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요즘 우리 둘이 열심히 다니는 데가 있잖아요?
이해연 : 저는 요즘 치과에 다니는데 선배님도 다음 주에 치과 예약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박소연 :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어요. 해연 씨는 치과에 왜 그렇게 자주 다니세요?
이해연 : 솔직히 치아가 빠져서 간다기보다는 치열을 예쁘게 만드는 치아교정 때문에 치과에 갑니다. 북한에서부터 하고 싶었는데 못했거든요.
박소연 : 쉽게 말하면 삐뚤삐뚤한 치아를 반듯하게 줄을 맞춘다 이거죠? 제가 알기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고 알고 있거든요. 평소 또순이라고 자부하고, 적금하는 걸 낙으로 삼는다고 하시던 분이 치아교정이요?
이해연 : 제가 만약에 북한에 있었다면 이렇게 큰돈 들여서 감히 하지 못했겠죠.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먹고 사는 게 우선이잖아요. (웃음) 치아 교정이 돈이 많이 들긴 합니다. 한국 돈으로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 들어요. 달러로 환산하면 2,000달러에서 3000달러 중간 정도 하는 금액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는 제가 필요하다면, 하고싶다면 젊은 나이에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박소연 : 저는 남한 정착 초기에 예쁜 아가씨들이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치아 중간에 무슨 쇠줄이 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남한에서는 치아에도 액세서리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치아교정을 위한 장치라는 걸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해연 : 선배님이 고향에 있을 때 치아교정 없었나요?
박소연 : 태어나서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이해연 : 북한에서는 치아라고 안 하고 이빨이라고 부르잖아요? 이빨 교정이라고 하죠. 많은 사람이 하는 건 아니고 돈이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교정을 했습니다. 지금은 북한에서도 예뻐지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금액 차이가 정말 많이 납니다.
박소연 : 그럼 북한에서는 치아교정하는 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요?
이해연 : 이번에 계산해보고 너무 놀랐던 게 북한에서는 교정이 50달러에서 60달러 정도 드는데요, 계산해보면 남한과 거의 40배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죠.
박소연 : 치아교정을 한 번 하고 장치를 제거하는 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요?
이해연 :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리는 데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선배님은 임플란트 하셨잖아요?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박소연 : 이쯤에서 확실히 선을 긋고 싶어요. 해연 씨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이렇게 돈을 탕진하잖아요! (웃음) 저는 먹고 살려고 합니다. 이빨이 있어야 살 것 아닙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데 현재 임플란트를 4대나 하고 있어요. 제가 해연 씨보다 북한에서 더 오래 살았잖아요. 거의 40년을 살다보니까 이가 거의 성한 게 없어요. 그 이유 아시죠? 돌을 밥 먹듯 하잖아요.
이해연 : 잘 알죠. (웃음) 밥 먹을 때 돌을 기본적으로 한 개 이상은 씹는다고 봐야죠.
박소연 : 치아가 불편해서 남한 치과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임플란트를 하라는 거예요. 임플란트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잇몸에다 이빨은 심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빨하고 색깔이 같은 재료인 지르코니아로 이빨로 너트를 만들고 그걸 잇몸에 고정할 수 있는 볼트를 만들어요. 잇몸에는 볼트를 심고 이빨을 나사처럼 돌려 고정하죠. 이게 임플란트입니다.
이해연 : 엄청 아프게 들립니다…
박소연 : 전혀 아프지 않았어요. 마취를 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그리고 임플란트를 하면 좋은 점이 또 있어요. 혹시 임플란트 치아가 깨졌다거나 볼트가 풀어지는 경우에는 5년 동안은 무료로 치료를 해주더라고요.
이해연 : 아, 무상으로 수리를 해주는 군요.
박소연 : 임플란트 1대를 심는데 비용은 한국 돈으로 120만 원이 들어요. 달러로는 1,000달러 정도 되죠. 거기에 4대를 했으니까 어림잡아 4,000 달러 정도 되는 거죠.
이해연 :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서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게 정말 기술차이가 크다는 겁니다. 북한에 있을 때 발치하러 병원에 갔었는데, 물론 마취를 하기는 하는 데 얼마나 아프던지 온 동네 떠나갈 듯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박소연 : 저도 충치가 있어서 치과에 갔는데, 의사분이 먼지가 쌓인 알루미늄 도시락 같은 통에서 핀센트를 꺼내드는 거예요. 지어 소독통 밑에 깔아놓은 하얀 가제천도 말라 있었어요. 소독도 제대로 안 된 기구로 치아를 다루는 데 없는 병까지 생기겠더라고요. 상한 치아 부분을 막 헤집는데 결국, 재발이 계속돼서 한번 가고 더는 안 갔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 사람들도 치과에 갈 거면 차라리 집에서 하는 게 낫다는 말이 돌 정도였어요.
이해연 : 맞아요. 북한에서 치과는 공포죠. 남한에 와서는 하나원에서 처음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과연 어떨까 궁금해고 치료받을 게 있어서 갔었는데요. 정말 하나도 안 아프고 의사 선생님도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놀랄 정도였습니다.
