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탈북한 명태는 남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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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이해연 : 북한은 김장철에 고춧가루보다 고추를 사는 분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파는 사람들이 킬로 수를 늘리려고 고추에 소금을 넣거나 다른 재료들 넣어요. 그러면 고춧가루가 맵지 않고 맛이 좀 달라지거든요. 고추를 직접 사서 기계로 빻기도 하지만 절구에 찢는 이유가 맛이 더 좋기 때문이죠.

박소연 : 그 사실은 10년 전과 같네요. 북한은 요재(가짜)라고 하잖아요. 시장에서 파는 고춧가루는 고추 70%에 벽돌 가루와 식용 물감 30%를 섞어서 파는 거예요. 그래서 고춧가루가 맵지가 않는 거예요. 북한에서는 김장 준비를 반년 전부터 해요. 고추 철에는 고추를 사고 새우 철에는 새우를 사고...그런데 새우도 요제가 있어요. 저는 한국에 와서 새우가 물이 아니라 형태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희가 자연 시간에 새우는 까만 눈도 있다고 배웠는데 시장에서 파는 새우는 걸쭉한 물이었어요. 알고 보니 바닷가에서 새우를 사 온 사람들이 거기에다 물과 소금을 넣고 킬로수를 늘 늘린 거예요. 비린내만 나는 거죠.

이해연 :이럴 때는 노하우가 필요해요. 장마당에서 파는 해산물은 가짜가 많을 수 있지만, 기차역에서 해산물을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들을 기다렸다가 현장에서 직접 사면 속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박소연 : 북한 얘기를 하다 보면, 북한 사람들만 김장철에 삶의 지혜가 있고 남한 사람들은 너무 쉽게 산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한도 옛날처럼 직접 담가 먹으며 살아가시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어요. 중요한 건 북한은 거의 모든 사람이 김장 전투에 참가하는 반면에, 남한 사람들은 사는 지역이나 직업 나이에 따라 옛날처럼 전통 김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텔레비전 상점(홈쇼핑)에서 사서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해연 : 북한에서는 김장할 때면 사람들이 모여서 웃고 떠들면서 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근데 남한에 와서는 그런 분위기를 못 봐서 이 많은 김치를 어디에서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남한에는 문화행사로 꼽히는 김치 축제가 있더라고요.

박소연 : 남한은 그런 행사를 해마다 하죠.

이해연 : 너무 신기했어요. 올해 처음 알았는데 한두 명이나 10여 명도 아니고, 5,000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치 행사를 하고요. 각 도마다 넓은 광장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어요. 축제 분위기가 마치 북한에 온 거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북한은 자그마한 일을 해도 복잡해 보여요. 왜냐하면, 배추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등짐으로 나르다 보니까, 해 놓은 일은 많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남한은 행사도 많고 건설도 많이 하지만 기계나 윤전기재가 동원되기 때문에 북한처럼 사람 수가 많지 않아요. 김장 행사를 해도 우리처럼 손수레 같은데다 배추를 실어서 오는 게 아니잖아요. 양은 엄청 많이 하는데 우리 눈에는 복잡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게 발전한 세상하고 발전하지 못한 세상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해연 : 북한은 손수레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김장배추를 손수레에 실어서 압록강에 가서 씻어서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압록강이 위생적으로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박소연 : 위생적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탈북하기 전에 김장배추를 씻으러 압록강에 갔어요. 낮에는 사람들이 강에서 빨래하니까 일부러 새벽에 나갔는데.... 애기 엄마가 강 위쪽에서 똥 기저귀를 빨고 있었어요. 밑에서 배추를 씻던 사람들이 정신 나갔냐. 아래서 배추를 씻는데 위에서 기저귀를 빨고 있냐며 삿대질하고 난리가 났어요. 그랬더니 애기 엄마는 기저귀를 빨아야 애기 기저귀 채울 게 아니냐며 한바탕 싸웠어요. (웃음)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장철에 올해 김치 몇 독을 했냐고 물어보는데 남한은 어떻게 물어보죠?

이해연 : 몇 포기를 했냐고 묻는데 사실 양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남한은 4인 기준으로 20포기나 24 포기 정도를 한다는데, 북한으로 치면 한 독이 될까 아직도 저는 의문입니다.

박소연 : 맞아요. 야, 식구 네 명이서 24포기로 어떻게 먹을까라는 생각은 늘 있거든요. 그리고 남한 배추가 크기는 해도 설마 10킬로그램이나 나가겠어요? 최소 5킬로그램이 나간다 해도 100킬로밖에 안 되잖아요. 물론 다른 반찬이 많아 김치가 주된 반찬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작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10년 차가 된 지금도 하고 있어요.

이해연 : 저도 아직 그게 의문입니다. 북한이야 어쩔 수 없이 반찬이 김치나 절임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쳐도, 4인 가족으로 봤을 때, 저희 집 경우에는, 배추김치 두 독, 짠지 한 독, 그리고 깍두기, 나머지는 절인 야채인데, 이처럼 김치만 해도 적어도 네 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렇죠. 북한은 보통 한 사람당 한 독을 했어요. 그래서 배추김치, 짠지, 시래기, 그리고 갓김치는 기본적으로 다 했어요.

이해연 : 그리고 깍두기나 짠지에 해산물이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에 따라 집집마다 김치 재료 비용이 각자 다를 수도 있는데, 주변을 살펴보면 요즘은 옛날보다 김치에 해산물을 넣는 분들이 좀 많아진 것 같아요.

