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고향의 코로나
박소연 : 해연 씨, 안녕하세요?
이해연 : 네, 안녕하세요!
박소연 : 예전하고 좀 달라졌죠?
이해연 : 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이제야 진짜 좀 사람 사는 거 같아요.
박소연 : 사람 사는 것 같다는 말, 너무 적절한 표현이네요.
이해연 : 제가 남한에 오면서 코로나가 바로 시작되다나니 밖에서, 특히 식당 같은 곳에서 거리 두기를 하니까 불편한 점이 많았거든요. 요즘은 방역 지침이 완화돼서 공원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활기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박소연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잖아요. 하필이면 해연 씨가 남한에 온 2019년 겨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터졌죠.
2019년 11월, 남한 도착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시작한 정착 생활
코로나 유행을 겪으며 항상 걱정했던 한 가지
가족들이 남아있는 고향에 코로나가 터지면 어쩌나?
박소연 : 2019 년에 발생했다고 해서 '코로나19'라고 하잖아요.
이해연 : 아! 저는 전혀 몰랐어요. 좋은 정보를 또 하나 얻어갑니다.
박소연 : 모르셨어요? 저 이런 사람입니다. (웃음) 제가 북한에서 살면서는 이런 바이러스 감염증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남한에 왔잖아요. 남한에는 의료시설이 너무 좋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니까 처음에 두려웠어요.
이해연 : 저도 두려웠죠. 북한에서 만일에 전염병 등에 혹시 걸리잖아요? 그러면 그냥 예방주사, 약 하나면 땡이잖아요. 특별히 다른 조치를 하는 것도 없고 질서도 없잖아요. 그런데 요즘, 북한에도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걱정이 큽니다.
박소연 : 저도 그랬어요. 북한에서 사스나 급성 설사병 등을 거쳤지만 그럴때마다 북한에서만 발생하는 병인 줄 알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상황인지 우리는 정보를 전혀 모르잖아요. 사람이 모르면 용감해져요. 설사 정도는 약 먹으면 나을 수 있는 병일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나갔었죠. 남한에 와서 보니까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퍼졌고, 어느 나라에서 사람이 얼마나 죽었다는 것에 관해 TV를 통해 24시간 내내 볼 수 있으니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아요. 이렇게 의료환경이 잘되어 있고, 돈도 많고, 깨끗한 나라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죽는데, 북한에 코로나가 발생하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하며 저는 고향 생각이 먼저 났어요.
이해연: 저도 정말 공감하는 게 의료시설이 좋은 남한도 단기간에 치료를 못 하고 2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북한이 코로나가 터졌다고 하니까 두 가지가 걱정되는 거예요. 첫째는 우리 부모님들이 병에 걸리지는 않으셨을까? 하는 것. 또 한 가지는, 봉쇄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장사를 못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다들 생활이 얼마나 어려워질까…
코로나 상황, 북한 보도 신뢰하지 않아
사는 동안 한 번도 보도대로 된 적이 없어
또 하나, 지금은 모내기 철
코로나로 위험하다면 누가 모내기를 나가겠나?
박소연 : 세계적으로 코로나 비루스가 유행되면서 여기서는 북한 소식도 보도 방송을 보고 알게 되잖아요. 북한은 한 명도 없대요. '사회주의 보건지도의 우월성으로…' 이춘희 아나운서 목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어요. 들으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12일, 북한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잖아요. '올 것이 왔구나'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이해연 : 얼마나 심했으면 북한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공개한 것보다 북한 내부에서는 더 크게 퍼지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박소연 : 여기 남한에 와있는 3만여 명의 탈북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걱정을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북한 주민 대부분이 때대끼 장사를 하잖아요. 오늘 시장에 나가 벌어서 내일 먹을 쌀을 사는 사람들인데, 시장에도 못 나오게 막았을 것을 생각하니까... 우리는 여기 앉아서 어떡하겠느냐고 걱정하지만, 주민들은 사활이 걸려있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더 많이 되는데요, 지금 거의 근절하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이면 좋겠네요.
