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 정찰위성으로 "백악관 본다"에 미 "가소롭다" 반응
( 진행자 ) 북한이 어렵사리 만들어 겨우 궤도에 올린 <만리경-1호>를 연일 선전하며 과학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물론 해군기지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도 정찰위성 보유국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은 가소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요?
( 이일우 ) 북한이 5월과 8월에 한 번씩 실패하고 3번의 도전 끝에 만리경 1호를 발사해 500km급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데 성공. 북한은 이것을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한반도 전역의 주요 군사시설은 물론, 괌과 하와이에 있는 미군기지,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과 국방부 청사,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의 항공모함을 촬영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위성 궤도 세밀 조종 단계를 거쳐 12월 1일부로 최종적인 궤도 안정화에 성공했고, 12월 1일부터 평양종합관제소 정찰위성운용실이 12월 2일부터 정식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만리경 1호 위성이 당 중앙군사위 상설집행부서에 상시 보고되고, 중요 부대와 정찰총국 등의 부대에도 제공된다고 밝혔는데, 요란한 북한의 분위기와 달리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백악관과 국방부를 촬영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그런 사진은 인터넷에 많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백악관은 북한의 그런 주장은 검증할 수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사실 만리경 1호는 지난 5월 발사 실패 당시 한국이 수거해서 분석 작업을 다 마친 상태입니다. 크기는 1.3m, 중량 300kg의 만리경 1호에는 일본제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가 있었는데, 구성 제품들이 워낙 조악한 수준이어서 해상도가 10~20m 정도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10m 해상도는 가로 10m, 세로 10m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한다는 것인데, 이는 정찰위성은 고사하고 원시적인 지구관측위성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일각에서는 3차 발사 당시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제공돼 위성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9월 중순에 있었고, 만리경 1호 위성을 실은 천리마-1형 로켓 발사가 11월 21일에 있었습니다. 위성 발사체는 그램 단위까지 중량이 치밀하게 계산되고, 탑재되는 위성 역시 구조와 형상, 무게중심까지 치밀하게 계산되어야 하는데, 위성 설계 변경이 있었다면 2개월이 아니라 1년 이상의 발사체, 위성 설계 변경과 재조립 과정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미 국방부 청사는 가로 세로 길이가 거의 500m씩인 초대형 구조물이고, 백악관도 이스트윙과 웨스트윙을 합치면 길이 200m에 폭 60m에 달하는 큰 건물입니다. 미 항공모함도 길이 330m, 폭 80m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기 때문에 10m짜리 해상도를 가진 위성으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상업용 위성이 워낙 발달해서 비용을 조금만 지불하면 30cm급 해상도의 초고화질 위성 사진을 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 정도 해상도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차종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북한은 위성이 필요했으면 수억 달러를 들여 직접 쏠 것이 아니라 상업용 위성 사진을 사서 쓰고, 남은 돈으로 주민을 먹여 살렸어야 합니다. 엄청난 돈을 쓰고도 군사적으로 가치가 없는 위성을 만들고, 그걸 자랑하고 있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위성 건드면 선전포고” 북 예민한 반응 이유는?
( 진행자 ) 미국이 북한 위성을 여러 방법으로 불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 경고가 나오자마자 북한이 마치 경기를 일으키듯 위성을 건드리면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고요?
( 이일우 ) 미국이 북한 위성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보도는 자유아시아방송이 미 우주군에 직접 질의해서 최초 보도를 했었습니다. ( 미 우주군 "북 정찰위성 작동 막을 방법 다양" — RFA 자유아시아방송) 당시 미 우주군은 "다양한 가역적 및 비가역적 방법을 사용해 적의 우주 및 반우주 역량과 활동을 거부하고, 모든 영역에서 적의 효율성과 치명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음. 해당 보도가 나가자 북한은 국방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며 거의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미 우주군이 망발을 늘어놓았다면서 “우려스러운 적대적 입장을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은 명실 공히 우리 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도전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다”라면서 크게 분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 국방성은 위성과 같은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 군사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성 행동조치에 나설 것이라면서 북한 위성에 대한 공격을 북한 영토에 대한 공격, 최고존엄에 대한 공격과 거의 동일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북한 스스로도 자신들이 만들어 궤도에 올려놓은 그 위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미국이 실제로 북한 위성을 아주 손쉽게 무력화시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우주군은 다양한 가역적 및 비가역적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미국은 북한이 자신의 위성이 무력화됐는지 알아차릴 수조차 없는 방법으로 위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이 다양한 방법을 써서 위성을 무력화시키고 모른 척 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무엇 때문에 위성이 먹통이 됐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고 그토록 자랑한 위성이 미국이 시도할 수 있는 여러 공격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두려워 최선을 다해 미국에게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 손을 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북한은 겨우 궤도에 올려 놓은 위성이 행여나 잘못될까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고, 그 두려움이 이번 국방성 대변인 담화 같은 협박성 메시지로 표출된 것입니다.
