 탈취 또는 유출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죠?
( 이일우 )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기 개발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남의 기술을 훔치면 이러한 비용은 물론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화성-11나의 경우, 한국의 현무-2와 크기와 형상이 매우 유사하고, 한국이 현무의 고중량, 고위력 버전을 만들자 북한도 화성-11의 고중량 탄두 버전을 만들어 배치했습니다.
북한의 화살 순항 미사일 역시 한국의 현무-3C 미사일과 판박이임. 순항 미사일은 터보팬 엔진, 저고도 비행을 위한 지형대조항법 기술, 지상 매핑 기술, 자세 안정화 기술 등이 핵심인데, 북한은 이런 기술을 개발해 본 적이 없음에도 아주 쉽게 화살 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미사일의 길이, 형상, 날개 배치, 사거리, 크기는 현무-3C와 똑같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의 신형 무기 개발이 집중된 시기인 2018년 이후 특히 2020년과 2021년에 한국군 내에서는 군사기밀, 특히 무기체계 기술과 관련된 기밀 유출 사건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북한의 신형 무기 가운데 상당수는 간첩, 해킹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빼돌린 기술 덕분에 개발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UN 전문가 패널에서 해킹과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음. 2022년 한 해에만 가상 화폐만 10억 달러를 넘게 훔쳤는데, 이러한 자금이 무기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 재래식 무기도 중국이 뒷배
( 진행자 ) 중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군비 증강을 도운 나라인데, 북한의 재래식 무기 증강에 중국이 개입한 정황도 보이고 있다고요?
( 이일우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전자부품들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며,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미사일 발사 차량과 방사포 차량은 중국의 직접 수출과 기술협력으로 제작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북한이 화성 12형 이후 대형 미사일 발사차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16륜 대형 발사차량 WS51200의 경우 중국이 벌목용 트럭으로 수출했다고 주장하며 북한에 공급한 차량입니다.
북한이 열병식에 등장시킨 트럭들을 유심히 보면, 차량에 ‘시노트럭’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시노트럭은 중국 최대 상용차 제작 업체로 중국군에 군용 트럭을 납품하는 회사임. 이 회사는 2014년에 북한과 합작해 평양덕중자동차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현재도 북한에 대형 트럭용 엔진과 변속기 등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이일우 ) 북한이 중국에서 대형 트럭용 타이어를 대량으로 수입했다고 말씀드렸는데, 현재 북한에서 생산되고 있는 미사일 발사 차량들이 중국 시노트럭과 같은 규격이기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중국은 북한과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북한의 각종 무기 개발을 지원해 왔고,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최근에는 북한의 무기 개발과 생산 전반에 많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나형의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는 중국의 DF-17과 판박이입니다. 극초음속 무기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비행체의 자세 제어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미국도 최근 개발 중이던 무기 체계 중 하나인 애로우 프로그램을 포기 했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인데, 북한이 이를 단 두 번의 실험만으로 완성했다는 것은 외부에서 기술과 부품을 제공받았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재래식 무기부터 무기, 심지어 핵무기까지 북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파주에서 추락해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소형 무인기는 중국제 SKY-09P라는 모델로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제1501군부대라고 부르는 기술부대에서 개조 개발한 물건이고, 최근 우후죽순 등장하는 방사포들의 원형은 중국의 수출용 다연장로켓 AR-3를 기반으로 중국제 XC2030 트럭 차대를 결합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물론, 재래식 무기 개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하고 있고,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의 안보에 대단히 큰 위협을 끼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