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만능 미사일 SM-6 도입, 한국도 미MD 체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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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미 해군의 차세대 함대공 미사일 SM-6 한국온다

( 진행자 ) 미국이 이지스 구축함용 SM-6 함대공 미사일을 한국에 판매할 것이라는 보도가 주목 받았는데요, 이 미사일이 기존 한국 해군이 운용 하던 함대공 미사일과 다른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요?

( 이일우 )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 DSCA가 11월 14일, 한국이 요청한 SM-6 함대공 미사일 판매 요청을 국무부가 잠정 승인했다는 보도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잠정 승인은 미국이 무기체계를 외국에 판매할 때 거치는 절차로 국무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해 의회에 보고하면, 의회에서 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DSCA가 발표한 이번 승인 내역을 들여다보면 SM-6 함대공 미사일 38기와 제반 지원 장비를 최대 6억 5천만 달러에 정부 대 정부 거래 형태인 대외군사판매, 약칭 FMS로 판매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데, 6억 5천만 달러는 실제 계약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일종의 최초 협상 제안 가격으로 보통 고시된 가격의 50~70% 수준에서 실제 계약이 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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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월 30일 미 이지스함인 이노우예함에서 발사되는 SM-6 함대공 미사일. /미 미사일방어청 (MDA)

DSCA가 고시한 최대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미사일 1발에 1,710만 달러, 협상 과정에서 줄어 드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1발에 1,0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이 미사일은 이미 제반 지원 장비를 구축해 최소 비용으로 구매하는 미군 기준으로도 1발에 500만 달러나 되는 고가의 미사일인데, 이는 한국군이 현재 주력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로 운용하는 SM-2 미사일이 100~120만 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비싼 가격입니다.

SM-2는 한국이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도입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이 구입해 온 미사일이고, SM-6는 SM-2의 발전형이지만,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은 두 미사일의 성능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SM-2는 최대 사거리 167km, 최대 요격 고도 20km 정도이고, 반능동 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미사일을 발사한 군함이 자체 레이더를 이용해 미사일을 유도해 주어야 하는 미사일입니다. 일반적인 항공기를 요격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속도가 매우 빠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나 탄도탄 요격은 불가능해 그 용도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SM-6는 SM-2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고성능 미사일입니다. 우선 사거리가 매우 깁니다. 공식적으로는 240km로 발표됐지만, 미 해군은 여러 요격 실험을 통해 최대 460km 거리에서 표적을 요격하기도 했습니다. 요격 가능 고도도 34km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SM-6의 가장 큰 장점은 미사일 자체에 능동 레이더, 즉 스스로 목표물을 수색할 수 있는 레이더가 장착돼 있어 발사 함정이 따로 유도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수평선 너머 초장거리 표적도 조기경보기나 아군 전투기로부터 발사 명령을 받아 원격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더 다양한 유형의 표적을 더 먼 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고, 전술탄도미사일은 물론, 군함까지 공격할 수 있어 미 해군의 차세대 함대공 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는 고성능 무기입니다.

만능 미사일임에도 한국이 대량 도입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

( 진행자 ) 굉장히 우수한 미사일이고 미국도 대량으로 운용할 무기인데, 한국은 이 미사일을 소량만 도입 하고 일부 이지스함에서만 운용한다고 합니다. 우수한 무기라면 발사 가능한 플랫폼이 많을수록 좋을 텐데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도입하나요?

( 이일우 ) 미국은 SM-6를 그야말로 만능 미사일로 보고 있고, 해군은 물론 육군과 해병대도 대량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육군은 '티폰' 시스템이라고 하는 컨테이너 탑재형 이동식 발사기에서 SM-6를 운용할 예정이고, 해병대 역시 SM-6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무인 차량을 만들어 해병연안연대 핵심 타격 자산으로 운용할 예정입니다. 해군은 거의 모든 군함은 물론, 내년부터 도입 사업이 시작 되는 대형 무인수상전투함에도 육군의 티폰 시스템에서 쓰는 컨테이너형 이동식 발사기를 얹어 대량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SM-6는 데이터링크가 되는 전투기나 조기경보기 지원만 있으면 자체 레이더 없이도 공중 표적은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 군함과 지상 공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미군은 여러 종류의 플랫폼에 SM-6를 꽂아서 다용도 미사일로 운용할 계획입니다.

SM-6는 대단히 우수한 미사일이지만, 미사일만 대량 도입한다고 해서 아무 군함에나 장착해 쏠 수 있는 무기가 아닙니다. 사정거리가 굉장히 길다는 것은 SM-6를 발사하는 군함이 가진 레이더 탐지거리도 그만큼 길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SM-6는 보통 이지스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가진 고가의 대형 전투함에 주로 탑재되고 있습니다. 발사 플랫폼에 그런 레이더와 전투체계가 없다면 고도로 발달한 통신 시스템으로 거미줄 같은 데이터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조기경보기나 전투기가 원격으로 표적 정보를 전송해주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사일을 쏘는 협동 교전 체계가 완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미군은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지만, 한국은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고, 그럴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SM-6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Mk.41 수직발사관 중 스트라이크 팩이라고 하는 길이 연장형 수직 발사관이 있어야 하고, 400~500km 밖에서 표적을 탐지하고 조준할 수 있는 고성능 레이더와 전투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 앞으로 3척이 도입될 정조 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제외하면 SM-6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군함이 없습니다. Mk.41 수직발사관을 갖추고 있는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의 경우 5,000톤이 넘는 중형 구축함이지만, 대공 레이더는 1,000톤급 초계함에 장착되는 염가형 MW-08이라는 모델을 달고 있고, 표적의 대략적인 위치만 알 수 있는 2차원 대공 레이더는 1970년대에 개발된 구형 레이더인 SPS-49 모델을 달고 있기 때문에 SM-6 미사일에 표적 정보를 제공해줄 수 없음. 즉, 조준이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은 덩치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레이더를 교체하고 전투체계를 개량 하면 SM-6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가질 수 있지만, 한국이 이런 개량을 염두에 두고 기술적 검토를 해 보니 기본 설계가 MW-08과 같은 초소형 레이더에 맞춰져 있어서 대형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 하려면 개조 소요가 너무 크고 비용이 과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이지스 구축함 6척에서만 SM-6 미사일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미사일 방어 전술 , 획기적 변화 예상

