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북러 무기거래의 수상한 점들이 많습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살펴봅니다.
러에 무기판 돈 , 북 주민 전원에 밀가루 2kg씩
( 진행자 )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인데,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할 무기 목록은 추려 졌는데, 러시아가 반대급부로 무엇을 줄지는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요?
( 이일우 ) 러시아 인권단체 폭로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북한에서 구매하려는 무기들의 목록은 대략적으로 공개됐음. 장사정포를 비롯해 각종 탄약과 포병장비, 구형 총기류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장비 들은 북한이 기증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전통적인 교역품인 정제유나 밀가루인데, 정제유의 경우 북한의 저유 시설 한계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고, 밀가루는 식량으로서의 효율이나 보존성 등의 문제로 북한에서 그렇게 선호되는 식량이 아닙니다.
무기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격이 대단히 비싼 편입니다. 북한이 포탄을 공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152mm 고폭탄은 400달러, 122mm 고폭탄은 300달러, 122mm 로켓탄은 기본탄 800달러 선입니다.
통상 이러한 포탄은 수만 발 단위로 거래되기 때문에, 북한이 각 탄약을 1만발씩만 판매했다고 가정해도 1천500만 달러 수준입니다.
이 정도 금액을 북한이 밀로 받으려면 8월 선물가격 기준으로 5만7천251톤을 살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모든 북한 주민에게 밀가루 2kg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입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매월 1천 톤 이상의 밀가루를 꾸준히 수입하고 있고, 이제 곧 가을걷이 전투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북한 당국은 식량난을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한 대금으로 식량을 대량 구매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사치품 정도인데, 최근 러시아도 서방 측 제재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치품을 수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한 대금으로 받을 수 있는 품목은 사실상 정해져 있습니다.
김정은 , 러에 신형 전투기 부품 요청한듯
( 진행자 ) 일부 보도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 첨단무기 기술과 노후장비 수리부속 등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북한이 러시아에 바라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이일우 )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판매하고, 그 반대급부로 노후 장비 수리를 포함한 기술지원과 부품 공급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8월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면서 확인됐습니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북한이 보유한 노후 장비 중에 북한이 스스로 수리할 수 없는 장비가 무엇이 있는지, 부품을 자체 조달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자력갱생 노선을 견지하면서 다양한 무기를 국산화해왔고, 대부분의 무기와 탄약들을 북한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딱 한 가지 분야, 항공기만큼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1988년 소련에서 MIG-29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하고,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항공기 제작소에서 이 전투기를 조립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련이 망하고 냉전 체제가 붕괴되면서 북한은 당초 들여올 예정이었던 부품을 받지 못했고, MIG-29 도입은 20대가 채 되지 않는 수준 에서 끝났습니다.
이후 북한이 들여온 전투기는 1999년 카자흐스탄에서 밀수한 MIG-21 40대가 전부였고, 이후 오랫동안 북한은 신형 전투기를 구입하지 못하고 유사시 방공 작전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이 2010년, 후진타오 주석에서 JH-7 전폭기 30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듬해인 2011년, 사망 직전에 러시아에 Su-35 전투기 염가 판매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북 보유 500대 대부분 625 시절 '라떼' 비행기
현재 북한 공군은 500여 대가 넘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500대는 6.25 전쟁 때 사용 하던 MIG-15와 MIG-17 100여 대, 1950년대에 나온 MIG-19 100여 대, 1960년대에 나온 MIG-21 200여 대, 1970년대에 나온 MIG-23 50여 대와 1980년대에 나온 MIG-29와 Su-25 소수에 불과합니다.
최근 한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MIG-19 이하급 구식 기종들을 중국과 마찬가지로 무인기로 개조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중국의 기술과 부품 지원을 받아 유지하고 있는 MIG-21은 한국 공군의 F-5나 FA-50과도 충분한 교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더라도, 중국이 사용하지 않는 MIG-23과 MIG-29는 현대화하거나 그 수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만약 러시아에 노후장비 수리를 요구한다면 이 전투기들, 특히 MIG-29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북한은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제공권을 확보해야만 운용 가능한 새별-4형이나 새별-9형 같은 무인기를 공개했는데, 이는 북한이 공군력, 특히 전투기 전력을 현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기 또는 전투기 부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대규모 미그 -29(4.5세대) 북에 건네지나?
( 진행자 ) 노후 장비 부품을 공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전투기 자체가 지원될 가능성도 있다고요?
( 이일우 ) 지난 8월 중순,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과 동유럽 일부 매체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MIG-29를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현재 상황에 대입해 분석해 보면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악의 가동률을 보여주고 있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소련 붕괴 이후 고질적인 부품난을 겪어왔습니다. 소련 때는 임무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전투기와 공격기를 만들어 문어발식으로 운용했지만, 경제가 파탄나면서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인데, 그래서 지난 30여 년간 전투기 전력을 단순화시키는 쪽으로 전력 증강을 해 왔습니다.
