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하나 건넜을 뿐

중국 단둥 세관 앞에서 중국인 트럭 기사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중국 단둥 세관 앞에서 중국인 트럭 기사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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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강 하나 건넜을 뿐

박소연: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이해연: 네, 잘 지냈습니다. 시험도 다 끝나서 그런지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시름을 털어낸 얼굴인데 남한에서 살다 보면 남북의 일상이 너무나 다르잖아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해연: 네, 좋습니다.

박소연: 우리 해연 씨의 일상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궁금해요

이해연: 아침에 깨어나서부터 사용하는 것이 핸드폰이죠. 일단 알람부터 끄고... 진짜 일어나기 싫은데 일단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일어는 나죠. 이 알람 음악은 시시때때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바꿔요.

박소연 : 알람을 따르릉 이런 소리로 하는 게 아니라 노래로 해요?

이해연 : 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어나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리고 하루 일상이 시작되는데 이것도 핸드폰과 함께죠...

박소연 : 해연 씨가 지금 말하는 핸드폰은 북한에서는 타치폰이라고 하죠?

이해연 : 아 맞아요. 타치폰. 그렇게 불렀는데… (웃음)

박소연: 우리가 알람 맞춰서 깨어나면 다음 일과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세요?

이해연: 핸드폰이 없으면 또 안 되죠.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해서 내가 도보로 몇 분을 걸어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버스가 몇 시 몇 분에 도착하는지 시간까지 알려줍니다. 그게 없으면 그냥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얘기죠. (웃음)

박소연: 저는 10년 전에 그런 기능을 활용을 못 했는데... 기능이 있었는데 쓸 줄을 몰랐어요. 그냥 그 마을버스 5번을 겨울에도 덜덜 떨며 기다렸는데요. 당시에도 신기한 건 있었어요. 이상하게 버스 도착 즈음이 되면 젊은 친구들이 막 나타나요. (웃음) 얘들은 척척박사인가 어떻게 알고 나오지 그랬었는데 이런 비밀이 있었어요! 해연 씨는 이 기능을 어떻게 알았어요?

이해연: 하나원에서 나오면 하나센터에서 1주일간 교육을 받잖아요. 그때 하나센터분들이 알려주셨어요. 이런 앱을 깔면 이렇게 이용할 수 있다고 대주셨거든요. 그때 배워서 지금까지 하나하나 활용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 지금 해연 씨가 얘기한 핸드폰이 필수적인 이 일상은 사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죠.

이해연 : 그렇죠. 검색을 해도 그렇고 뭐든 게... 그런데 저는 북한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말을 못 들어봤습니다.

박소연 : 저도 전혀 몰랐고요. 요즘 최근에 들어온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해보면 평양에서 온 사람들은 인터넷을 알긴 하더라고요. 지방 사람들은 모르고요. 평양에서 온 사람들은 북한에도 인터넷이 있다고 말해요. 그렇지만 그 인터넷은 북한 내부만 연결된 인트라넷이라는 내부망이고요. 지금 남한이나 다른 국가들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처럼 막 어디든 연결되진 않아요.

이해연 : 저는 그런 말이 북한에 있는 줄 몰랐네요. 그래서 여기 왔을 때 정말 적응이 어렵죠. 핸드폰도 그래, 컴퓨터 사용도... 활용이 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흘러와서 이제는 잘 사용하고 있고요. 지금은 오히려 북한에 있을 때 어떻게 살았을까 싶습니다. (웃음)

박소연 : 그리고 남한에서는 일상에서 물건을 살 때도 핸드폰을 많이 이용해요. 가장 많이 이용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제일 어려운 게 어떤 사이트로 들어가서 물건을 살라고 하는데...

이해연: 회원가입!

박소연: 네, 맞아요! 그냥 물건을 사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요구하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당신이 누구냐, 당신의 전화번호가 뭐냐... 이런 것들을 자세히 입력하라고 해서 시끄럽죠. 이걸 로그인이라고 하던데요.

이해연: 저도 힘들었어요.

