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러 조약 발효 , 군사적 의미는?
( 진행자 )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 함으로써 최근 공식 발효됐습니다.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 때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국방차관도 동행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과학기술, 특히 잠수함 관련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구요?
( 이일우 )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6월인데, 이것이 왜 6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발효된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제법적으로 조약은 행정부 수장인 조약체결권자가 서명하고, 이를 비준이라 합니다. 그리고 조약승인권자인 입법부가 비준동의를 해주면 법적인 정당성을 갖게 되는데, 이 비준동의를 받은 비준서를 조약 체결 당사국끼리 교환하면 그때부터 정식으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 그 비준서 교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북러 동맹은 정식 효력을 갖는 동맹관계가 된 것입니다.
북러 양측이 정식 동맹 관계가 됐기 때문에 이제 양측은 공개적으로 군사 교류 협력, 예를 들어 파병, 무기 거래, 연합훈련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며 음성적 으로 협력해 왔는데, 이제는 대놓고 협력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을 대표단으로 하는 국방부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는데, 이 대표단에는 국방부 군사기술지원조직담당차관 알렉세이 크리보루츠코 포함돼 있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에는 차관이 10명이 있고, 이 중 방위산업과 관련된 차관은 국제 군사 및 군사기술협력조직 담당 차관인 알렉산드르 포민 상장, 군사기술지원조직담당차관인 크리보루츠코 2명이 있습니다. 포민 상장이 주로 무기체계 해외 수출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면, 크리보루츠코 차관은 러시아 방위산업 육성과 운영, 기술개발을 총괄합니다. 즉, 이번에 크리보루츠코가 왔다는 것은 북한이 파병, 재래식 무기 공급에 대한 대가로 통상적인 무기체계 완성품은 물론, 기술 이전과 공동개발, 공동생산과 같은 협력을 약속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아올 수 있는 군사과학기술은 여러 분야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미국 싱크 탱크와 인도태평양사령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바로 잠수함, 그 중에서도 핵잠수함 관련된 기술임. 미 싱크탱크, CSIS에서는 “북한의 핵잠수함이 태평양을 항해하는 끔찍한 모습을 떠올려보라”는 표현 까지 했을 정도로, 북한과 러시아의 잠수함 협력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도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한반도로 오던 러시아 잠수함 , K제 호위함에 "딱 걸렸다"
( 진행자 )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항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 잠수함 전력에 많은 투자를 해온 잠수함 강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러시아의 최신 잠수함이 한반도 근처로 오던 중에 탐지돼 강제 부상당하는 일이 있었다고요?
(이일우) 지난 11월 28일, 필리핀 민도로섬 서부 해안에서 약 148km 떨어진 해역, 필리핀령 부수앙가섬 인근 영해선에서 러시아 잠수함 1척이 탐지됐습니다. 남중국해 필리핀 인근에서 발견된 이 잠수함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인접국 잠수함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러시아 해군 잠수함이었습니다.
전에 보고되지 않은 외국 잠수함이 영해에 접근하는 것을 탐지한 필리핀 해군 호위함은 즉각 추적에 나섰고, 이 잠수함을 따라잡아 즉각 물 위로 부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제법적으로 잠수함은 남의 나라 영해를 무단 침범해서는 안 되고, 배타적 경제 수역을 통과할 때도 부상해서 해당 국가 정부에 사전 승인을 받은 뒤, 국기를 게양하고 수상 항해로 지나가야 합니다. 이를 무해통항이라고 함. 잠수함은 물 위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에 이런 수상 항해로 해당 국가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잠수함은 필리핀 영해에 접근하면서도 수중으로 항해했고, 필리핀은 즉각 군함으로 대응했습니다. 필리핀의 경고 통신에 러시아 잠수함이 응하지 않았다면 필리핀은 이 잠수함을 격침해도 됩니다. 그런데 경고 통신을 받은 러시아 잠수함은 즉각 부상했고, 해류에 떠밀려 의도치 않게 영해에 접근했다며 필리핀 측에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인근 수역을 떠날 때까지 필리핀 호위함의 밀착 감시를 받으며 필리핀 수역에서 쫓겨났습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에 필리핀 호위함에 탐지당해 강제 부상당하는 굴욕을 겪은 잠수함이 이번에 러시아 태평양함대에 막 배치된 최신형 잠수함이기 때문입니다. 이 잠수함은 개량형 킬로급으로 불리는 모델로, 러시아에서는 프로젝트 636.3 바르샤비얀카급으로 불립니다. 3,900톤급 잠수함으로 상당히 큰 덩치의 잠수함이고, 최신 기술이 적용돼 지난 2022년 11월에 취역한 최신함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서 취역 후 시험평가를 받고, 지난 10월 출항해 본 배치 부대인 태평양함대로 가는 길에 말레이시아 에서 훈련 겸 판촉 행사를 갖고, 필리핀 인근을 통과하던 중에 탐지된 것입니다.
