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 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엄마는 예뻤다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이해연 : 네, 안녕하세요.
박소연 : 여기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재밌는 것도 있죠?
이해연 : 지하철을 타면 한 가지 좋은 점이 가만히 앉아서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볼 수 있어요. 요즘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눈 아래가 보이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전부 예뻐 보여요. (웃음) 진짜 다들 예쁘다니까요…
박소연 : 그럼 오늘 이왕 예쁜 사람들을 많이 본 김에 ‘남북의 미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해연 씨는 남한에 딱 왔을 때, 우리 좀 솔직하게 말합시다… 남한분들, 특히 여성분들을 봤을 때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해연 : 네, 저는 남한 여성분들이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피부가 다 좋고 사람들의 코가 다 서 있더라고요. 제가 코를 유심히 보는 이유는 제 코가 안 섰기 때문인데요, (웃음) 부러워서 열심히 보다 보니까 미운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처음 한국행 비행기 타고 남한 승무원들을 보고 꿈을 꿨어요
남한 땅에 발을 딛으면 나는 분명 예쁘다…
박소연 : 처음부터 10년 차이가 확 느껴집니다. 저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남한 여성들은 왜 이렇게 다 못생겼어? 북한에서 고구마, 감자처럼 똥글똥글한 여자들만 보다가 비행기에서 남한 승무원을 보니까 이상했어요. 그래서 그때 어떤 열정에 부풀었냐면 이제 남한 땅에 발을 딛으면 나는 예쁜 줄에 속할 수 있겠구나… 개꿈을 꾼 것이죠. (웃음) 해연 씨를 보면 북한도 이제 미의 기준이 바뀐 것 같네요.
이해연 : 네, 지금은 어떤 영향으로… 어떤 영향인지 아실 것이고. (웃음) 달걀형의 얼굴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남북이 제일 다른 건 여기서는 얼굴이 작게 보여야 이쁜 상이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얼굴이 작은 사람이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얼굴이 작아서 사람 구실을 할까…
박소연 : 그래도 해연 씨는 부드럽게 표현해주네요. 보통은 그것보다 훨씬 강하게 얘기하죠. 우리는 쥐 대가리라고 했어요. 산이 커야 그림자가 크다 이런 말도 있고 인심도 얼굴에 있다고 했죠. 제가 남한에 도착해보니까 얼굴들이 다 제 반쪽인 겁니다. 저는 지금도 얼굴에 약간 자격지심 같은 게 있는데… 이런 기준에 불만이 크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사니까 할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마음고생이 있죠. (웃음)
산이 커야 그림자도 크다, 인심도 얼굴에서 나온다
마르면 힘든 세상 살기 힘듭니다
기준이 조금 다를 뿐 북한 역시 외모 지상주의입니다
박소연 : 북한은 통통하고 동글동글하면 잘 사는 집 자녀 같다고 하고, 너무 말랐으면 이 힘든 세상 어찌 살아가겠냐 걱정이죠. 남한 같은 경우엔 운동들을 많이 하니까 몸의 균형을 맞춰서 작은 얼굴형과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고요. 이렇게 사회, 경제적 차이에 따라 남북 미의 기준은 참 다릅니다. 사실 북한은 제가 살았던 그 당시에도 외모지상주의였어요. ‘여자는 예뻐야 된다!’ 그런 말을 했죠. 그래서 화장품에 매달렸어요. 눈 밑에다가 수채화처럼 생긴 쉐도우를 발랐는데 보라색을 밑바탕에 바르고 그 위에 빨간색을 바르고 마지막에 흰색을 바르고 이렇게…
이해연 : 맞아요. 세겹 네겹으로 막...바르고 (웃음)
박소연 : 지금도 북한 여성들은 화장 많이 해요?
이해연 : 아직도 화장에 더 많이 매달리고 있긴 해요. 그래도 그 중간에는 생각을 다르게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자연미가 중요하다고 피부에 스킨 간단하게 비비를 바르기도 하고
박소연 : 잠깐만요. 지금 비비라고 하셨는데요, 북한에도 그 말을 사용해요?
이해연 : 네, 비비라고 불러요.
박소연 : 와, 우리 때는 피아스라고 했어요. 지금 북한 여성들은 피부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는 거에요?
이해연 : 많이 갖죠. 젊은 층보다도 놀랍게도 나이 드신 분들이 더 신경 써요. 저희 엄마랑 엄마 친구들을 봤을 때도 엄청 신경을 써요. 나이는 먹어도 마음은 젊었잖아요. 엄마들끼리 모여서 얘기하는 걸 들으면 우리가 나이는 들었어도 늙으면 안 된다며… 젊은 층은 당연히 신경 쓰고 의외로 나이 드신 여성들도 자기 관리에 신경 많이 씁니다.
요즘 북한에선 엄마들도 미에 신경 씁니다
작은 할머니로 불리던 40-50 여성들의 작지만 큰 변화죠
박소연 : 많이 변한 것 같아요. 10년 전에 남한 드라마에 오이를 썰어서 얼굴에 붙이는 장면이 나왔어요. 우리는 오이가 피부에 좋은지 몰랐어요. 그걸 보고 오이가 피부에 좋구나 해서 조금 사는 집들에서는 오이를 얇게 썰어서 얼굴에 붙이고 그래서 동네에서 혀를 찼죠… 아까 해연 씨가 얘기한 팩? 그런 말도 없었고요. 북한에서 40~50대 여성들이면 작은 할머니였어요. 시장에서 해바라기 씨나 담배를 팔면 40대, 50대… 그런데 지금은 그 나이대 분들이 미에 신경을 쓴다? 이건 진짜 10년 안에 너무 큰 변화인 것 같은데요.
이해연 : 북한에선 엄마들이 고생을 많이 하잖아요. 북한에선 여성들의 역할이 너무 많아요.
박소연 : 거의 다죠.
이해연 : 아이를 낳아 키우고 돈도 벌어야 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청소하랴 밥하랴 진짜 끊임없이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여자도 사람이잖아요. 사람이다 보니 반복되는 일상에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엄마들이 모여서 속 타는 얘기하면 야, 우리 가정에 충실해봤자 인정도 안 해준다, 북한 남성들은 여자는 여자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그래야 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이게 참 나쁜 거죠… 제가 말한 게 모든 40-50대 여성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만 가능한 일이겠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을까요?
박소연 : 그래도 10년이란 시간에 그 일부 여성들이라도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저희 때는 40대, 50대 많은 여성들은 그런 생각을 못 했고 햇빛에 나가도 크림 하나 바르지 못했는데 10년 후인 지금은 소수의 여성들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변화인 것 같아요.
이해연 : 조금이라도 그런 분들이 등장했다는 자체로 저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여자니까 그런 부분이 조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거든요.
북한 여성들의 작은 변화가 반갑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작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여러분, 남한은 성형 왕국이다… 이런 얘기 북한 신문, 방송에서 들어보셨죠? 진짜 그럴까요? 저도 성형외과는 문턱만 넘어 가봤는데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