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우리 앞의 두 고개

북한 류경금빛백화점의 종업원들이 소독사업을 비상방역규정의 요구대로 책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북한 류경금빛백화점의 종업원들이 소독사업을 비상방역규정의 요구대로 책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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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우리 앞의 두 고개

이해연 : 그리고 중요한 건 자가 키트요. 남한에는 자가 키트가 있습니다.

박소연 : 저도 그것에 대해 말하려고 했어요.

이해연 : 이제 너무 편합니다. 열이 나도 코로나가 아니라 감기일 수도 있고, 코로나와 감기가 구별이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병원에 굳이 가지 않고도 스스로 집에서 자가 키트로 사전 검사를 통해 확진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박소연 : 자가 키트는 내 절로 진단이 가능한 검사 기구를 말합니다. 한국 돈으로 6,000원 정도, 달러로 5달러 정도 하는데요. 놀라운 것은 동네의 작은 상점에서도 살 수 있어요.

이해연 : 저도 구매해서 해봤어요. 집에서 스스로 검사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또 확진자가 아닐까 불안하고 궁금해서…(웃음)

박소연 : 결과를 알기까지 조마조마하죠. (웃음)

이해연 : 일단 면봉을 코안에 깊숙하게 넣어 콧속의 물질을 잘 묻히면 됩니다. 조금 아프긴 하더라고요. (웃음) 다음으로 면봉을 키트 안에 포함된 용액에 넣어서 잘 흔든 후 검사기에 2~3방울 떨어뜨리면 됩니다. 잠시 후에 검사기에 빨간 줄이 뜨는데, 한 줄이면 음성이고 두 줄이 면 양성이죠. 쉽게 말해 두 줄이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저는 몇 번을 했는데도 한 줄만 나와서 음성이었어요.

박소연 : 아들이 하루는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해서 제가 편의점에서 자가 키트를 사 왔어요. 그리고 방금 해연 씨가 말한 대로 하니까 두 줄이 선명하게 뜨는 거예요. 그래서 빨리 병원에서 가서 검사를 다시 해보니까 양성으로 다시 확인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된 거예요. 학교에다 통보하고 병원에서도 약을 처방해 주더라고요. 정말 좋았던 것은,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전산에 다 입력이 돼서 약은 잘 먹고 있는지 다른 증상은 없는지 상세하게 점검을 위해 연락이 계속 오는 거예요. 집에서 저는 아들하고 딴 방을 썼는데 아들은 자기 방에서 격리하지만 가끔 거실에서는 만나게 되잖아요. 그럴 때는 둘 다 마스크를 써요. (웃음)

이해연 : 와~철저하다.

박소연 : 철저히 해도 같은 공간에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가끔 자가 키드로 검사해봤는데 저는 계속 한 줄이 나오더라고요. 저희 아들도 백신을 3차까지 맞은 덕분에 오미크론을 심하게 앓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비루스가 들어갔다 나갔어요. 하루만 목이 아프고 콜록거리더니 다음날부터 바로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오히려 걱정스러웠어요. 그만큼 백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해연 : 그래도 여기 남한에서는 사람들이 백신을 1차, 2차, 3차까지 다 맞았잖아요. 저도 물론 다 맞았지만, 북한에서는 지금 그런 주사를 맞고 있다는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약이라도 먹는지 걱정이에요.

박소연 : 뭐가 있어야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북한에 백신을 도와주겠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사실 북한은 다른 세상하고 단절하며 살아온 나라잖아요. 그 비싼 미사일이나 하늘에 쏘고 있으니, 세계적으로 규탄을 많이 받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백신을 무료로 지원해주겠다 해요. 특히 남한 통일부에서도 북한이 승인만 하면 주민들을 위한 백신을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발표를 하는 거예요. 진짜 저는 고마웠어요.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이렇게 북한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지를 모른 채 사는 거예요. 그래서 이 방송을 통해서라도 막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해연 : 아니, 저는 많은 나라에서 이렇게 무료로 백신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고 의문이 안 풀려요.

박소연 : 북한은 항상 사회주의 보건 제도의 우월성을 세상에 선전하는 나라예요. 그래서 코로나가 2년 동안 없었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이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가 생겼다고 알리는 것은 사회주의 보건 제도의 우월성에 오점을 남기는 행위가 되잖아요. 자존심 때문에 지원을 안 받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 했어요. 북한에 한 때 결핵이 만연했잖아요? 그때도 북한 주민들은 민간요법으로 고쳐보려다가 많이 죽었어요. 그런데 UN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결핵약이 지원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치료가 많이 됐어요. 북한 내부에서는 해외에서 지원되는 결핵약을 ‘도쯔 약’이라고 불렀죠.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약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가 크죠. 솔직히 북한 주민들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만 이런 정보가 전혀 없어 너무 안타깝고요…

이해연 : 그러게요. 그런 소식을 듣게 된다면 안도의 숨을 좀 쉴 거 같은데 말입니다.

박소연 : 북한 주민들이 영양가 있는 걸 먹지를 못하다 보니까, 건강 상태나 면역력이 약해져 있잖아요. 여기에다 백신까지 맞지 않으면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는 무사히 넘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해연 : 남한에서 북한 보도 영상을 보니까, 코로나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는 거예요. 방송에서 약을 먹거나 민간요법을 쓰면 괜찮다고… 남한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는데, 북한 주민들은 다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다 보니까, 그냥 지나가는 병으로 취급하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근데 정말 그냥 지나가는 아무것도 아닌 병이 아닌데…

박소연 : 제가 해연 씨 얘기 들으면서 금방 든 생각인데요, 저 자신도 불과 10년 전에는 북한 주민이었지만, 북한 주민들은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모르니까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지 모른다는 게 참 무섭고 안타까워요. 이런 정보들이 빨리 들어가야 북한 주민들도 세계적으로 유행되는 병이나 추세에 민감해지고, 본인들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 정보를 차단하다 보니까, 그러한 능력이 약화 되고 있지 않나 늘 안타까운 마음만 남는 것 같아요.

이해연 : 지금 바람은 북한이 백신 지원도 받고 환자들이 줄어 코로나 상황이 완화됐으면 하는 겁니다. 가족들도 있고 하니까 더욱 간절하네요.

박소연 : 그리고 보릿고개잖아요. 아리랑 고개보다 더 높은 보릿고개인데 병이 만연하고 정보도 차단하게 되면 협동농장 농사는 물론 개인 농사도 마음대로 짓기 힘들 거잖아요. 그러면 또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그러면 가난이 다시 악순환될 수 있어요. 하루빨리 북한에도 백신이 받아들여져서 주민들이 잘 살지는 못해도 무난히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바람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오늘 이야기를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함께해 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 네 감사합니다.

지난 5월 12일 북한당국이 코로나19 발열자 발생 소식을 공개한 지 오늘로 한 달이 넘었습니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 고비를 넘겼다고 보도했지만 열악한 북한 의료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저와 해연 씨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코로나 감염증은 해열제나 민간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아무쪼록 청취자 여러분, 코로나 고개와 보릿고개… 이 두 고개를 무사히 넘기길 간절히 바라며 저희는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정리: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