박소연: 핸드폰을 접하지 못한 탈북민들이 갑자기 이런 희한한 세계를 접하니까 막 핸드폰으로 물건을 사고 싶어 하죠. 근데 로그인이 너무 까다로우니까, 안 되면 핸드폰을 막 던져요. (웃음) 이해연: 저도 어려웠죠. 그나마 '직방'으로 온 사람들보다는 좀 쉽지 않았나 싶어요.

박소연: '직방'은 북한에서 중국을 경유만 하고 바로 한국으로 온 사람을 말하는 거죠. 남한에서는 '직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중국에 살다가 온 사람은 '우회녀'라고 하구요. 우회에서 왔다고 해서.... 아, 그러면 해연 씨는 중국에서 사셨어요?

이해연: 네, 조금 살았는데 거기서 핸드폰을 접했어요. 중국도 핸드폰으로 뭘 구입하면 쇼핑몰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 해야 하는데 한국보다는 자세히 입력은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쉬웠고, 물론 중국 글이지만 글자를 번역해주는 앱이 있어요. 내가 어디에 회원가입을 한다고 하면 아래 파란색으로 뜨는 글이 있는데 그 글이 '로그인'이라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는 로그인이 뭔 얘기인지도 몰랐죠. 그냥 내가 어디에 가입하려면 여기를 거쳐야 하는구나... 그렇게 알고 한국에 왔어요. 여기에서도 파란 글이 나오는 걸 보면서 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걸 알았고요. 이제는 잘해요.

박소연: 한국은 북한과 같은 말을 쓰잖아요. 중국은 중국말을 써서 적응이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이해연: 처음에는 '택배'라는 말도 몰랐어요. 집으로 물건이 배달 오길래 중국 사람에게 이런 걸 뭐라고 하느냐 물어서 그걸 글씨로 써달라고 했어요. 다음에 그걸 핸드폰 앱에 입력하면 바로 한글말로 번역을 해줍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용했죠.

박소연: 중국 글을 핸드폰에 입력하면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기능이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이해연 : 그렇죠. 그 반대로도 가능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소연 : 그런 과정을 이미 거쳤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조금 더 쉽게 사용하고 적응할 수 있었겠네요.

이해연 : 엄청 도움이 되죠.

박소연 : 그런데 북한에서 처음 중국에 나왔을 때는… 사회주의에서 중국이라는 특색있는 사회주의를 바로 접한 건데요. 그때는 이런 모든 게 충격이었을 것 같네요.

이해연: 너무 놀랐죠. 이렇게 좋은 게 있냐... 진짜 이건 우리랑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처음에는 영상을 접했고요. 다음에는 문자 하는 법을 배웠는데... 전화기가 중국 것이다 보니까 한글을 입력하기 위해서 한참 고생했어요. 친구들한테도 물어보고 영상 검색도 해서 참고도 하고요. 결국 어떤 앱을 설치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한글로 문자도 보냈죠. 그런데 이런 과정이 힘들긴 한데 너무 좋은 거예요. 북한에서 택배가 뭐예요? 우리는 앉아서 택배를 받아본다는 게...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면요, 정말 물건이 다중 다양하게 너무나 많아요. 신발 같은 거? 사소한 것마저도 검색하면 엄청난 물건들이 나와요. 정말 이렇게 편한 세상이 있어?

박소연 : 북한처럼 상점에 직접 가지 않아도 손전화로 검색해서 물건도 비교해볼 수 있고요.

이해연 : 맞아요. 새로운 걸 접할 때마다 당황도 했지만 너무 편리하고 신기하고요. 정말 강 하나 사이를 두고 이렇게 달라도 되는가... 생각했어요. 핸드폰 하나 갖고 일상생활이 쉽게 굴러가는 걸 보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안 됐을까, 이런 생각도 참 많이 하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그렇게 당연한 것들이 왜 북한에선 안 됐는지... 이 질문은 아마 모든 탈북민들이 하고 또 해봤던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탈북 새내기의 정착 이야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