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우크라 지원 감소 상황에 북에서 러 가는 무기는 증가세
( 진행자 )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엄청난 양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점점 줄어 들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대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공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요?

( 이일우 ) 정보당국과 OSINT 소식통들이 지난 9월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철도와 항만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무기들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북한 나진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1,000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야적장에 쌓여 있었고, 이 컨테이너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화물선들도 나진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실상 교역이 없었던 나진항은 12월 현재도 야적장에 대량의 컨테이너가 식별되고 있고, 계속해서 러시아에 뭔가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두 달 동안 러시아에 100만 발이 넘는 포탄을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가 초토화 전술을 사용하며 하루에 7~8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2주 가까이 쓸 수 있는 양인데, 최근에는 전선이 많이 정리됐고, 러시아군의 포병 숫자도 개전 초와 비교해 굉장히 줄어들어 하루 1~2만 발 정도를 겨우 쏘는 수준이기 때문에 내년 봄까지 쏠 수 있는 엄청난 양입니다.
러시아는 배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탄약 등 화물을 가져온 뒤, 이곳에서 열차에 화물을 실어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보로네슈와 로스토프나노두 지역 탄약집적소에 보낸 다음, 이곳에서 지역 철도와 도로를 통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주요 전장으로 보네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와 탄약 공급은 노후 무기와 탄약을 밀어내는 수준에서 단기성으로 끝날 것이라고 관측됐었는데, 12월 현재도 많은 양의 화물들이 북한에서 극동 지역을 거쳐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북한제 무기와 탄약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끊임없이 전선에 반입되면서 우크라이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는데, 지난 11월 말, 우크라이나가 국경에서 4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바이칼 호수 인근의 세베로무이스키 터널에서 폭파 공작을 한 것이나, 보로네슈, 브랸스크, 로스토프나노두 지역의 탄약 집적소에 대한 폭파 공작 횟수를 늘리고 있는 것도 북한에서 철도를 통해 전선에 반입되는 탄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부담감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북 제공 무기 , 전세를 바꾼다
( 진행자 ) 우크라이나가 직접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 공작을 하고, 북한에서 들어온 탄약이 모이는 주요 물류 거점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서 공급되는 무기와 탄약이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제 무기와 탄약, 과연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 이일우 ) 그야말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10월 초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 미국과 유럽에서 공급되던 무기와 탄약 양이 크게 줄어들었고, 미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립하면서 올해 연말이 되면 외부 지원이 사실상 완전히 끊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12월 12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미군 수뇌부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간곡하게 호소한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입니다.
그런데 10월부터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무기와 탄약을 대량으로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초기에 공급한 탄약은 대부분 오래 전에 생산된 노후 탄약들이었고, 이 탄약들은 과거 이 방송을 통해 예언했던 대로 전선 곳곳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포신 내부에서 포탄이 폭발해 러시아 포병들이 죽는 사고는 다반사였고, 포탄이 제원표에 나온 거리만큼 날아가지 않거나, 전혀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텔레그램 계정에서는 똑같은 152mm, 122mm 규격의 포탄과 장약을 사용 했는데, 북한제를 사용하면 사거리가 다르게 나온다면서 북한제 포탄의 ‘테이블’, 즉 사표를 구해 번역해 달라는 요청들이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11월 중순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포탄은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부대에서 촬영해 공개한 영상이나 사진 속 포탄들은 2000년대 이후 생산된 비교적 새 포탄이었고, 양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북한 포탄과 장약의 제원에 대한 자료가 보급되면서 포격 정밀도도 과거보다 크게 향상 됐고, 무엇보다 122mm 곡사포와 포탄이 함께 보급되면서 이 시기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10월 하순부터 12월 초까지 ‘라스푸티차’라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시기에는 한반도의 장마처럼 많은 양의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데, 체르노젬이라는 우크라이나 특유의 토양 때문에 물이 지하로 빠지지 않고 지표면 전체를 마치 갯벌처럼 만듦. 지표면 상태가 엉망이 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쥐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서방제 자주포들이 무력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주포들은 ‘Shoot & Scoot’ 전술이라고 해서 계속해서 위치를 옮겨가며 포를 쏘고 이동하고, 또 포를 쏘고 이동하고를 반복하며 러시아군의 대포병 사격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땅 전체가 갯벌이 되면서 자주포들의 기동성이 무력화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으로 러시아군 위치를 확인하고 포병 사격제원을 산출했는데, 쉴 새 없이 비가 오고 11월 중순부터는 강력한 폭풍까지 몰아치면서 드론을 띄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우크라이나군의 눈과 펀치가 무력화된 사이, 러시아는 철도를 이용해 전선 근처로 가져온 북한 곡사포와 탄약을 대량으로 방어진지에 배치할 수 있었고, 11월 말 라스푸티차가 끝날 무렵이 되자, 무서운 기세로 대량의 포탄을 우크라이나 진영에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전선 상황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의 포병 활동은 거의 관측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러시아군 포병은 거의 모든 전선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포격을 퍼붓고 있는데, 이 때문에 그동안 우크라 이나군이 승기를 잡고 있었던 거의 모든 전선의 상황이 역전되고 있습니다. 전쟁 초기부터 2년 가까이 버티던 도네츠크주의 난공불락 요새였던 마린카가 함락됐고, 인근의 아우디우카도 함락 위기입니다. 러시아군의 무덤이자 악몽이었던 바흐무트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반 년 넘는 전투를 통해 겨우 장악했던 외곽 마을들이 단 3주 만에 모두 러시아 손에 떨어졌고, 우크라이나가 공세를 벌이던 자포리자 지역의 로보티네와 벨리카 노보실카 지역도 지금은 러시아군이 반격에 나서 우크라이나 군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러시아가 압도적인 포병 화력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낸 덕에 가능했고, 그런 포병 화력은 북한이 제공해준 것임. 만약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이긴다면, 푸틴은 김정은에게 정말 크게 보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러에 상승세 선사 북한 , 뭘 얻을까?