박소연 :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명태나 정어리 등 맛있는 것들이 분명 10대 때는 먹었는데 20대 때는 없는 거예요. 그때 시장에서 동해 바다에 먹을 게 없어서 생선들이 다 남조선으로 탈북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그 소문을 믿었어요. 그래서 이제 남조선에 가면 북한 명태가 다 여기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남한에 오니까 여기도 명태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남한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명태가 탈북한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더워지면서 물이 찬 지역인 러시아로 알아서 퇴거를 떼서 갔다고 하더라고요. 남한은 이렇게 어떤 이상 현상들을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는 환경이 되지만 북한은 정확한 정보가 아닌 소문으로만 듣고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연 : 그렇죠. 북한에서는 소문을 정확한 정보라고 생각하는 거죠.

박소연 : 그리고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야~남조선에 가면 먹을 게 풍부하니까 김치도 정말 맛있겠다. '라는 상상했잖아요.

이해연 : 맞아요. 북한은 재료가 부족해서 김치가 맛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재료보다는 환경에 따라서 맛도 다르잖아요.

박소연 : 그럼 우리 여기서 솔직히 말합시다. 남조선 김치 맛있습니까?

이해연 : 사실 고향에서 먹던 김치보다는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웃음)

박소연 : 우리 간만에 10년 차이를 줄였네요.(웃음) 저도 맛이 없어요. 분명히 좋은 배추지만 양념을 너무 두둑이 넣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김치 본연의 맛이 북한처럼 확실하지 않아요.

이해연 : 맞아요. 북한은 배추김치에 속을 많이 넣지 않아요. 짠지(무채)에는 조금 넣긴 하죠. 워낙 고춧가루값이 비싸서 조금만 섞어서 넣는 정도지 무조건 양념 재료가 들어가야 된다는 법이 없어요. 설탕 같은 경우에도 안 넣는 이유가 있잖아요. 설탕을 넣게 되면 김치가 물러서 맛이 없거든요. 대신 사카린을 넣으면 더 쩡한 맛이 있어서 맛이 있죠. 그리고 제가 남한 김장 때 놀랐던 게 속 재료로 파를 넣더라고요.

박소연 : 김치에 파를 넣는다고요?

이해연 : 네. 파를 넣는데 깜짝 놀랐어요. 북한에서 파를 넣는 김치는 즉석에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담글 때만 넣어요. 반년 식량인 김장 김치에 파가 들어가면 거품이 생겨서 김치를 망칠 수 있어요.

박소연 : 맞아요. 제가 11월 김장철에 남한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남한은 땅 집(일반 주택의 북한식 표현)은 없고 거의 다 아파트인거예요. 그래서 남한 사람들은 김치를 어디에 둘까? 라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나중에 보니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는데...한국 분들은 사각사각하고 쩡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저는 하나도 그런 맛이 안 나요.(웃음) 그냥 김치냉장고 안에 있으니까 차갑기는 해요. 북한에서 살 때 김치움에서 김치를 꺼내면 뭔가 시원한 맛, 쩡한 맛이 있잖아요. 또 한국 분들은 김장철에 꼭 하는 게 있어요. 일은 얼마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돼지고기를 통째로 삶아 먹는 거예요. 그때 또 고향 생각이 나는 거예요. 김장철에 양강도나 함경북도 쪽은 무조건 감자나 고구마를 삶잖아요. 그래서 김치를 썰지 않고, 대가리(뿌리) 부분만 칼로 썰고, 손으로 그 긴 배추김치와 함께 감자를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었잖아요.

이해연 : 북한은 또 배추가 귀하기 때문에 김치 대가리 부분까지 다 먹는데 남한 사람들은 다 버리더라고요.

박소연 : 저도 정말 놀랐어요. 아니 김치 대가리를 왜 버려요?

이해연 : 김치를 썰어서 오면 꼭 대가리 부분은 엄마들이 항상 먹어요. 딸에게는 절대 먹이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처녀가 김치대가리를 먹으면 시집을 가서 못된 시어머니 만난다고 못 먹게 했어요. 남자들에게 하는 욕이었죠.(웃음)

박소연 : 맞아요. 북한 사람들은 김치 대가리를 버리면 '야 그 부분까지 버리면 먹을 게 뭐가 있냐?'라고 말해요. 김치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절약하려고 거의 다 먹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김치 대가리 실제로 맛있잖아요!

이해연 : 맛있죠.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맛이 안 나더라고요.

박소연 : 그리고 못된 시어머니 만나면 싸우면 되죠. (웃음) 미리부터 김치 대가리를 안 먹으면서 그럴 이유는 없잖아요.

이해연 : 사실 다 근거 없는 얘기였고, 지금 같으면 실제로 그런 일이 있겠어?라며 안 믿지만, 그때는 진짜처럼 들려서 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 와서는 김장을 안 하니까 김장철인지 아닌지 방송을 안 보면 정말 모르고 그냥 지나갈 것 같아요.

박소연 : 맞아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도 저희 얘기를 듣고 상상을 못 하실 것 같아요. 아마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속속들이 자세하게 얘기를 않잖아요. 이곳 남한은 사시사철을 잊고 살 만큼 모든 것들이 다 있는 것 같아요.

이해연 : 이렇게 또 바쁜 생활 속에서도 김장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저희도 북에 남아있는 부모님들이 김장을 어떻게 잘하셨을까? 또 김장하고 나서 앓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박소연 : '딸을 보면 엄마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해연 씨가 이렇게 또순인데, 또순이 어머니는 아마도 이번 김장에 적어도 김치 네 독은 했을 거 같아요. 안 봐도 저는 척척박사입니다. 해연 씨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북한 주민들이 김치라도 배불리 먹으면서 올 한 해를 지내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가져보며 청취자 여러분! 오늘 얘기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함께해 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박소연, 에디터 : 이현주,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