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남한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가 대학에서 '창업'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한다고 해서 지난주부터 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연 씨, 북한과 남한, 어디가 더 창업 성공률이 높을까요?
이해연 : 북한이 훨씬 간단합니다. 남한 같은 경우에는 창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 사장님도 너무 많잖아요. 한 달에 직장에서 일정한 월급을 받으며 살다가 원대한 꿈을 갖고 창업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지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식당이든 커피점이든 어떤 사업에서도 유행에 따라갈 수 있도록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하고요. 남한은 정말 너무 빨리 바뀌거든요.
박소연 : 맞습니다. 그래서 창업은 어떻게 보면 도전이기도 하죠. 창업하는 탈북민들을 만나보면 창업을 하는 이유가 다 다릅니다. 어떤 분들은 월급을 받으며 직장을 다니면 남한에서 먹고 살기는 괜찮은데,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하나도 못 사겠더라는 거죠. 탈북까지 했는데 내 이름으로 된 집에서 살다 죽는 게 소원이고, 그러려고 창업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어요. 또 창업에 필요한 지원을 국가가 해주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사장이나 대표가 될 수도 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면 창업을 해보는 거죠.
이해연 : 북한에서 사장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돈이 있다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칭호는 아닙니다. 죽기 전에 사장님 소리 한번 듣고 싶다, 이런 것도 창업의 이유가 됩니다.
박소연 : 북한에서는 방직공장 노동자, 도시건설 노동자로 불리다가 남한에 왔더니 이름 뒤에 붙는 호칭이 달라지잖아요. 회사에 들어가면 주임이나 대리님이라 불리고 특히 사장님은 로망이죠. 창업하게 되면 돈을 얼마를 벌든지 간에 일단 명함을 찍고 버젓이 내 이름과 직함, 운영하는 가게 주소도 있고요. 그 명함을 줄 때 그렇게 뿌듯하답니다. 마치 내가 수령님보다 더 센 것 같다고 농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웃음)
이해연 : 북한에서는 돈도 있고 대학도 졸업하고 간부를 하다가 사업을 하는 소수의 사람만이 사장이 될 수 있잖아요. 일반 주민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장 소리 듣기 힘들고요. 남한도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있으니 많이들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래서 창업하는 대부분의 탈북민은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잘 붙여요. 예를 들어서 수선집이라면 '소연 수선집', '소연 황금 바늘집' 이런 식으로. 또 식당을 하면 '복희식당'. 자기 이름 석 자가 그렇게 뿌듯하고 좋더랍니다. 북한에서는 내 이름이라고 해봐야 당의 지시를 받드는 도구로만 이용됐는데, 남한에 와서 내 이름으로 된 간판을 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부르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비록 창업해서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쉽게 포기를 안 하시더라고요.
이해연 : 그러니까 탈북민들의 창업은 꿈, 희망, 도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탈북민뿐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게도 창업은 도전이고 꿈을 이루는 수단이고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 말라며 각오를 다지죠. 구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북한인가 싶을 때도 있고…(웃음) 그런데 지금 내용부터가 중요한데요.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들을 지켜야 할까요? 해연 씨가 써야 하는 리포트의 가장 핵심 내용이 될 것 같네요.
이해연 : 차별성과 창조성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떡집을 한다면 보통은 하얀 가래떡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창의성을 가미해 오미자 물을 넣은 분홍색 가래떡을 만들고 치자물을 넣어 노란 떡, 쑥즙을 넣어 초록 떡을 만들어 판다면 그게 흰가래떡만 파는 가게들과 차별이 되잖아요?
박소연 : 사람들은 분홍색과 초록색 떡국이 있는 걸 보고 신기해하고, 더구나 색소가 아닌 실제로 열매나 사람이 먹어서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었으니 잘 팔릴 것이고… 바로 이런 거죠. 저는 무엇보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식당이라면 음식 맛과 청결, 서비스 같은 것이요.
이해연 : 덧붙여 그걸 꾸준히 유지하는 성실성도요. 또 법을 지키는 것 특히 세금을 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를 제날짜에 안 하면 납부 지연 가산세가 붙고, 안 내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어서 세무도 중요합니다.
박소연 : 역시 전공이라고…(웃음) 그리고 저는 이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타이밍이요! 즉 시기에 잘 맞았으냐 하는 문제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부분 창업자가 다 망했어요. 사람이 이동할 수 없으니까요. 근데 성공한 창업도 있어요. 배달 창업은 많이 늘었죠. 이런 타이밍을 보는 눈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해연 :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게 또 중요하다고 얘기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지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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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 남한 같은 경우에는 출산율은 낮은데 고령 인구는 더 늘어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한에서는 건강식품 사업이 성장하고 요즘은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 습관이 많이 바뀌고 있는 추세도 잘 읽고… 특히 한국 사회는 사회 현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주, 빠르게 바뀌니까 이런 공부가 중요합니다.
이해연 : 그리고 남의 말만 듣고 시작하지 않기! 자신이 직접 해보지 않고 누군가의 말만 듣고 시작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박소연 : 성공 요건이 이렇게 많다는 건 쉽지 않다는 의미죠. 어쨌든 해연 씨, 우리가 '창업 성공의 요건'에 관해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도움이 좀 되셨나요?
이해연 :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거든요, 선배님과 얘기하다 보니까 어떻게 써야할지 가닥이 잡혔습니다.
박소연 : 해연 씨가 생각하는 창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뭐예요?
이해연 : 저는 경험이요. 실제로 경험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같은 경우에는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나한테 맞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알고 시작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지금 해연 씨가 말하는 '저희'는 혹시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말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정말 탈북민들에겐 해연 씨가 말했던 경험이 중요합니다. 경험을 쌓다 보면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를 본인이 알 수 있어요. 혹시 맞지 않으면 바꿔도 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창업의 성공 조건에 관해서 얘기할 때 차별성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특히 탈북민들은 벌써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리포트에 이 얘기를 꼭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해연 씨의 리포트도 벌써 차별성이 생깁니다.
이해연 : 제가 꼭 참고하겠습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박소연 : 혹시 이 방송을 통해서 얻은 조언으로 A+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죠? (웃음) 남과 북이 서로 환경이 다르지만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어요. 끈기와 인내심 즉 버티는 힘입니다. 끈기로 쌓은 경험을 가지고 기본만 잘 지키면 새로운 힘과 지혜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내일의 사장님들을 응원하며…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