박소연 : 하나원 내부에 있는 병원인 하나 의원에는 치과 선생이 따로 없어요. 통일부가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가장 치료를 많이 받는 부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결과, 치과와 산부인과가 나와서 외부에서 의사들이 들어와서 치료를 해줬습니다. 정말 처음에는 북한에서의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에 누구도 안 가고 눈치를 보는 거예요. 북한말로 째시(염탐)를 본 거죠. (웃음) 젊은 친구들이 씩씩하게 갔다 오면서 입에다가 동그란 솜뭉치 같은 거를 물고 나오는데, 다들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안 아프다고… 그 다음부터 중년들이 줄지어 갔죠. (웃음) 그때 정말 해연 씨랑 똑같은 마음이었어요. 북한 치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자, 올라가 누우시오. 입을 벌리시오'. 이러면 끝이잖아요? 그리고 아프다고 하면 '이렇게 아픈 것을 못 참아서야 어떻게 치료 하냐'며 짜증냈고…
이해연 : 맞아요. 그래서 더 무서워하죠.
박소연 : 그런데 하나원에서 만난 치과의사는 '치료 중에 불편하시면 오른손을 드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와… 그러니까 이게 뭔가 마음이 평온해져요. 물론 마취제를 놓고 치료하지만 기구가 닿는 것도 느껴지고 약간 찌릿하기도 한데… 무엇보다 의사 선생님들의 친절함이 편안하게 했어요. 저랑 동기생 언니는 글쎄 그 와중에 코를 골면서 잤답니다. (웃음)
이해연 : 아우, 정말 잘만도 해요. 하나원 안에서 하는 치료는 기본적인 치료만 가능하잖아요. 일단 스케일링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탈북민들은 스케일링이란 치료를 받은 적이 없어서 그 말 자체를 모르기도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치석이 쌓였겠어요. 그런 것들을 치료를 해주고 충치 치료, 발치 등을 했죠.
박소연 : 놀라운 것은 하나원을 퇴소한 후 3년까지 교육생들도 하나원에 들어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더라고요. 해연 씨 어때요? 사회에 나와보니 하나원에서 치료받은 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알잖아요.
이해연 : 진짜로요! 하나원에서 치과 치료를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아요. 나와서 병원 가보시면 알 수 있어요. 사실 남한 분들도 치과에 가는 게 겁이 나고 가기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우리는 북한에서와는 달리 치과가 너무 편안한 곳이 된 것 같아요. 들어가면 평온한 마음을 갖도록 음악을 틀어주고…
박소연 : 저는 치료 의자에 딱 앉아서 내 치아를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해연 : 아 그렇죠? 맞아요! 저도 제 치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남한에 와서 처음 봤네요.
박소연 : 솔직히 말해 생각보다 울퉁불퉁한 게 못생겼더라고요. 일상에서는 입술이 가리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웃음) 북한에 있을 때는 자기 치아를 못 보잖아요. 보려면 입을 그냥 째질 정도로 벌리고 거울을 보고 그랬는데, 여기 치과에서는 딱 누웠는데 눈 앞에 컴퓨터 화면에 내 치아 사진을 딱 띄어서 보여주는데요, 신기한 게 잇몸 뿌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했다는 것까지 다 보여요.
이해연 : 저도 그 사진을 보고 제 치아가 생각보다 더 안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웃음) 처음에는 스케일링만 받으러 갔었는데 나중에는 교정을 하고 싶어서 상담 받으러 갔어요. 그러고 나서 상담사가 설명을 얼마나 자상하게 30분 동안 해주시는지요. 어쨌든 상세한 상담을 듣다 보니 교정할 결심이 서더라고요. 남한에서 치과의 신세계를 경험하였답니다. 북한에선 그렇잖아요. 그냥 대충 씹어 먹을 게 있으면 그냥 살아가고 그랬었는데, 남한 사람들은 이빨을 건강, 미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박소연 : 맞아요. 중요한 건 그거예요. 북한에서는 맛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양에 초점을 두고,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갈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치아가 아프거나 썩으면 그냥 뽑고, 이가 없으면 거기다 틀니를 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반면 남한은 먹을 게 너무 많아요. 그것도 한국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일본식도 있고 서양식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치아가 튼튼하지 못하면 먹는 행복을 어떻게 느끼겠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치아에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차이들도 크게 나고, 방금 해연 씨가 상담 얘기했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 우리는 치아에 대해서도 마음대로 선택을 못 해요. 의사가 그냥 보다가 '이거 뽑으시오' 하면 뽑아야 해요. 그런데 남한에는 치아를 뽑는 것도 본인한테 동의를 받아요. 지금 당신의 치아 상태가 이렇다...
이해연 :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본인한테 의사를 묻는 거죠.
박소연 : 그렇죠.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과학적인 사진에 기초해서 얘기해주는 거예요. 환자가 보고 객관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모든 시스템이 갖춰진데다가, 심지어 금이나 지르코니아 같은 치아 재료도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물어봐요. 그리고 재료마다 장점, 단점이 뭔지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상담만 30분이 걸리는 거예요. 그리고 결국, 선택은 환자 본인이 하는 것이고요.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걸 이런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새삼 소중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가 자식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식처럼 소중하고 귀중하다는 의미죠. 여러분은 지금 하루 칫솔질을 몇 번 정도 하시나요? 또 어떤 방법으로 하시는지요? 치료 방법도 다르지만 이빨 위생에 대한 부분도 많은 차이가 있는데요, 남한의 이빨 관리 방법 한번 배워보시겠습니까?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