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올해 나이 어떻게 되오?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 합니다.

올해 나이 어떻게 되오?

박소연 :해연 씨는 남한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 나이를 가늠할 수 있어요?

이해연 :아뇨, 아직까지 저는 남한 분들 나이를 정확히 맞춰본 적이 없어요. 40대 중반인 분을 보고 30대 중반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사실 잘 보이려고 그렇게 말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보여서...

박소연 :제 10년 전과 똑같아요, 남한은 나이에 비해 젊게 보이면 '동안'이라고 하거든요? 이 말을 해주면 남한 분들은 닭을 잡아줄 기세죠. (웃음)

이해연 :정말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박소연 :북한에서는 나이를 말하는 게 인사잖아요. '올해 나이 어떻게 되오?'라고 물으면 '스물다섯 살이요' , '오, 숙성(성숙)해 보이는구만…' 이런 식으로.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좀 애리애리해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제 나이가 어떻게 보여요?' 이렇게 되물어요! 그냥 말해주면 되지! 처음에는 남한 문화를 모르니까 보통 10살 아래로 짚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제가 식사 한 번 대접할게요' 이래요.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의미를 몰랐어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해연 씨도 똑같이 겪네요.

이해연 :그렇죠. 그래서 저도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살짝 아래로 대답했네요.

박소연 :해연 씨 너무 똑똑한 것 같아요. (웃음)

이해연 :지금은 좀 시간이 흐르니까 남한 사람들 나이를 가늠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남한에 와서 우리 엄마 나이 또래분들을 보면 정말 충격적입니다. 우선 외모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전문가들에게 개인 지도를 받기까지 하면서… 이게 정말 북한과는 너무나 다른 문화이고 유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 50대 여성들도 이제 쌍꺼풀 수술해요

이렇게 바뀌는 엄마들의 모습이 너무 좋아요. 엄마의 모습은 내 미래이기도 하니까

박소연 : 40대, 50대 남한 분들이 운동도 하고 또 성형도 하고… 이런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어요?

이해연 :아뇨, 그렇진 않았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엄마들도 미에 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 북한에서도 50대 여성분들이 쌍꺼풀도 해요. 놀랍죠?

박소연 :북한에서요?

이해연 :네, 북한에서요. 나이 들면 눈이 내려온다고, 그러면 총기가 없어 보인다고...

박소연 :아, 나이 들면 눈꺼풀이 처지죠.

이해연 :그래서 쌍꺼풀 수술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박소연 :저희 때는 40대, 50대 여성들은 그냥 할머니였어요.

이해연 :그렇죠. 그때 같으면 아마 욕을 했을 텐데 지금은 거리낌 없이 해요. 저는 엄마들이 이렇게 바뀌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엄마들이 장사하고 추운 곳에서 떨다가 집에 와서 쉬지도 못하고 밥하고 하는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 아닐까 싶고 항상 그렇게 사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렇게 변하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박소연 :해연 씨 얘기를 듣다 보니까 해연 씨 또래의 북한 젊은이들 생각이 남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남한의 젊은이들은 부모님에게 효도 선물로 성형을 해드려요. 어머니 환갑이나 진갑 때 자식들이 돈을 모아서 쌍꺼풀 해드리고 피부미용이라는 것도 시키고… 이런 걸 효도 성형이라고 하는데 많이들 해드리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남한에 온 지 10년이 된 제 주변뿐만이 아니라 하나원을 퇴소한 지 얼마 안 되는 탈북민들이 남한 사람들에 비해 성형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남한사람보다 높게 느껴지는 탈북 여성들의 성형, 돌격대 정신으로 한번에?

보상심리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죠

이해연 :그래서 저도 하나원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같은 하나원 동기생인 언니가 코를 세우고, 얼굴 윤곽을 새로 하고 가슴 수술도 했어요.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텐데 배짱 있게 했더라고요.

박소연 :남한 사람들에 비해서도 좀 짧은 시간에 많은 비율로 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이해연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요. 우선 남한은 성형들 많이 하고요 여성으로서 지금까지 누리지 못한 아름다움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어요.

박소연 :그런 이유가 맞을 것 같아요. 항상 탈북민들끼리 모이면 그런 얘기를 해요. '북한에서 지질히 고생하고 얼굴에다 크림 하나 못 바르고 왔는데 남한에서는 비싼 설화수 바르자'.

이해연 : 그리고 어렵게 결심하고 아슬아슬하게 몇 개의 국경을 넘어왔잖아요. 잘 살겠다는 욕심도 당연히 있고, 새로운 삶을 향해 걸어가고 싶고 이제는 다른 나로 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네요.

박소연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한꺼번에 하니까 적응이 잘 안 돼요. (웃음) 좀 천천히, 차근차근…

이해연 :그게 돌격대 정신이 남아서 그러는 것이죠. (웃음)

박소연 : 10년 전 저는 성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조금 달라졌는데요, 제 아들이 코가 납작해요. 지금 고등학교 졸업반인데 아들이 코를 성형하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바로 하라고 대답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좀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성격이지만 요즘 환경에 적응하면서 절로 좀 따라가는 것 같아요.

이해연 :사람은 대체로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요.

박소연:맞아요. 10년 전 저는 어떻게 생각했느냐면 성형을 안 해서 이 정도면 괜찮다는 자존심이 있어요. 그리고 성형 수술한 걸 좀 아래로 봤고요. 그런데 지금은 참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라는 생각을 해요.

이해연 :노력한 대가를 인정한다는 말씀이네요.

마음은 고쳐도 얼굴은 못 고친다던 북한 표현은 이제 틀린 말

흉터도 고쳐주는 성형 수술, 이제는 자신감도 올려주는 일종의 처방전으로

박소연 :북한에는 '마음은 고쳐도 얼굴은 못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이해연 :지금 그 말을 하면 보수적이라고 할 거예요.(웃음)

박소연 :지금은 그 말을 거꾸로 생각하고 싶어요. '얼굴은 고쳐도 마음은 못 고친다'라고. 이제 북한도 어느 정도 변했고, 남한은 더 많이 변했고, 이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변화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또한 노력의 결과라는 걸 부정할 수 없습니다. 또 해연 씨 그거 알아요? 남한에는 얼굴을 예쁘게 하는 미용 성형도 있지만 흉터를 티 나지 않게 복원해 주는 것도 성형에 속합니다. 북한에서 '해체'라고 부르죠. 남한에서는 '언청이'이라고 불리는데 이걸 수술하는 곳이 성형외과이고요. 주로 대학병원에서 하더라고요.

이해연 :그것도 일종의 성형이라고 하시니 깜짝 놀랐어요. 저는 성형이라고 하면 얼굴을 예쁘게 하는 것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박소연 :우리가 보통 성형이라고 하면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외모도 아름답게 해주고, 외모 때문에 받는 근심과 걱정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는… 일종의 처방전이라고 생각해요.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활력소도 되고요. 성형을 굳이 외모 지상주의만을 쫓는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방송이 아니었나 싶어요. 오늘은 마칠 시간이 됐네요. 함께해 준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