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기피 1순위 북한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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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가 하나원에 들어왔을 때 거의 20대 초반이었잖아요? 그런데 그때 벌써 뽑은 치아가 있다고 했잖아요? 사실 남한에서는 20대 초반에 치아를 뽑는 사례는, 특히 충치로 인해서는 거의 없어요.

이해연 : 북한에서는 10대나 20대 상관없이 치아가 벌레를 먹는다고 하잖아요. 치아가 까맣게 착색이 돼서 아프다 싶으면 그거를 다 뽑아버리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와서 놀랐던 것이 벌레 먹어서 누렇게 착색이 되고 구멍이 난 치아를 다 긁어내고 거기에 무언가를 넣어서 메꿔주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치료해주시는데 그때 처음 신경치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박소연 : 맞아요. 그런 식으로 남한의 치과는 어떻게든 원래 치아를 살리는 쪽으로 하고 정 안되면 뽑는 거예요. 본 치아를 보존해야 된다는 입장이 강하거든요. 저도 앞니가 사실은 씌운 거예요. 원래 치아가 끝부분이 부러졌고 뿌리는 성했죠. 병원에서는 치아를 살려야 된다며 부러진 부분을 예쁘게 갈아서 끝부분에 본 치아와 똑같은 재질인 지르코니아로 모형을 떠서 씌우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치아가 이렇게 살아있는 거예요. 치아 치료는 진짜 기술의 차이가 큽니다.

이해연 : 정말이요! 치료 방법이 이렇게도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박소연 : 사실 북한 의사들도 무조건 뽑고 싶어 뽑았겠습니까? 기술과 재료가 없으니까 그런 선택을 하는 거죠. 북한에서 우리가 치과를 거의 이용 안 했잖아요. 그래서 치통이 오면 집에서 대충 민간 치료를 많이 했는데 해연 씨는 어떻게 해결했어요?

이해연 : 저희는 민간 치료를 너무 많이 하죠. 흔히 약초로 치료하는데, 혹시 선배님은 세신이라는 약초 알고 계세요?

박소연 : 세신이요? 잘 알죠.

이해연 : 세신은 향이 강한 약초로 치아 사이에 넣고 물고 있으면 괜찮아진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것도 만병 치료는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순간만 안 아프고 계속 쓰면 효과가 없더라고요.

박소연 : 10년 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서 사용한 건 아편이었어요. 치아가 너무 아프니까 아편 주사를 잇몸에다 놔요. 그러면 하나도 안 아파요. 만일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서 다음 날 장사를 못 나가면 내 자식들을 누가 벌어먹여요? 몸에 안 좋다는 거 알면서도 아편 주사를 놓는 거죠. 그래도 또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재발해요.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하냐. 충치로 치아가 움푹 팼잖아요. 거기에다가 아편 덩이를 넣어요. 그다음에 뾰족한 젓가락을 불에 달궈서 아편을 지져요. 비과학적 방법인데도 여러번 반복하니까 신경이 알아서 두 손을 드는지… 안 아픈 거예요. (웃음) 그래서 북한에는 집집마다 아편은 비상약이죠. 아편은 설사부터 위통, 두통은 물론 치통 치료에도 사용했는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이해연 : 그게 마약이잖아요.

박소연 : 그러니까요. 북한에서는 범죄가 아니라 아주 똑똑한 사람만이 이 방법을 쓰잖아요.

이해연 : 사실 여기서는 마약인데... 북한에서는 가택 수색을 했는데 적은 양의 아편이 나오면 괜찮아요. 왜냐하면, 집에 어르신들이 있으면 그분들이 아플 때 쓰려고 비상약처럼 쓴다고 하면은 법적으로 굳이 문제를 안 삼거든요. 그러나 남한은 조금만 가지고 있어도 큰 범죄자로 문제로 삼더라고요.

박소연 : 그때에도 안 좋다는 걸 알았죠. 아편을 계속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다른 약이 말을 듣지 않잖아요? 결국 아파도 대체할 약이 없고요. 그래서 계속 아편만 주야장천 쓰는 거예요.

이해연 : 정말 다른 대책이 없으니까. 아프면 사람이 본능적으로 마약이든 뭐든 어떻게 해서라도 아프지 않게 하려니까 그냥 쓰는 거죠.

박소연 : 그리고 해연 씨! 북한에서 살 때 건강한 잇몸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칫솔질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요?

이해연 : 전혀 몰랐어요. 남한은 치과 의사가 칫솔질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더라고요.

박소연 : 그러게요. 우리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닌데…(웃음)

이해연 : 보통 어릴 때 선생님들이 칫솔질을 매일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었는데 칫솔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길래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박소연 : 남한에 와서 처음 알게 됐는데 북한에서는 칫솔질을 옆으로 하잖아요.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데 남한에서는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위아래로 하라고 하더라고요. 북한처럼 옆으로 왔다 갔다 칫솔질하면 치아가 다 손상이 된답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칫솔질하는 방법도 남북이 달라요. 우리가 솔직하게 북한에 있을 때 하루에 칫솔질 몇 번 했습니까?

이해연 : 하루 한 번하면 잘한 거죠. (웃음) 아침에만 한 번 하는데 그마저도 안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사실 창피한 일이지만진실이니까...

