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 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배달의 민족 두번째 이야기
박소연 : 배달도 다양하잖아요?
이해연 : 여러 가지죠. 1인분 식사 같은 메뉴도 있더라고요.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의 밥, 반찬을 가지가지 해서 배달하고 거기에다 거리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배달 기사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빨리 와서 따끈따끈한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박소연 : 배달 음식이 따끈따끈하다면 빨리 왔다는 거잖아요.
이해연 : 그렇죠. 짜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불거나 눅눅해져서 맛이 없어지는데 빨리 와주니까 너무 좋아요. 저도 아르바이트할 때 배달 주문이 들와서 음식을 포장해 놓으면 배달하는 분이 오거든요. 그분들은 항상 바빠요. 고객들에게 항상 시간을 지켜줘야 하니까… 저런 분들이 계셔서 우리가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박소연 : 맞아요. 그리고 음식을 배달하는 분들은 겨울 같은 때는 안전모를 쓰고 옷을 두껍게 입고하는데 여름 같은 경우는 정말 덥잖아요. 그래도 남한에는 규정이 있어요. 오토바이를 탈 때는 꼭 보호 모자를 써야 해요. 그러다 보니까 더운 여름에도 그 모자를 써야 하고 오토바이 사고를 대비해야 하니까 옷은 또 얇게 입으면 안 돼요. 힘들죠… 그래서 언젠가 제가 신문에서 봤는데요, 어린 꼬마 애가 더운 날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편지를 써놓은 거예요. 물론 배달이나 모든 일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돈을 벌면서도 이런 진한 감정을 전달받으면 감동을 느낄 것 같아요.
이해연 : 저도 가슴 찡한 것 같아요.
박소연 : 우리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도 '그래 자기 돈 벌려고 왔다 갔다 하겠지' 하고 그렇게까지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린아이가 감사의 편지를 써서 그릇하고 같이 복도에 내봤다는 거예요. 그 사연이 인터넷에 막 떠돌면서 사람들이 다 감동했고요… '아, 배달하면서도 감동되는 일들이 있구나' 하고 마음이 따뜻했네요.
“자기 돈 벌려고 하는 일 왜 감사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말도 왜 이렇게 많이 쓰는 걸까요?”
이해연 : 저도 배달기사님들이 오면 '안녕하세요' 하고 친절하게 대해드려요. 그분들도 자기 돈을 벌려고 일하는 것이지만 고생하신다며 친절하게 인사하면 그분들도 '감사합니다' 답해 주세요. 그런데 남한 분들은 참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게 적응이 잘 안됐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왜 이렇게 자주 쓰는 거지? 선배님도 느껴보셨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나 봐요. 저도 이제 '감사합니다' 인사를 저도 많이 하네요.
박소연 :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택배 기사님들이 많이 쓰는 말이죠. 조금 늦게 되면 '도로가 막혀서요, 죄송해요.' 하고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그런데 저도 10년 전에 해연 씨하고 똑같았어요.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석고대죄하냐'… 그런데 남한에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란 말을 자주 사용하고요. 지나가다 어깨를 조금만 부딪쳐도 '죄송합니다' 그러죠. 북한에서는 안 그러잖아요? 길을 어기게 되면 "아… 지가 피할 거지" 이렇게 생각하고. (웃음)
이해연 : 맞아요. 저도 일하다 보면 배달 주문을 했는데 그 물건이 품절일 경우, 북한 같으면 '그 물건 다 나가고 없소' 이러면 다 끝나잖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고객님, 죄송한데 그 물건이 품절이 됐어요. 다른 것으로 바꿔드릴까요?' 이런 식으로 친절하게… 불친절하다고 리뷰 잘 못 달리면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웃음) 여기 와서 살다 보니까 서로 친절을 베푸는 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 서로에게 좋은 것 같아요.
“코로나 와중에도 일상생활을 지킬 수 있는 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
박소연 : 맞아요. 그럼 우리가 지금 배달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런 택배나 배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직장 다니는 사람도 재택근무를 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면서 예전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해연 : 저만해도 코로나가 심해졌다면 밖에 나가기가 꺼려지거든요. 그래서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해 먹기도 하지만, 배달을 시킬 때도 있습니다.
박소연 : 여기서 중요한 게… 우리가 코로나가 있다고 해서 일상생활에서 밥을 안 먹고 머리를 안 감을 수는 없잖아요. 생필품은 항상 필요하고, 음식도 필요한데 이렇게 택배나 배달하시는 분들이 자기 임무를 충실히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사재기 같은 사회가 혼란스러운 일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새삼 이분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에 우리가 정상적인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 고맙네요.
이해연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해외에서 보내는 물건이 배송될 수 있다는 걸 남한에서 와서 알았어요”
박소연 : 해연 씨 그런 보도 혹시 봤을지 모르겠는데…
이해연 : 어떤 거요?
박소연 : 최근이죠. 한국 분이 미국 애플 회사에 컴퓨터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사는 곳이 전남 순천인데 애플회사에서 실수로 북한의 순천에다 보낸 거예요. 북한에도 순천이 있잖아요? 어쨌든 오배송이 되었지만 지금은 다시 원래 주문자에게 다행히 배달이 됐다고 하는데요. 이 보도를 보면서 저는 북한에도 해외 물품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이해연 : 가기는 가는데 본인에게 갈 수 없다는 게 문제죠. 우체국에는 도착하겠죠.
박소연 : 저는 그 기사를 접하고 드는 생각이 '아, 북한도 해외에서 물건을 받기는 받는구나' 우리가 북한 주민으로 살 때는 해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북한이라는 나라 안에서만 살아야 해서 외국 하고는 전혀 거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물건을 해외배송으로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이해연 : 저도 솔직히 거기에서 살 때 누가 해외에서 물건을 받았다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주변에 아시는 분 중에 해외에 친지나 가족이 있는 분들이 있긴 하죠.
박소연 : 저는 북한으로 오배송된 기사를 보면서 남한 분들은 '헐, 북한에 물건이 들어가다니' 하며 웃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보다는 '야, 부럽다'.
이해연 : 저도 오배송 이야기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북한으로 갔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내가 보낸 물건이 오배송이라도 돼서 저희 부모들한테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소연 :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우리의 생각은 10년을 줄였네요.(웃음) 저도 그 기사를 보면서 '아, 너무 부럽다. 내가 오배송의 주인공이라면, 우리가 고향에다가 실수로라도 물건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네요.
이해연 : 혹여 도착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본인에게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것 같아요.
박소연 :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해연 씨도 똑같은 생각을 하신거잖아요.
이해연 : 오배송이 되더라도 부모님들에게 전달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소연 : 우리가 택배 그리고 배달 이야기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봤는데 북한에도 택배나 배달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남한처럼 이렇게 일상생활에 아무런 부담 없이 시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좀 더 얘기하면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 고향 분들도 손가락을 움직여서 택배나 배달을 앉은 자리에서 직접 받으면서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해연 씨랑 함께 기대해보며 오늘 방송을 마칠까 합니다. 함께 해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