이해연 : 그렇지만 저는 의심이 들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그쪽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알잖아요. 어떻게 해결이 될 건지.
박소연 : 일단 지켜봐야겠죠. 북한 로동신문에서 지금 코로나 상황을 지금 거의 정리를 해나가고 있어서 크게 번지지 않는다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부터 하는 이유는 우리 경험 때문이죠. 남한에서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면 그게 현실하고 별로 차이가 없어요. 잘못 방송했다가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나면 국민이 가만히 안 있잖아요. 그러니 사실에 기초해서 정확한 통계수치를 보도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를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걸 자주 봤기에 믿기가 어려운 거죠. 지금 6월이잖아요. 6월이 시작되면 북한에서는 전국적으로 모내기 동원이 시작되는데 북한에서 농사를 누가 지어요? 기계가 아니라 주민들이 다 짓죠. 강냉이 영양단지는 학생단지라고 할 정도로 아이들까지 다 동원되잖아요. 코로나가 전역에서 위험하다고 하면 주민들이 사회동원에 응하겠어요?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그렇게 선전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아마, 북한 주민들 우리만큼 걱정하지 않을 것
걱정도 정보가 있어야 할 수 있어
제한된 정보로 탈북자들,
오히려 남한에 와서 북한에 대해 더 알게 돼
이해연 : 북한은 TV 방송이나 노동신문도 발표하긴 하는데 나중에 보면 다 발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겁니다.
박소연 : 과거가 없는 오늘이 없잖아요. 잘 믿지 않는 두 번째 큰 이유는, 어떤 전염병이 생겨서 그걸 빨리 잡으려면 그에 따른 의료 시스템이나 환경이 마련돼야 하잖아요. 하지만, 최근까지 북한에 살다 온 해연 씨가 더 잘 아실 거잖아요. 북한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한심한지를요.
이해연 : 일단 북한 주민들은 병원이랑 별로 친숙하지 않잖아요.
박소연 : 전혀요!
이해연 : 개인이 아프면 시장에서 판매되는 약을 개인이 사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죠.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사실 북한에 계시는 분들은 여기 우리만큼 이렇게 들썩이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들어가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북한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보도에서도 상세하게 얘기를 안 해주기 때문에 그냥 '전염병이 왔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겁니다.
박소연 : 저도 남한에 와서 '북한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더 잘 알게 됐어요. 실제로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서 북한의 가족과 연락해 보면 너무 담담한 거예요. 이처럼 북한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는데, 코로나를 이렇게 빨리 안정시켰다니 저희가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남한 정착 생활
하나원에서부터 마스크 쓰는 게 일상
아쉬움은 남지만 그 와중에도 일도 하고 공부도 했다
박소연 : 해연 씨는 코로나와 함께 정착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힘든 점도 있었겠죠?
이해연 : 처음에는 불편하긴 했어요. 사실 방역은 정부 차원에서 정말 철저하게 한 것도 있지만 일단은 사람들이 말을 잘 안 듣잖아요…
박소연 : 인간은 원래 그래요. 하지 말라 하면 기를 쓰고 더 하려는 게 인간이에요. (웃음)
이해연 : 그런데 남한 사람들은 정말 방역 수칙을 다 지키려고 하고, 대부분 참 잘 따릅니다. 식당이나 어떤 장소를 방문할 때도 손 소독하라면 소독하고, 장부가 있어서 발열 체크하라 하면 하고, 하고 나서 열이 몇 도인지 꼼꼼하게 쓰더라고요. 저는 가끔 쓰기 귀찮아서 안 쓸 때도 있는데, 정말 너무 협조를 잘하시는 걸 보고 놀랐어요…
해연 씨의 남한 정착은 마스크가 일상이 된 시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길게 줄을 서고, 백신을 맞고 또 코로나 검사를 받기도 하고… 이제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남한도 거의 3년의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진행 박소연,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