러시아 항공우주군에는 제공전투기 Su-27 350여대, 다목적 전폭기 Su-30 110대, 다목적 전투기 Su-35 110대, 장거리 공격기 Su-34 150대, 장거리 요격기 MIG-31 130대, 다목적 전투기 MIG-29 240대와 소수의 Su-57 스텔스 전투기 등 1,100여 대 정도의 전투기가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중 MIG-29와 MIG-31을 제외한 나머지 기체들의 공통성인데, Su-30은 1인승인 Su-27의 좌석을 2개로 늘리고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개량한 것이고, Su-35는 Su-27의 대대적인 현대화 개량형, Su-34는 Su-27의 동체를 재설계한 전문 공격기임. 모두 같은 계열의 엔진을 쓰고 부품 공통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군의 주력 전투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MIG-29의 경우 보유한 240여 대 중 실제 가동되는 기체는 70여 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단 이 전투기는 Su-27 계열 전투기보다 작고, 항속거리도 짧고, 무장도 덜 들어갑니다. 다른 전투기들과 엔진이나 주요 부품 호환이 안 되고, 엔진 수명도 짧기 때문에 유지에 돈이 많이 들어가 러시아군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단 한번도 MIG-29를 실전에 투입하지 않았는데, 이는 가동하는 기체 자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해당 기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군의 MIG-29에 대한 불신은 소련 시절부터 이어졌는데,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는 Su-27과 Su-30 시리즈는 계속 생산해 주력으로 사용했지만, MIG-29는 이미 주문한 물량도 취소하고 생산 중인 전투기와 부품들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1] Sokol Aircraft Plant(MIG-29) - Den Stalk.JPG](https://www.rfa.org/resizer/v2/LGYWO2AXIHPJSXBVYOCUDXKVZE.jpg?auth=06418749e9511e73ab6fb0319e0b9c2d90faea9be91c5eb64d6a5452d6ed907c&width=400&height=229)
러시아에 얼마나 많은 MIG-29가 방치됐느냐 하면, 지난 2021년 1월, 러시아의 군사 동호회 회원들이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360km 떨어진 볼가강 근처의 니즈니 노브고로드 소콜 항공기 제작 공장에 몰래 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공장은 소련 붕괴 전까지 MIG-29를 생산했던 최종조립공장인데, 소련 붕괴 이후 버려졌고, 30년 간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채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공장 안에는 조립 중이던 전투기들과 수십 대의 MIG-29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부품 들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2] Sokol Aircraft Plant(Wing) - Den Stalk.JPG](https://www.rfa.org/resizer/v2/PUPNT5FCJ2T7LN2AKTOHI2LH2A.jpg?auth=d396bf7fe0b1fe934af670c0254af7a31a4d068bdea7d00374389bff4ff379d7&width=400&height=241)
북한은 방현항공기제작소에 MIG-29 조립 시설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부품만 공급 받는다면 얼마든지 MIG-29를 추가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공군의 악성 재고인 MIG-29를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방치 시설에 있는 부품들로 북한 무기를 사오면 사실상 공짜로 무기를 얻어 오는 격입니다.
현재 러시아 항공기 생산 기업들은 통합항공기제작공사, UAC라는 국영기업의 자회사로 통합됐는데, 이 중에서 MIG-29를 만드는 미코얀 그레비치는 수호이와 대조적으로 수출 실적이 없어 UAC의 기생충처럼 취급받고 있습니다. 북한 수출을 계기로 쌓여있는 재고들을 털어내고 당장 필요한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들여온다면 러시아 입장 에서도 이익이 되는 장사입니다.
김일성 시절 교훈 "쏘련에 속지말자" 반복될수도
( 진행자 ) 북한이 신형 전투기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북한 내부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포착됐다고요?
( 이일우 ) 모든 사업에는 자원이 들어가고, 자원이 항상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는 그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뭔가 사업을 벌인다면 이유가 있는 것임.
북한에서 MIG-29를 운용해온 제55비행연대와 제57비행연대의 핵심 거점인 평양 인근의 순천 비행장은 작년 가을까지 대규모 기지 현대화 공사를 마쳤음. 활주로가 300m 연장돼 30톤급 대형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2,800m 규격의 활주로가 갖춰졌고, 새로운 유도로와 지하 갱도 시설까지 설치됐습니다. 이는 북한이 이 기지에서 더 무거운 무장을 갖춘 더 무거운 항공기를 운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 Sokol Aircraft Plant(Radome) - Den Stalk.JPG](https://www.rfa.org/resizer/v2/BGCGRO36YVKA54DCNHKCY2X6CA.jpg?auth=be6a23dc376b15bdd1a344dd87cb162e1161b303f9a715bb06e2e91a154c4e60&width=400&height=208)
최근 전승절 기념 무장장비 전시회와 지난 2021년 무기 전시회에서 등장한 새로운 공대공 미사일도 북한이 전투기 전력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2종류의 미사일이 등장 했는데, 한 종류는 한국의 KF-21에도 장착되는 신형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IS-T와 매우 유사하고, 다른 한 종류는 중국군의 현용 주력 공대공 미사일인 PL-11 시리즈와 크기나 형상이 매우 유사합니다.
공대공 미사일은 그냥 미사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가 획득한 표적 정보를 사격 통제컴퓨터가 처리하고, 이 데이터를 미사일의 유도장치에 전송해서 ‘락온’, 즉 조준 과정을 거친 뒤에 발사되고 유도되는 아주 복잡한 무기임. 북한이 새로운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 미사일을 운용할 새로운 레이더와 사격통제컴퓨터, 제반 지원 시설과 플랫폼이 준비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노후 장비 수리와 기술지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북한은 이미 중국,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MIG-29 수명연장과 부분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한국에게 매우 위험한 시그널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전투기 거래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하고, 러시아가 만약 북한에 전투기를 공급할 경우, 한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 이 위험한 무기 거래를 차단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무기만 받고 물물거래 대금으로 주기로 한 전투기를 주지 않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