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차이] 오리 밑궁기 옹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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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남한에서는 여성들이 오릿대처럼, 요렇게 요렇게… 날씬한 게 추세였죠. 그러다가 코로나가 시작된 거죠. 이후부터는 면역력이 중요해졌고 날씬한 것에 더해서 면역력이 높아지고 건강한 게 중요해졌어요. 그러면서 20대 사이에서도 건강과 운동이 화두가 된 거잖아요?

이해연 : 사실 북한에서는 20대가 건강에 신경 쓰면 어린 나이에 무슨 그런 생각을 하냐?... 이런 식으로 얘길 하지만 생각해보면 젊을 때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다 망가진 다음에 되돌리기는 어려운 일일 것 같고요.

박소연 : 그렇죠… 해연 씨도 많이 들었겠지만 남한에서는 100세 인생이란 얘기를 너무 많이 하죠? 물론 북한도 '60 청춘, 90 환갑, 수령님의 은혜 속에서 대대손손 살아가자' 이런 구호가 있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북한에선 60이 넘으면 '죽을 때가 머지않았구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남한에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저보다 기껏해야 10살 이상으로 보여 물어보면 65세, 70세... 북한에서는 할머니가 90살까지 살았다면 '야 미쳤다. 어떻게 오리 밑궁기 옹이 날 때까지(오리 궁둥이 굳어질 때까지) 사니'…

이해연 : 오래 살면 욕을 먹었잖아요. (웃음)

박소연 : 북한에선 진짜 그랬죠. 남한에선 100세 시대라는 진짜 현실이고 이렇게 사람들이 오래 살다 보니… 그때까지 빌빌거리며 아프다가 하늘나라에 갈 순 없는 거예요.

이해연 : 저는 운동이 건강 때문에도 하고, 약간 자기만족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얻는 성취감 같은 것이요.

박소연 : 그래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운동은 자신과 싸움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어떤 여성분이 아주 큰 시계, 남자 시계 같은 걸 차고 있는데, 보니까 그 시계를 차고 운동하면 내가 몇 걸음을 걸었는지, 심박수는 몇인지 이런 것들이 다 나온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운동을 무작정 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하더라고요.

이해연 : 저는 시계는 없지만 핸드폰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어요.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내가 오늘 몇 걸음 걸었는데 세주는데요. 걸음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는 재미에 버스를 타고 가야 할 거리를 안 타고 걸어가고 그렇게 돼요.

박소연 : 제가 또 운동하면 할 말이 많습니다! 정말 남한에 와서 10년을 살면서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아침에 출근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운동이라는 게 눈앞에 돈으로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생활화가 되지 않으면 너무 힘든 거예요. 제가 그때 느꼈죠. 운동을 한다는 것이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만큼 힘들다는 것을요.

이해연 : 힘든 일이죠. 자신과의 싸움이라니...

박소연 : 그렇죠. 저는 차리라 남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어요. 그럼 꼭 이기죠… (웃음) 그런데 잘 보면 운동 문화가 비단 남한만 생활화된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아요.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 체육 잘하는 사람은 별로 매력 없었어요. 남한은 다르더라고요. 저도 자녀를 키우잖아요. 운동만 잘해도 크게 발전할 수 있고, 운동으로 인해서 갖는 성취감은 만점짜리 성적표를 받은 것보다 더 높은 것 같아요.

이해연 : 남한 사람들은 인사도 그렇게 하잖아요… '식사하셨어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북한에서는 이런 인사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운동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을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로 어두움이 없이 사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운동이라는 건 사실 내 몸만 건강하게 되는 게 아니라, 나의 정신적 건강까지 챙겨준다는 생각 많이 하게 돼요.

박소연 : 맞아요. 우리가 즐기면서 산다고 할 때, 즐긴다는 말 안에 이미 운동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북한에서도 남한에 와서도 엄청 아껴 살았습니다. 북한에서는 종잣돈 까먹지 않고 돈 벌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 목표였어요. 이제는 반려견도 키우고 운동도 하는데… 다 돈이 들어가죠. 하지만 그것들이 저에게 주는 행복이나 기쁨이 돈보다 소중할 때가 있습니다.

이해연 :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돈을 그냥 버리는 건 아니에요. 운동으로 건강을 얻고 그게 제가 일하거나 생활하는 에너지가 되고 삶의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요.

박소연 : 그래서 저는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우리 청취자분들도 건강한 삶이 있어야 밝은 미래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끔이라도 삶의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으시고 건강에 신경을 쓰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네요. 그럼 오늘 함께 해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이해연 :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