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이해연 : 안녕하세요!
박소연 : 아니 이게 뭐예요? 갑자기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기라도 했어요. 이렇게 비싼 커피를 사 오고…
이해연 : 제가 월급을 타서요. (웃음) 이런 날에는 또 한턱내야죠.
박소연 : 그럼 더 쏘셔야죠! (웃음) 월급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청취자분들은 ‘월급’ 하면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해연 : 북한에서는 월급이 아니라 ‘로임’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 말로만 들었지 로임을 받아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그 말은 아직 존재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 그렇죠. 로임은 90년도 중반까지 있었는데 그때도 로임을 띄엄띄엄 주다가 아예 끊겼어요.
이해연 : 저는 월급이라는 말이 왜 그런가 싶었는데 월마다 지급하는 급여라는 의미로 월급이라고 한답니다. 오늘 처음 알았네요.
북한에서는 월급 (x) 로임(o)
90년 중반 끊긴 로임, 지금은 지급되지만 유명무실
박소연 : 남한은 직장은 고용 형태가 다양해요. 혹시 해연 씨, 지금 일하고 있는 일이 정규직? 비정규직?
이해연 : 저는 비정규직인 것 같습니다.
박소연 :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꼬박 출근하는 정년이 보장된 것이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해연 : 꾸준하게 계속 일할 수 있단 말이군요. 저는 시간제로 일하고 있으니 비정규직인 셈이죠.
박소연 : 비정규직에 정말 다양한 직종들이 있죠. 시간제 아르바이트 또 계약직이라고 해서 1월 1일에 입사했다면 12월 31일까지 보통 1년 단위로 계약하는 형태도 있고요. 그렇지만 정규직이라고 해서 돈을 주고 비정규직이라고 돈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형태만 다를 뿐 일한 만큼 월급은 다 받습니다.
이해연 : 그럼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정규직인가요? 아니면 비정규직인가요?
선배는 정규직인가요 ? 비정규직인가요?
왜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나요 ?
박소연 : 과거에는 정규직이었어요. 4년 동안 정규직이었는데 지금은 비정규직에 들어간다고 봐야죠. 프리랜서라고 북한말로 쉽게 풀이하면 자유로운 직업을 말합니다.
이해연 : 아무 때나 자유롭게 일해서 그렇게 부르나요?
박소연 :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데… 저희가 지금 방송하고 있잖아요? 저는 방송을 할 때만 방송국에 와서 일해요. 그리고 그 보수를 받고요.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신문사에서 글을 요청하면 그 글을 쓰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일 청탁이 들어오면 하죠. 정규직은 월급이 매달 정해진 날짜에 나오고 금액이 거의 일정해요. 그리고 연차가 늘어가면 돈이 호봉도 그만큼 아파트처럼 쌓여 올라가죠. 그러나 프리랜서는 정기적으로 일이 안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달마다 들어오는 돈이 일정하지 않죠. 솔직히 말하는데 프리랜서가 자유롭고 편안하고 좋지만 불안해요. 가끔 제가 인상이 일그러질 때는 일이 안 들어와서 속상해서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웃음)
이해연 : 제가 봤을 때 선배님께서 항상 환한 모습이셨는데… (웃음) 제가 아직 잘 몰라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요, 정규직은 안정적이고 꾸준히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왜 그걸 선택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해요.
박소연 : 구실이 될 수도 있는데, 저는 4년 정도 정규직으로 일해 봤어요.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면 시간에 얽매이게 되고 회사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데요. 저 같은 경우 혼자서 운동하는 자녀를 키우다 보니까 주중에 함께 동행해야 할 일이 많아요. 정규직은 주말에는 가능하지만 주중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요. 제가 자꾸 쉬면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더라고요. 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기도 힘들었고…
이해연 : 그런 이유에서 프리랜서로 일하신 거군요…
박소연 : 그렇지만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어요. 프리랜서 일은 본인의 능력이 중요해요. 내가 능력이 없으면 일해 달라고 하는 회사가 없어요.
이해연 : 남한에 와서 새로운 게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한 직장에서 너무 한 가지 생각으로만 쭉 가는 게 좀 싫긴 했어요. 저도 프리랜서를…
남한은 북한과 다르게 ‘경력’이 중요해
지금은 경력을 쌓을 때
박소연 : 제가 사실 해연 씨한테 10년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게, 아직은 프리랜서를 할 시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남한에서 정규직을 채용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게 경력입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신입이냐 경력이냐 구분하거든요. 해연 씨가 어떤 회사에서 4년간 일했어요. 그러다가 그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 직종 다른 회사에 취직이 되면 경력을 인정받아 처음에 받는 월급이 달라져요. 때문에 저는 해연 씨가 젊었을 때 기술들을 배워서 경력을 좀 쌓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경력을 가지고 30~40대에는 과감히 프리랜서로 일해도 괜찮을 거라는 조언을 감히 해주고 싶어요.
이해연 : 감사합니다. 그런 조언이라면 많이 해주세요.
왜 남한 사람들은 월급을 통장으로 받아서
아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나 ,
그냥 현금으로 받아서 산에 묻으면 누구도 모르는데 ...
박소연 : 그러면 다시 우리가 아까 월급을 받았다고 했는데, 중간에서 국가가 뭘 뗀 게 없었나요?
이해연 : 있죠. 4대 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을 해야 하더라고요. 제가 월급을 얼마를 받느냐에 따라서 떼는 퍼센트 금액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또 소득세라는 세금을 떼요.
박소연 : 근로소득세죠. 근로소득세도 근로자가 얼마를 버느냐에 따라 금액이 다르잖아요.
이해연 : 1년에 남한 돈 1,200만 원 이하면 이제 소득세를 6%를, 1,200만 원에서 4,500만 원 사이면 15%를 뗀다고 하네요.
박소연 : 남한 돈 1,200만 원이면 달러로 환산하면 1만 달러 정도가 되는 거잖아요. 1만 달러면 거기서 6%를 떼는 거고 1만 달러 이상부터 3-4만 달러까지 벌면 15%를 내는 거잖아요.
이해연 : 그리고 소득세는 내가 많이 벌면 그에 따라 또 소득세를 더 내게 되어있더라고요.
박소연 : 그래서 처음 온 탈북민 중에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월급에서 근로소득세에 4대 보험까지 낸다고 하니까 사장님한테 월급을 현금으로 달라고! 왜 남한 사람들은 월급을 통장으로 받아서 아까운 돈을 국가에 내느냐, 현금으로 받아서 산에다가 파묻으면 누구도 모르는데... (웃음) 북한처럼 생각한 거죠. 그런데 남한에서 그렇게 하면 위법입니다. 세금도 4대 보험도 다 내야해요.
이해연 : 저는 처음에 사실 4대 보험이 뭔지 몰랐어요.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이렇게 네 가지인데… 이걸 내기만 하고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지 의심도 가고요.
박소연 : 저는 이제 10년 차가 됐으니까 지금은 4대 보험을 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도 처음엔… (웃음)
사실 북한도 사회보장연금도 있고 로임에서 산재보험료도 냈습니다. 하지만 연금으로는 술 한 병 사기 힘들었고 보험금은 내긴 했어도 타는 걸 본적이 없네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변한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 살다 보면 월급과 북한의 로임은 같은 말이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북한에선 내 로임을 온 직장이 알고 있지만 남한에서는 아주 개인적인 일입니다. 본인의 능력과 경제력과 직결되니까요. 그래서 남한 사람들에게 이 월급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나머지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선후배가 나누는 남한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