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강도 이자에 맞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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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요즘 금리가 많이 올랐는데, 해연 씨는 저금을 많이 하세요?

이해연 : 많이 할 돈은 없는데, 그래도 저의 첫 관심사는 적금입니다. 요즘은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은행 금리가 높아지니까 적금을 많이 들고, 예금도 많이 하더라고요. 적은 돈이라도 그냥 갖고 있기보다 적금해서 이자를 받고 싶은 생각에, 요즘 자주 네이버에 들어가서 검색하고 있어요.

박소연 :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는 돈을 저금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 적금한다는 얘기를 안 했거든요. 남북이 좀 다르더라고요. 적금은 달마다 얼마씩 은행에다 넣고, 그 금액에 대해 은행이 정한 이자를 받는 거잖아요.

이해연 : 이자는 북한에서도 하는 말이거든요. 사실 은행이 없어서 그렇지 개인들끼리는 이자를 주고받잖아요.

박소연 : 강도 이자를 받죠.

이해연 : 맞아요. (웃음) 이자를 엄청 많이 받는데 거의 10% 정도를 받을 거예요. 딱히 정해진 게 없이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거예요. 아는 사이면 조금 낮춰주고 돈 임자의 맘인 것 같아요. 북한 은행에서 뭐 돈을 내고 이자를 받는다? 이런 건 제가 오기 전까진 없었어요. 그런데 남한은 돈 관리가 훨씬 쉬운 것 같아요. 보통 돈이 수중에 있으면 자꾸 쓰잖아요. 다행히 은행에 돈을 맡기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쏠쏠한 재미가 있던지요.

박소연 : 그렇죠. 남한에서도 얼마 전까지 이율이 얼마 안 됐죠. 남한에는 1 금융, 2 금융, 3 금융이라고 해서 은행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북한처럼 딱 하나 중앙은행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느 은행에 예금을 하면 이자를 더 많이 주고 안전한지를 인터넷으로 계속 검색하고 그곳에 돈을 맡기죠. 특히 요즘 관심사는 높아진 이자율이잖아요?

이해연 : 요즘 뉴스만 틀면 그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여기에 관심을 갖고 이율이 높은 은행에 적금도 들고 있습니다.

박소연 : 지금 해연 씨가 얘기하는 걸 이렇게 지긋이 바라보면서 든 생각이, 해연 씨는 저하고 10년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남한 정착 2년 됐을 때 예금은 생각도 못 했어요. 돈이 없었거든요. 달랑 빚만 있었어요. 가족을 데려왔거든요. 해연 씨처럼 예금이나 이런 데 관심이 있을 수 없고 또 북한에서 우리는 항상 속고 살았기 때문에, 남한에 와서도 그때는 자기 등도 안 믿었어요. 그냥 혁명적 경각심을 가지고 내 돈은 내가 지켜야 된다는 그런 생각만 했죠. (웃음) 대부분 탈북민들도 10년 전엔 '야… 돈을 우리가 은행에 맡겼다가 그 은행이 하루아침에 망하기라도 하면 그 돈 어디가 찼겠니? 바다에 가서 찼겠니?' 그랬어요. 그래서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은행을 이용해서 자기 자산을 불릴 생각을 감히 못 했단 말이에요.

이해연 : 선배님 말에 공감이 되는 게, 북한에서는 은행이라는 자체가 남한처럼 자유롭게 돈을 맡기고 찾을 수도 없고 이자 개념도 없었잖아요. 그럼 선배님은 은행에 돈을 안 맡겼으면 돈을 어디에다 두셨어요?

박소연 : 정착 2년까지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현금으로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3년 차가 되던 해, 직장을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게 됐어요. 그분들이 저한테 추천해 주시는 거예요. 남한에는 1 금융, 2 금융권의 은행들이 있고... 처음에는 금융이라는 말 자체도 몰랐어요. 금을 다루는 곳인가?? 생각했는데 그게 은행을 의미하는 말이더라고요. 큰 은행들도 있고 그보다 좀 작은 은행들은 2 금융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그렇지만 탈북민들은 항상 북한에서처럼 걱정하는 게 있잖아요. 혹시 내 돈을 물을 만들까봐. 그런데 알고 보니 남한에서는 국가가 '예금자보호법'을 만들어서 비록 은행이 망해도 예금주에게 일정 금액을 보장해 주더라고요.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자가 높은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는 3년 차부터 은행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해연 : 3년 차요? 그에 비해 저는 좀 빨랐네요. 처음에 와서 저도 은행에 돈을 맡기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들 사용하더라고요. 또 지금은 카드로 결제하는 게 너무 좋아요. 북한에 있을 때 한국 영화를 보는데, 북한에서는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펴서 지불하지만 남한 영화 주인공은 카드로 딱 돈을 내더란 말입니다. 뭔가 더 있어 보이더라고요. (웃음) 그때 저의 로망이 그게 됐습니다. 정말 편해요. 이제는 은행에 있는 돈이 뭐 날아갈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있고요.

