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남한 정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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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박소연 : 지방 선거에서 우리가 투표를 잘해야하는 이유가 또 있어요.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잖아요. 서울에서 1년 예산이 남한 돈으로 44조 원, 달러로 환산하면 약 400억 달러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는 인구가 천만도 안 되는 949만 명인데, 북한과 비교를 해보고 깜짝 놀랐어요. 북한은 전체 인구가 2,500만 명이라고 하는데 북한의 1년 예산은 23억 달러로 알려져 있어요. 이것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서울시 예산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큰 예산을 운영할 지방자치 단체장을 뽑는 거잖아요. 지방선거를 통해서 적임자를 잘 뽑아야 합니다.

이해연 : 진짜 예산이 어마어마합니다.

박소연 : 맞죠. 그런데 정치를 잘하지 못하면 그 예산을 낭비해버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치는 말하자면 우리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거죠. 가끔 정치 얘기하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돈 얘기만 하면 졸음이 싹 달아나죠? (웃음) 돈 그러니까 예산은 우리가 내는 세금이고, 우리는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우리가 뽑은 후보자에게 직무를 잘 수행하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이해연 : 우리가 낸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거네요.

국민이 낸 세금을 올바르게 사용하라 요구할 권리

북한에도 이름만 다를 뿐 엄연히 존재하는 세금

“우리는 그 부담을 하면서도

왜 노동당이 우리에게 배급도 안 주냐 말을 못 했을까?”

박소연 : 제가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는 걸핏하면 세대별로 돈을 내라 하잖아요. 우리는 그 부담을 하면서도 왜 노동당이 우리에게 배급도 안 주냐고 말을 못 했잖아요.

이해연 : 감히 그런 말을 할 상상도 못 했죠.

박소연 : 정말 큰 차이가 나는 거예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과거에 내가 북한에서 살았던 생활들이 남한이라는 사회에서 살면 살수록 계속 비교가 되고 잊히지 않아요. '북한에 살 때 이랬는데' 하면서 정착 연도가 늘어가면서 남과 북의 차이가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해연 : 저도 살아갈수록 비교가 되는 것 같아요.

박소연 :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이해연 : 나이 드신 분들이 자주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잖아요. 여기서는 '라떼는 말이야…" 그러는데요. (웃음) 저도 자주 제가 북한에 살던 때는 말이야… 이러면서 남북을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하게 됩니다.

탈북민들의 단골 멘트

“라떼는 말이야, 내가 북한에 살 때는 말이야”

정착 기간이 길어지며 시각이 바뀌어

대표적인 것이 싸우는 정치인

박소연 : 정착 1년 차에 했던 생각이 10년이 지나니까 바뀌는 때가 있어요.

이해연 : 맞습니다. 대한민국에 처음 와서 당들끼리 서로 싸우는 것을 보았잖아요. 처음에는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 찌깨비들이 거기 다 모여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저렇게 싸워야 대한민국이 살아 있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처음에 왔을 때보다 한 해 한 해가 지날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네요.

박소연 : 그리고 뉴스나 선거 유세장 연설을 통해 후보들이 하는 공약들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귀가 생겨요. 후보들이 똑같은 얘기를 해도, '이 사람은 그냥 형식적이구나, 이 사람은 뭔가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는 것들을 분석해내는 눈이 생겨요. 남한이라는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많이 알게 되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된 탈북자들 중 어떤 분들이, 정착한 지 몇 년 됐어요? 물어서 '10년'이라고 말하면,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놀라 소리를 쳐요. 정말 오래됐다는 거죠.

이해연 : 정착을 잘해서 좋겠다는 거죠.

박소연 : 그다음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어요. '이제 10년이면 남조선에 대해 다 알겠습니다' 이래요. 하지만 세상은 자꾸 바뀌니까, 그 바뀐 것을 알기 위해 또 따라가야 하잖아요. 과거의 정답이 오늘에 와서는 오답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 공부하면서 사는 삶이어야 하고,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 공부하면서 사는 삶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이해연 : 저도 남한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북한에서는 배울 게 없잖아요. 항상 발전이 없었어요. 그냥 나가서 장사 잘해서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여기 남한에서는 내가 모르면 밖에 나가서도 대화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최근에는 저도 뉴스를 자주 보고 있어요. 친구들은 저를 보고 '야, 너 꼰대냐?' 이러더라고요. (웃음) 최근에 대통령이 새로 선출됐잖아요. 처음에 궁금하더라고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알고 싶어서 뉴스를 자주 봅니다.

박소연 : 저도 남한에 처음 왔을 때는 매일 드라마를 보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보도는 정말 잘 안 봤죠. 지금은 청소기를 돌려도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합니다. 적어도 남한의 오늘 하루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아야 하겠다는 책임감이 생긴 거예요. 우리 북한에 있을 때는 보도를 시작할 때 '빵빠바방빵빵빵' 음악만 들어도 벌써 지루해 했잖아요?

이해연 : 그렇죠. 똑같은 말을 할 것으로 생각하니까요. '위대한 영도자' ~

박소연 : 맞아요. 그건 아직도 10년 전과 똑같네요. (웃음) 보도 방송이 시작하는 음악이 나오면 저거 언제 끝나나…

이해연 : 그게 끝나야 드라마가 시작하거든요. (웃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모르는 게 당연했던 북한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는 남한에선

정치도, 시사도 모르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박소연 : 그랬었죠. (웃음) 북한에서 저는 보도 방송을 보면서 뭘 배운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뉴스를 통해서 남한을 알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북한에 있을 때는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너는 왜 그것도 모르니?'라고 하면 '내가 모르는데 네가 보태주기라도 했니?'라며 모르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그러나 남한에 와서는 누가 '너 그거 모르니?, 뉴스도 안 보니?'라고 하면 할 말이 없더라고요.

이해연 : 정말 시사를 모르면 대화가 끊길 거 같아요. 모르니까 그런 자리를 또 피하게 될 것 같고…

박소연 : 북한에서는 먹고 사는데 정신이 99% 집중이 되니까 보도에는 관심이 없잖아요. 어차피 알아도 뭔가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아니까요. 그러나 남한에 와서는 요즘 휘발윳값이 왜 이렇게 오르는지 뉴스 보도를 통해 알 수 있고 답답하지 않죠. 그만큼 뉴스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래서 내가 이걸 모르고 다니면 부끄럽고, 그래서 저는 뉴스가 정치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해주는 배움의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연 : 남한에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돈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도 알아야 살아갈 수 있겠어요.

선거도, 정치도, 사회도

정착이란 끊임없이 배워가는 과정

박소연 : 오늘 우리가 지방선거에 대한 소개로 시작했는데, 지방선거도 정치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정당 얘기도 하고 돈 얘기 등도 솔직하게 했는데, 결론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방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국민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했다는 거죠.

이해연 : 그 뿌듯함을 절절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박소연 : 우리가 북한에서 살았으면 이것을 영원히 느끼지도 못하고 살았겠구나 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해연 :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정치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겠다는 두 가지의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소연 : 이쯤에서 우리도 공약 하나 합시다. 5년 후에 또다시 대통령 선거를 합니다. 그때쯤 되면 해연 씨도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밝아져 있을 테니까.

이해연 : 그때 가서 근거에 맞게 논리적으로 후보들에 대해 누가 적임자인지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소연 : 그때 가서는 꼭 그런 얘기 전해주세요.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함께해 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