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 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타치폰 세상, Touch 하세요
박소연: 해연 씨가 강 하나를 건넜는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왜 북한은 중국처럼 핸드폰을 이용해 쉽게 살아가는 환경이 될 수 없는지...
이해연: 안타깝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 다른 세상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 절로 나가서 자기가 버는 돈은 자기가 가질 수 있고 진짜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일상생활이 너무 쉽게 흘러가는데 우리는 왜 안 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정답이 나오더라고요. 일단 국경을 막고 다른 나라 소식을 알 수 없으니까 타치폰을 어떻게 이용하고 일상 생활은 이렇게 흘러간다 모르는 거고요. 인터넷도 막아놓으니 사람들은 모르는 거고…
박소연: 그렇죠. 지금 북한은 길을 막아놨어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구나,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받아들였어요. 남한 와서 살면서 제가 이제 9년 차가 되니까 아… 북한이 아닌 다른 세상을 알면 생각이 바뀔 수 있겠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살까?
이해연 : 진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소연 : 중국 사람보다 우리가 손이 없니, 발이 없니, 눈이 없니…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이게 북한 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죠. 이런 것들이 두려워서 외부 세상과 막아 놓지 않았나… 남한에 와서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해연: 북한에서 다른 나라 소식도 알게 되고 자본주의 사회의 청년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다며 솔직히 남아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박소연: 공감해요. 저는 국경에서 밀수하면서 중국 사람이 건넨 중국 전화기를 몰래 사용했어요. 당시 제가 본 중국은 천국이었어요. 나는 언제면 중국처럼 밝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늘 부러워했죠. 그런데 하루는 중국분이 전화로 아내가 한국에 돈 벌러 갔다고 말하는 거예요. 천국에서 사는 중국 사람이 한국에 일하러 간다는 전화를 받고 놀랐어요.
이해연: 그렇죠. 전화로 중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듣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죠. 북한은 중국과의 전화 통화는 자본주의 물이 들어 당을 배신하고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는 행위로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서 밀수를 막는 것 같아요.
박소연: 그런데 현재 북한 손전화 사용자는 2019년 기준으로 380만 명입니다. 적어도 100명 중 14명은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거죠. 이쯤에서 북한 손전화 기능이 궁금해요.
이해연: 제가 남한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 손전화기 기능은, 타치폰이라고 해도 많지 않았어요. 일단 전화를 할 수 있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대학생들이 마음을 졸이며 '야 몇 분 남았어, 이젠 전화하지마...' 정말 안타깝게 전화를 하고… (웃음) 통화 시간이 한 달에 몇 분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박소연: 북한 손전화는 전화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찍고...
이해연: 네, 그렇죠. 그 외 특별한 기능은 따로 없어요. 남한처럼 유튜브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소연: 유튜브는 인터넷이 있어야 가능하죠
이해연: 아, 그리고 어떤 기능이 있냐면요. 고양이가 나와서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앱이 있어요. 타치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앱으로 장난을 많이 했어요. 신기해서요...(웃음) 남한은 이런 것들이 옛날얘기로 흘러가는데 북한은 아직도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소연: 북한 타치폰은 남한처럼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이해연: 그렇죠. 기능이 많지 못하지만 타치폰으로 노동신문 일면은 볼 수 있어요. 노동신문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잖아요. 처음에 어떤 말이 나오는지 아시죠. 경애하는 지도자...
박소연: 네, 잘 알죠. (웃음) 그리고 해연 씨가 방송 중간에 유튜브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셨는데 주로 뭘 보세요?
이해연: 한국에 정착하면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지금 사는 집이 임대아파트인데 재계약, 임대료, 월세 줄이는 방법, 보증금을 더 넣을 수 있는 정보들을 알려주는 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탈북민 혜택들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박소연: 10년 전에도 물론 유튜브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정보도 많지 않고... 그래서 저는 유튜브에서 북한 영화를 검색해서 봤어요. 북한은 자주 정전이 되니까 좋아하는 텔레비전 연속극을 보지 못하고 탈북했거든요. 한국은 유튜브로 무엇이든 다 볼 수 있다고 하길래 검색했더니 정말 북한 영상이 나오더라고요... (웃음) 유튜브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핸드폰 사용자가 늘면서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받고 있죠. 해연 씨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은 사람들이 전부 머리를 숙이고 있어요.
이해연: 좀비처럼...(웃음)
박소연: 네, 핸드폰만 보는 겁니다. (웃음) 해연 씨도 많이 보셨죠?
이해연: 밖에 나가도 사람들이 좀비처럼 핸드폰에 머리를 박고 걸어가잖아요. 남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다는 거죠.
박소연: 우리가 핸드폰을 통해 편리함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얻지만, 핸드폰에 모든 것을 집중하다 보니 마주 앉은 사람을 보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인간 사이의 정과 유대감, 소통이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해연: 저는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웃음)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뉴스나 영상을 보면서 무엇인가 배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을 자꾸 쳐다보면 거부감이 있을 것 같은데…
박소연: 저는 사실 제가 말하면 해연 씨가 공감할 줄 알았어요. 확실히 세대 차이, 10년 차이는 줄일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죠.
이해연: 남의 시선보다 나는 나대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박소연: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각자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고 있지만 한가지, 우리는 새로운 것을 향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손전화기를 비롯해 인터넷, 유튜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음 시간에도 해연 씨가 마주한 자유로운 세상 속 이모저모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해연 씨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