박소연 : 해연 씨가 이제 말씀하신 그 카드가 신용카드는 아니죠? 남한에서는 체크카드라고 하는데, 은행 계좌에 해연 씨가 종이돈을 저금하면 카드를 쓰는 것만큼 계좌에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요. 그러면 굳이 현금을 갖고 다닐 이유도 없고 잔돈이 얼마지 돈 가방에서 일일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거죠.

이해연 : 너무 간편하지 않아요? 요즘은 요금을 현금으로 안 받는 버스도 있습니다. 교통카드도 있고요. 버스 타면서 카드로 딱 찍으면 끝나는 거예요.

박소연 :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로 10년 차이인 것도 있겠지만, 남한 사회가 지난 10년 동안에 너무 많이 변했어요. 10년 전에도 핸드폰으로 은행 거래를 할 수 있었고 카드도 있었지만 그게 지금처럼 대중화되지는 않았거든요. 저보다 또 10년 전에 왔던 탈북민들과 얘기하다 보면, '야 우리 때는 다 현금을 썼지비' 또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물론 그때도 은행 계좌에 넣은 돈을 카드로 쓸 수 있었어요. 그래도 현금을 쓰는 사람이 그땐 더 많았다는 거예요. 남한 사회가 계속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편리하게 모든 구조가 변합니다. 이제 카드 하나면 식당이나 버스 탈 때도 현금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을뿐더러, 그냥 모든 곳에서 카드만 있으면 해결이 되는 거죠.

이해연 : 그리고 시간 단축도 되는 것 같아요. 카드만 긁으면 끝나니까... 현금은 잔돈을 주고받고 계산하고 귀찮은 일들이 발생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카드를 쓰는 게 더 실용적인 거 같습니다.

박소연 : 저는 지금도 카드를 쓰긴 하지만 장단점이 있어요. 왜냐면, 카드를 쓰면 내가 돈을 얼마큼 썼는지 가늠이 안 돼요.

이해연 : 문자 서비스를 받으시면 되잖아요? 돈을 쓰면 얼마나 썼고 얼마 남았다고 알려주는데…

박소연 : 그렇긴 한데 사실 문자가 날아오면 가슴이 덜컥해요. 돈을 많이 썼다는 문자 때문에 신경질이 난단 말입니다! 남한에서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죠. 북한에서는 속골이 피아노 친다고 하는데… (웃음) 카드를 쓰면 돈을 헤프게 쓸 거 같아서 정착 초기에는 정말 현금만 들고 다녔어요.

이해연 : 사실 저도 절제하려고 하거든요. 카드를 여러 개를 쓰는데 각각 지출하는 통장이 다 따로 있어요. 예를 들어 이달에는 50만 원만 쓸 거라고 정해놓은 지출 통장이랑,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이 따로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배운 거예요. 처음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고요. 남한에 와서 젊은 친구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의 돈 관리 방법을 영상에서 찾아보고 배웠어요. 체크카드 하나에 50만 원 딱 놓고 그 카드만 사용해요.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 안에 있는 현금만큼만 쓸 수 있어 더 이상 결제를 하면 잔액 부족으로 사용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50만 원 다 쓰고 잔액 부족이면 이젠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 월급이 들어오는 은행 통장이 따로 있고 생활비를 쓰는 통장이 따로 있는 거예요? 오… 저는 처음 알았어요. 그러면 해연 씨는 통장이 몇 개입니까?

이해연 : 저는 총 세 개 있습니다. 하나는 월세나 관리비가 나가는 통장입니다. 선배님은요?

박소연 : 저는 5개 정도 돼요. 솔직히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민들은 자본주의 경제를 모르잖아요. 저희는 항상 남한에 오면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 자유롭게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로에서 옷을 벗고 난리를 쳐도 누가 나에게 말 안 하는 게 자본주의 세상이라고 생각했어요. 돈도 막 쓰면서 먹고 놀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북한 경제관념하고 남한은 달라요. 청취자분들이 자본주의는 문란하고 질서 정연하지 못하고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제도라고 생각하면 잘 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북한의 주체사상처럼 날이 서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은행에서 통장이나 카드 거래 내용을 알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없고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이 남한입니다. 특히 남한은 은행이나 금융에서 질서가 확실하고 명확합니다.

이해연 : 맞아요. 법은 두 나라가 다 존재하고 있긴 하죠. 그러나 남한은 제대로 지켜지고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책에는 몇 조 몇 항으로 쓰여있지만 시행은 제대로 안 되고 있고, 한국은 모든 것이 법대로 진행이 되는 것을 보면서 자본주의가 문란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남한은 은행 금리가 가파르게 오릅니다. 금리는 돈에 대한 이자를 말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중국 환율이 오르면 개인들이 빌려주는 돈의 이자가 오르지만 남한에서는 세계 시장 변동과 미국의 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코로나 시기, 국민들에게 지급한 지원금 등으로 미국의 물가가 요즘 많이 올랐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를 낮추기 위해 은행 금리를 높여서 시중에 풀린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남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겁니다. 또순이 해연 씨가 찾아본 바로는 매달 일정 금액 적금을 하면 연 6.8 %까지 이자를 주는 은행도 있다네요. 반대로 저는 오른 금리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복잡하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남한의 은행 금리 이야기,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