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남한 부자는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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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해연 씨는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

이해연 :운동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요가복을 입고 다니시는 분, 헬스장 회원권 끊으라고 홍보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남한분들은 왜 이렇게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많을까 궁금했어요. 왜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할까… 저의 요즘 관심사는 운동입니다.

박소연 :질문을 하면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예상했단 말이에요. 20대니까 당연히 최고의 관심사는 멋진 남자친구? 이런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건강이나 운동 얘기가 나오니까 놀랬고, 참 건강한 관심사를 갖고 있네요.

이해연 :사실 남자친구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먼저 멋있는 사람이 돼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소연 :남한에서는 20대뿐 아니라 30대, 40대… 70대까지 올라갈수록 건강, 운동을 첫 번째로 두는 관심사일 거예요. 북한에 비해서 남한 사람들… 정말 건강에 관한 관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부자는 땀을 흘린다 ?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남한 사람들 모두

건강 염려증 , 운동 강박증

이해연 :제가 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부자는 운동한 답니다. 피가 아닌 땀을 흘린대요. 왜 운동과 부자가 관련이 있는 거지? 그 시간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나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진짜 부자들은 마음의 에너지가 충족돼야 나가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자기 몸이 건강해야 활력 있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진짜 공감했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남한에 온 이유가 있잖아요?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경제적으로 더 잘 살고 싶어서 온 것이고요. 그런 생각을 하니 앞으로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소연 :그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죠. 대부분 탈북민이 정착 초기에 남한 분들이 몸에 딱 달라붙는 옷들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것을 보죠. 북한에서는 '탈리'라고 하죠. 이렇게 늘어났다가 딱 붙는 옷을… 공원이나 안양천에 너무 좋은 운동기구들이 그냥 서 있잖아요. 거기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팔굽혀 펴기, 철봉도 하고 그러죠. 탈북민들이 처음에는 '야 진짜 먹고 할 짓이 없어서 더운 대낮에 운동하냐'고 욕을 합니다. 북한에서의 삶은 24시간이 운동이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시장까지 60킬로짜리 마대를 메고 나가서 매장에 물건을 진열하고, 육신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남한은 그렇지 않아요. 물론, 생산직에서 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북한처럼 그렇게까지 힘을 쓰는 일을 하진 않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탈북민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는 북한에서 내내 운동하다 왔는데 무슨 남한에서까지 와서 운동하겠다고 난리냐'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정착 연도가 늘어나면서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요. 머리, 허리, 다리, 골반 온갖 데가 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제일 많이 해주는 처방이 정상적인 운동을 하라고 해요. 결국 정착 초기에 운동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고 이해하지를 못했다가 그때야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죠.

“튼튼한 몸이 왜 또 나라의 보배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나의 보배죠”

이해연 :저도 그랬죠. 사실, 보면 북한에서도 운동이 없지는 않았어요.

박소연 :튼튼한 몸은 나라의 보배라고 맨날 말하잖아요.

이해연 :튼튼한 몸이 왜 또 나라의 보배인지 잘 모르겠어요. 나의 보배죠. (웃음) 내가 건강해야 삶의 질이 달라지잖아요. 보면, 북한에 있었을 때는 운동이라고 하면, 학교 때 한창 또 그런 바람이 불었어요. 체조를 한다든가 아침에 이제 빨리 등교하거나 출근해서 '하나, 둘, 셋, 넷' 하고 외치면서 하던 거...

박소연 : '힘껏 제치며 하나 둘' 엇간 체조를 했죠.

이해연 :맞아요. 그런 체조를 또 한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게 없어져요. 사람들이 체조를 진짜 싫어하거든요. 왜냐하면, 학교에서 끝나고 집에 가서는 엄마 일을 도와주느라 너무 힘들고 지치는데, 아침에 운동까지 시키냐면서 싫어했죠. 그만큼 사람들의 생활이나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박소연 :사실 북한에서는 '운동'이라고 하면,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거로 생각했잖아요? 그래서 특별히 운동하는 사람을 체육 선수라고 하죠. 만일 여자가 체육한다고 하면 욕하고 뜯어말렸죠. 무슨 여자가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다리를 쫙쫙 벌리면서 뛰느냐고… 그리고 배고픈데 걷기 운동을 하거나 팔다리 운동을 하면 몸 안에 있는 힘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빠져나가죠.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지 건강을 위한 운동이 먼저가 아닌 거죠. 쌀을 구해서 배불리 먹어야 하루하루 살 수가 있는데, 미래를 내다보고 장수하면서 건강하게 살겠다고 운동을 하지는 않아요. 사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들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죠.

“야 진짜 저렇게 길바닥에서 힘을 뺄 거면

가서 벽돌이라도 한 장 지고 돈을 벌지”

박소연 :그래서 탈북민들이 처음 남한에 와서 운동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욕도 하면서 콧방귀를 뀌었겠죠. '야 진짜 저렇게 길바닥에서 힘을 뺄 거면, 가서 벽돌이라도 한 장 지고 돈을 벌지' 하면서 말이죠.

이해연 :맞아요. 북한 사람들은 운동하는 사람들 보고 밖에서 나가서 왜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는지 이해를 못 하죠. 그 시간이면 돈을 벌던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남한 사람들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건강해야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거죠.

박소연 :그렇게 생각이 다른 거죠. 남한에서 하루만 일하면 쌀 30킬로 살 돈을 벌어요. 북한에서는 쌀만 있으면 살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이 바뀌는 거예요. '야, 하루만 일해도 한 달 먹을 쌀값을 버는데 굳이 돈만 벌겠다고 힘들게 다닐 필요가 있냐' 라고...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관 안에 넣고 갈 것도 아닌데, 여기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행복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서 탈북민들도 마음이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해연 씨처럼 이렇게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된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데, 특별히 우리가 이번에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더 건강에 관해서 관심을 두게 된 것 같아요.

이해연 :정말 공감하는 얘기인데요. 저도 이번에 코로나에 걸렸잖아요. 예전에는 식단 조절하고 그냥 몸매를 고민했는데…

박소연 :에스라인?

이해연 :그런데 사실 에스라인은 안 됐습니다. (웃음) 안 됐어도 바람은 항상 있죠. 그래서 식단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이랬었는데, 최근에 코로나에 한 번 걸리고 나서는 면역력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답니다.

건강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 생각해보면 남북 사람들의 시각차가 이렇게 큰 것도 없습니다. 오늘을 살기 바쁜 우리는 내일을 위해 운동을 할 여유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건강하다’는 기준도 남북이 다른 거 알고 계셨습니까? 건강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