박소연 : 그거는 10년 전하고 똑같아요. 칫솔질을 하루에 한 번 해야 하는 걸로 알았어요.

이해연 : 저녁에 칫솔질한다는 걸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충치가 생기는 게 사탕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었어요! 사실 사탕 살 돈도 많지 않잖아요.(웃음) 진짜 이유는 치아 관리를 잘 안 해서 병균들이 생겨서 그랬다는 걸 한국에 와서 알게 됐어요.

박소연 : 잇몸이 벌겋게 부으면 소금 함수가 고작이었죠. 또 소금으로 양치질하면 치아와 잇몸이 튼튼해진다고 생각했어요.

이해연 : 맞아요. 소금으로 칫솔질하면 치아에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어요. 우리 할머니는 치약이 있는데도 소금으로 하라고 하고… 정말 너무 짜요!

박소연 : 북한에서는 칫솔이 달랑 한 가지인데, 남한에는 치간 칫솔이라고 치아 틈새에 먼지털이 같은 걸 들락날락하며 사용하더라고요.

이해연 : 그리고 치실도 있어요.

박소연 : 맞아요. 그리고 가그린도 있잖아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치아에 뭐가 끼면 보통 어떻게 처리하죠?

이해연 : 요지, 이쑤시개로 해결하죠.

박소연 : 요즘은 그래요? 옛날에는 집마다 집안 빗자루가 있었어요. 어르신들은 빗자루에서 가지 하나를 잘라 이쑤시개로 이용했고요. 쇠바늘로 치아를 쑤시다가 상처가 나서 병균이 생기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침에 양치질을 못 했어도 저녁에는 반드시 양치질하고 자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아요. 밤에 자는 동안 입안에서 병균이 번식하는데, 왜 우리는 북한에 살 때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요? 저녁에 양치를 안 하면 치아에 병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러다가 남한에 와서 사람들하고 어울려 살면서 저녁에 양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거예요.

이해연 : 나를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양치를 안 하면 이제는 못 살겠더라고요. 남한에서 치아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북한에 있을 때는 자주 치아가 쑤시거나 아프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증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남한 문화를 따라가면서 칫솔질을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에 꼭 하고 있어요. 어떨 때는 귀찮아서 일부러 식사를 안 할 때도 있어요. 어쨌든 밥 먹고 난 뒤에는 칫솔질을 한 번씩은 꼭 해 주는 게 좋습니다. 또 칫솔질을 하고 난 뒤에도 치실을 사용하면 치석이 끼는 걸 예방해서 치아 건강을 위해 매일 관리를 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남한에는 치아 관리와 관련해 3,3,3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하루에 세 번 칫솔질하고, 식사 후 3분 후에 하고, 양치 시간은 3분, 그래서 삼삼삼이라고 한데요.

이해연 : 마치 암호 같아요.(웃음)

박소연 : 우리가 치아에 질병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음식을 먹은 후에 양치하게 되면 그런 것들을 빨리 제거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한은 지하철마다 화장실이 있고 더운물이 나와요. 그러니 용무를 보고도 가방에 칫솔 치약만 있으면 얼마든지 양치를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때요? 심지어 집에서도 수도가 안 나옵니다. 그러니 어디서 양치질하겠어요.

이해연 : 겨울 같은 때는 더 안 되죠. 더군다나 북한은 화장실이 다 밖에 있잖아요.

박소연 : 화장실이 아니라 공동변소를 사용하고… 이처럼 물을 사용할 환경이 안 되기 때문에 양치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남의 집에 가서 칫솔질하는 사람은 아예 없어요. 그런 사람을 보면 욕하거든요. 또 남의 집에 가서 머리를 감고 빨래하거나 양치하면 그 사람이 가진 시름이 우리 집에 들어온다는 미신이 있어요.

이해연 : 맞아요. 머리는 특히 더 예민한 것 같아요.

박소연 : 남의 집에서는 눈치가 보여 칫솔질할 생각을 못 해요. 미신적인 문화도 있고 남한처럼 어떤 공공장소에 가든 환경이 구비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사람들이 그런 걸 안 하게 되는 습관이 있는 거죠.

이해연 : 그리고 남한에 와서 제가 또 치아 교정을 했기 때문에 칫솔을 필수품처럼 계속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어요. 또 어디에 가서도 양치할 수 있는 환경이고 양치해도 별로 부끄럽지 않아요. 이젠 적응이 된 거 같아요.

박소연 :남한은 누구나 다 하기 때문에 양치한다고 뭐라고 안 하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치과 치료를 많이 받다 보니 비용 때문에 부담을 느끼거든요. 남한 정부는 탈북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치과 치료비용을 무료로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어요. 지원 규정은 일 인당 한화로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인데, 틀니만 해줘도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정말 탈북민들을 위한 남한의 치과 치료 지원 제도가 얼마나 잘 돼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이해연 : 이렇게 지원을 해 주는 이유는 탈북민들이 살아오면서 치아 관리를 잘하지 못해 치과 질환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원을 해주는 제도가 생긴 거 같습니다.

박소연 : 맞아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들은 치아 건강에 대한 상식이나 치료 방법도 모르고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물질적으로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저녁을 드시고는 꼭 양치질하시는 게 본인의 건강한 치아를 위해 예방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반드시 알려드리고 싶네요.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해연 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