미국은 북 정찰위성 가지고 놀 수 있다
( 진행자 ) 미국은 가역적 방법, 비가역적 방법으로 북한 위성을 불능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을 이용해 북한 위성을 불능화할 수 있나요?
( 이일우 ) 미 우주군이 밝힌 가역적 방법은 일시적으로 무력화시켰다가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불능화, 비가역적 방법은 되돌릴 수 없는 불능화, 즉 완전한 파괴 또는 무력화를 의미합니다. 미국은 공개된 수단들만 나열해도 북한의 위성은 아주 간단하게 불능화할 수 있습니다.
가역적 방법에는 ‘재밍’이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소개했던 미 우주군의 CCS Block 10.2라는 장비를 사용하면 미군은 북한의 만리경-1호 위성을 그야말로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CCS는 Counter Communications System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통신을 교란하는 장비입니다. 미군이 2020년부터 부대 배치를 시작한 이 장비는 트럭으로 끌고 다니거나 접어서 수송기로 수송할 수 있을 만큼 기동성이 좋은 이동식 장비입니다. 얼핏 보면 거대한 안테나처럼 생겼는데, 주한미군에도 군산기지에 이 장비 전개를 지원하기 위한 우주군 병력이 제607항공작전센터 예하에 배속됐습니다.
이 장비는 업링크, 즉 지상관제소에서 위성으로 보내는 통신과 다운링크, 즉 위성에서 지상관제로로 보내는 통신을 가로채거나 먹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북한이 밝힌 평양종합관제소 정찰위성운용실에서 만리경-1호로 보내는 무선 데이터, 만리경-1호에서 평양으로 보내는 무선 데이터를 중간 에서 없애버리거나, 쌍방향 모두 전파 송수신이 불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관제 신호를 해킹해서 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이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위성 통제권을 가져 오면 궤도를 수정해 그대로 바다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시스템 암호를 바꿔 북한이 위성에 접속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공격은 북한 입장에서는 공격을 당하는 것인지, 위성이 고장 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 위성을 먹통으로 만든 뒤에 모른 척 하고 있으면 북한으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불가역적 불능화 수단으로는 위성을 요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미 해군 이지스 전투함 들은 상당수가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은 1,000km 고도까지 올라가 저궤도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2008년에 고장 난 위성 하나를 247km 고도 에서 아주 간단하게 요격한 전례가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에는 이런 SM-3 미사일을 탑재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1~2척,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 구축함이 1~2척 상시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의 위성을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 우주군이 모든 것을 극비에 붙여 운용 중인 X-37B 무인 우주왕복선도 북한의 위성을 불능화 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이 우주선은 한 번 발사되면 2~3년씩 우주에 머무르며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정해진 궤도만 계속 도는 일반 위성과 달리 이 우주선은 자유자재로 궤도 수정이 가능 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정말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X-37B는 미 우주군 제9우주델타 제1분견대라는 부대에서 운용 중입니다. 이 부대는 공식적인 임무가 ‘Orbital Warfare’, 즉 궤도 전투입니다. 이 부대가 수행하는 궤도 전투란 우주 공간에서 적의 위성을 추적,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필요할 경우 궤도를 틀어 위성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X-37B에는 초소형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별도의 페이로드 모듈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적 위성에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임무 장비가 들어있다는 소문이 많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만리경-1호 위성 주변에 X-37B가 왔다갔다 거리면 굉장히 거슬리겠지만, X-37B가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속수무책 상황이 될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