이 잠수함의 이름은 ‘우파’였는데, 우파는 기존 킬로급과 달리 음향 스텔스 설계가 대폭 개선됐고, 각종 첨단 전자장비를 탑재해 현존하는 잠수함 가운데 가장 조용하다고 선전되던 잠수함이었는데, 말레이시아에서 그렇게 요란하게 선전 행사를 갖고 나오는 길에 필리핀에 탐지당해 강제 부상당했으니 러시아로서는 큰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러 '우파' 잠수함 잡은 필리핀 호위함, 한국형의 다운그레이드
( 진행자 )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가 러시아의 최신예 주력 잠수함이 한국에서 수출한 염가형 전투함에 너무도 쉽게 당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러시아 잠수함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알고 보면 한국해군 호위함의 다운그레이드형이라고요?
( 이일우 ) 이번에 러시아 잠수함을 잡아낸 필리핀 해군 호위함은 '호세 리잘'이라는 이름의 신형 호위함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해군력이 없었던 필리핀은 2010년대 들어 중국이 남중국해 곳곳에서 영유권 분쟁을 격화시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말 큰 마음 먹고 신형 전투함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새 군함을 살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이탈리아 해군에서 퇴역한 마에스트랄레급을 중고로 구입하거나, 인도에서 카모르타급 초계함을 염가에 조달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둘 다 협상 과정에서 무산되고 대안으로 한국산 호위함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필리핀이 사려했던 것은 한국해군의 인천급 호위함입니다. 2,300톤급 덩치를 가지고 있고, 무장이나 센서, 가격도 적당해서 이걸 사려고 했는데, 한국 측에서 인천급보다 더 개선된 설계 모델인 대구급을 제안했고, 필리핀이 이걸 수락해서 대구급을 기반으로 축소 재설계한 수출용 모델이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호세 리잘급입니다.

필리핀은 이 군함 2척을 3억 3천700만 달러라는 엄청나게 싼 가격에 계약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싼 가격이냐면, 설계 바탕이 된 한국해군 대구급 호위함이 1척에 3억 달러 정도였습니다. 덩치는 800톤 작아졌는데, 가격은 절반이 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대대적인 다운그레이드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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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훨씬 작아졌고, 추진기관도 전기 하이브리드 방식인 대구급과 달리 염가형 디젤 엔진만 달렸습니다. 레이더도 독일제 TRS-3D 염가형이 달렸고, 가장 중요한 음파탐지기, 소나도 미국제 해리스 모델 997이라는 저가 모델이 달렸습니다. 무장은 함포, 미사일, 어뢰 등으로 무장한 대구급과 달리 함포와 기관총만 달렸었고, 나중에 예산을 추가해 보병 휴대용 대공 미사일인 미스트랄을 2개씩 붙인 심바드-RC라는 초단거리 함대공 미사일과 한국제 해성 미사일, 청상어 경어뢰를 달았습니다.
사실 이런 다운그레이드가 있었어도 필리핀 해군 입장에서는 수십 년 만에 가져보는 제대로 된 전투함이었고, 대대적인 국가 환영 행사 속에서 2척을 인수해 온갖 국가 행사와 해외 연합 군사 훈련에 내보내며 필리핀의 자존심으로 활약시켰습니다. 그런 배가 이번에 러시아에서 가장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잠수함이라는 최신예 잠수함을 잡았으니 필리핀이 발칵 뒤집어질만한 일이었습니다.
김정은이 원하는 '4.5세대 최첨단 전투기' 확보도 대비해야
( 진행자 ) 최신 기술이 집약된 러시아 잠수함이 그렇게 쉽게 당했다면, 러시아가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도 한국에 그리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는다면, 북한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함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 이일우 )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러시아제 무기의 특징은 카탈로그 제원과 실제 제원이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선전 자료만 보면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의 최신 무기와도 대등 이상으로 싸울 수 있으면서, 가격은 매우 저렴한 것으로 선전되고 있지만, 싼게 비지떡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싸면서 좋은 물건은 없습니다.
이번 러시아 최신 잠수함 탐지 사건은 러시아 잠수함이 필리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방심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지만, 러시아 잠수함의 성능이 실제로 엉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 잠수함의 개량 이전 버전을 한국 해군이 불곰사업으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는데, 러시아 현장에서 이 잠수함을 실사한 평가단의 이야기로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성능이 형편없었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이런 잠수함 기술을 북한에 넘겨준다고 하더라도 엄밀히 따지면 조선, 제철 인프라가 매우 낙후된 북한에서는 이런 잠수함을 만들 수 없습니다. 만든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에서 건조한 잠수함보다 성능과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열화 버전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잠수함 분야는 기술이전보다는 완성품을 도입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기성품을 들여온다면, 객관적인 성능 면에서는 한국 잠수함들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지만, 한국 주변의 바다는 전 세계적으로도 잠수함 탐지가 어려운 독특한 수중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 필리핀에서 러시아 잠수함이 한 번 걸렸다고 안심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잠수함 기술도 북한에 제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대잠수함 전력을 정비해야 할 때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