( 진행자 )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에서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에 100만 발의 포탄을 준다고 했지만, 아직 3분의 1밖에 보내지 못했는데, 북한이라는 가난한 독재국가는 단기간에 100만 발이 넘는 포탄을 러시아에 보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탄 이외에도 각종 무기와 탄약까지 보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가난한 북한 입장에서는 정말 큰 부담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북한은 러시아에서 무엇을 받았을까요?
( 이일우 ) 현재 세계 상황을 신냉전 체제로 보고, 미국과 유럽, 대한민국 등을 자유민주주의 진영으로,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을 전체주의 독재 진영으로 구분한다면, 최근 2년간의 진영 대결은 전체주의 독재 진영의 압승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의 싸움 같지만, 우크라이나 뒤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무기와 훈련을 제공해주고 있고, 러시아 뒤에서는 북한, 중국, 이란이 대량의 무기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중립이지만, 전선에서는 대량의 중국제 탄약과 드론, 전술차량이 발견됐고, 이란은 샤헤드-136이라는 자폭 드론과 교관단을 보내 러시아를 돕고 있습니다.
이란이 중동 지역의 헤게모니를 잡고 지역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조종해 일으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가자지구 안에서만 벌어지는 전쟁 같지만,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이 있고, 하마스의 뒤에는 이란과 중동 지역 시아파 군벌, 러시아와 북한이 있습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하마스는 침공 전 이란에서 특훈을 받았고, 가자지구 시가전을 비롯한 전장 곳곳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인 교관들이 발견됐으며, 북한제 소총과 로켓, 미사일 등 북한 무기들도 많이 적발됐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이 연이어 터지면서 미국과 유럽 세계는 두 전쟁을 지원하느라 탄약고와 정밀유도무기 재고가 거덜 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상 장비와 포병탄약 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전장이었는데, 이스라엘은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정밀유도폭탄과 미사일을 엄청나게 끌어다 쓰는 전장입니다. 이들 두 전쟁에서 지난 2년 동안 소모된 탄약 재고는 미국과 유럽의 생산능력을 아득히 초과하는 양이고, 이 때문에 미국은 정말 다급할 때만 사용 하는 전시 비축용 탄약, WRSA-I는 물론, 주한미군 탄약까지 끌어다 썼습니다.
탄약고가 바닥나는 것도 문제지만, 항공모함과 잠수함 같은 전략자산의 피로도 누적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6개월 단위로 해외 배치와 정비, 훈련을 반복하는데, 지난해 우크라 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해리 S. 트루먼과 조지 H.W 부시를 각각 9개월 넘게 유럽에 전진 배치 해서 항공모함 순환 배치 일정이 완전히 꼬였습니다.
배치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선체 피로도가 더 누적되고, 복귀 후 수리비용과 기간이 크게 늘어납니다. 특히 트루먼 항모는 2019년에 핵연료 교체와 오버홀 정비를 받는 4~5년 일정의 종합정비에 들어갔었어야 하는데, 예정에 없던 장기 배치로 선체에 심각한 무리가 갔습니다. 대서양 항모 순환배치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래는 태평양함대로 갔어야 할 제럴드 R. 포드 항모가 대서양에 전개됐는데, 이 때문에 태평양 함대 에도 항모 공백이 생겨 퇴역했어야 할 니미츠 항모가 순찰을 돌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와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도 지난해 혹독한 순환 배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러시아와 이란이 번갈아가며 대형 사고를 쳐준 덕분에 미국은 유사시 군사적 대응 최선봉에 서는 항공모함과 이를 호위하는 함대 전력 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됐고, 현재 피로도가 누적된 군함들이 수리에 들어가면 1~2년씩의 정비 공사가 필요한데, 지금 미국 군함 조선소 들의 가동 효율이 최악인 상황이어서, 지난 2년간 혹사당한 군함들이 수리에 들어가는 2024년 부터 적어도 2~3년 동안은 미 해군의 군사적 대비태세가 최악으로 추락할 예정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해준 덕분에 자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항모전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됐고, 그 항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들이 사용할 탄약 재고도 부족해지는 효과를 보게 됐습니다. 물론,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국 입장 에서는 자신들에게 맞설 미군 전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반가울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단순히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주고, 그 반대급부로 뭔가를 받는 단순한 일회성 거래만 봐야할 것이 아니라, 신냉전 체제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이라는 팀이 한국과 미국, 일본과 유럽이라는 팀을 상대로 어떤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북한은 이미 자신들의 진영이 우위에 섬으로서 전략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고, 이제는 팀에 공헌한 대가로 다른 팀원 들에게 무엇을 받을지를 조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