( 진행자 ) 이번 SM-6 미사일 도입과 관련해 한국군 수뇌부에서 이 미사일 도입을 확대하고 운용 플랫폼도 늘릴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한국군이 추진하고 있는 이지스함 성능 개량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 이일우 ) 이번 SM-6 미사일 잠정 판매 승인 발표가 나오기 전인 10월 24일, 한국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중요한 발언을 했습니다. "SM-3 미사일은 중간단계 요격 무기이고, SM-6는 기동함대의 자함 방어를 위해 도입되는 무기"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만 따져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었지만, 이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도입한 한국이 정조대왕급이라는 신형 구축함을 긴급 소요로 제기해 3척 도입을 확정한 근거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요격 능력 보유 구축함 확보였습니다. 즉, 정조대왕급 구축함은 도입 목적 자체가 SM-3 미사일을 운용하는 MD 전투함으로 쓰기 위함이었는데, 한국은 정조대왕급 도입 사업이 착수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SM-3 도입 사업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적인 요격 능력을 가진 SM-6를 한국 본토 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 함대에 대한 미사일 방어용으로 구매 한다는 것을 해군 수장이 밝힌 것입니다. 애초에 SM-6 미사일은 SM-3 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매우 느리고, 사거리가 짧기 때문에 지상에 대한 탄도미사일 방어 임무에 투입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을 보호하려면 구축함을 인천 앞바다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레이더의 강력한 전자파 때문에 수도권 서부 지역의 항공기 운용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구축함 자체도 북한의 재래식 포병 공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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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구축함이 SM-6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 미 해군

정조대왕급은 세종대왕급과 달리 가장 최신의 이지스 전투체계와 탄도미사일 대응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별다른 개조 없이 SM-6를 운용할 수 있고, SM-3도 도입되면 운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세종대왕급은 SM-3나 SM-6 모두 운용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성능 개량이 필요합니다. 한국해군이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내용이 바로 이 개량입니다.

과거 세종대왕급과 같은 이지스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도입했던 일본의 경우 1척에 3억 달러 정도 들여서 성능 개량을 했는데, 그게 10년 전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이 세종대왕급을 개량하려면 1척에 4~5억 달러, 3척 다하면 이지스 구축함 1척을 새로 뽑고도 남을 엄청난 예산이 들어갑니다.

개량의 핵심은 구축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전투체계를 이지스 베이스라인 9 이상의 최신 버전 으로 교체하고, SM-3와 SM-6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끔 레이더와 소프트웨어를 교체해주는 작업입니다.

SM-3나 SM-6는 기본적으로 엄청난 장거리 대공 무기이기 때문에 이지스함 자체 능력만으로 운용하는 것은 그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위성이나 정찰기의 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실시간을 공유 받아 원거리에서부터 요격 준비를 하는 방식으로 교전이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미국의 MD 시스템에 연결해야 합니다. 결국 이번에 한국해군이 밝힌 세종대왕급 개량은 미국의 MD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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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국이 미국과 일본 주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요?

( 이일우 ) 한국이 이지스함 소요를 제기한 것은 1985년이고, 이지스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계약한 것은 2002년입니다. 이때 한국은 대외군사판매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일본과 레이더, 전투체계 공동구매를 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알레이버크급 플라이트 IIA 모델을 발주했고, 일본은 아타고급을 발주했습니다. 당시 3국은 이지스 베이스라인 7.1이라는 동일한 전투체계를 구매했는데, 미국과 일본이 여기에 BMD 5.0이라는 미사일 방어 옵션을 추가한 것과 달리 한국은 MD 기능을 빼고 깡통으로 구매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SM-3나 SM-6를 이용한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패트리엇이나 사드 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와 높은 고도의 탄도탄을 요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지스 구축함 단일 플랫폼만으로는 그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우주배치적외선 위성이나 탄도미사일 정찰기, 탄도탄 교전 통제 시스템 등과 연동해야 하는데, 이는 곧 미국과 일본 주도의 MD 시스템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성과 정찰기, 고도의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한국은 여기에 참여해 비용도 아끼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는데,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는 특정 정치 세력의 압력 때문에 한국 이지스함은 지금까지 깡통이었습니다.

한국이 정조대왕급 3척에 이어 세종대왕급 3척에 SM-6와 SM-3 운용 능력을 부여하면, 이제는 한국에게도 제대로 된 미사일 방어 능력이 갖춰지는 것이고, 이들 자산을 육상 배치 요격 자산과 연계해 더 치밀하고 두터운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이 MD 네트워크에 들어옴으로써 이 네트워크 안에 있는 눈과 펀치가 늘어난다는 점은 미중 패권 경쟁 상황에서 미국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한국의 이지스함이 중국과 북한에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한국 이지스함과 정보를 공유하는 미국 MD 시스템은 이제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 이러한 MD 시스템이 갖춰지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유사시 미국 항모를 겨냥한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요격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3국이 모두 이익을 보고 북·중에게는 불리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