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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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저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 박소연이고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 씨와 함께합니다.

INS : <우리는 10년 차이>, 도전! 아르바이트

박소연 : 안녕하세요?

이해연 : 네, 안녕하세요.

박소연 : 해연 씨, 학원 공부도 끝났잖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이해연 : 시험공부도 하면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박소연 : 아... 아르바이트요? 아르바이트라면 시간제 일자리를 말하죠?

이해연 : 네, 맞아요.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죠. 사장님들은 바쁜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요. 돈도 벌고 일 경험도 해봐야 하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하는 일은 반찬가게인데... 반찬 종류가 아주 많더라고요. 아직은 남한 반찬에 익숙하지 않아 메뉴를 기억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더라고요.

박소연 : 그렇죠. 그럼 반찬가게에서 정확히... 반찬을 직접 만드세요?

이해연 : 아니죠. 제가 만들지는 않고 속포장과 포스 업무, 고객 응대를 하고 있어요.

박소연 : 해연 씨가 메뉴라고 하셨는데 이 잉글리쉬 또 나오네요.(웃음) 그러니까 종류라는 말이죠?

이해연: 네, 그리고 포스 업무라고 있는데 말이 어렵죠? 저도 이 말이 처음에 뭐지 했는데 포스는 손님들이 자기가 선택한 반찬을 가지고 오면 계산을 해주는 기계를 말합니다.

박소연 : 돈을 받는 기계를 다룬다는 거죠?

이해연 : 맞습니다. 또 라벨을 붙여야 해요.

박소연 : 그건 또 뭐죠?

이해연 : 원산지와 가격을 표시하는 일종의 가격표 혹은 이름표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걸 붙이고 나면 바코드를 찍고... 아 참... 이런 일들이 하나하나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박소연 :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요?

이해연 : 보름 정도 된 것 같아요.

박소연 : 이제 거의 적응을 하셨겠네요. 그런데 반찬가게 일자리가 있다는 정보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이해연 : 저는 또 핸드폰에 보면... (웃음) 알바몬, 알바천국 또 중고물건들을 파고 사는 당근마켓이라는 앱이 있는데요. 그 앱에 들어가면 일자리 정보도 제공해주더라고요.

박소연 : 결론은 본인이 알아서 찾았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10년 전에 제가 알아서 찾아보지 못 했어요.

이해연 :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박소연 : 그렇죠. 그리고 핸드폰은 있었는데 그런 앱들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이해연 : 그럼 어떻게 찾으셨어요?

박소연 : 어떻게 하겠어요. 만만한 게 애호박이라고 담당 경찰관님을 찾아가서 다짜고짜 '직장 좀 찾아주십시오'라고 부탁했죠. (웃음) 그분이 제일 처음에 소개한 곳이 삼겹살 고기를 굽는 고깃집이었어요. 남한에 와서 한 달도 안 된 데다 와... 남조선 날씨는 북한하고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몰라요. 낮에는 더워서 밖에 나다니질 못하겠더라고요.

이해연 : 저도 너무 더웠어요...

박소연 : 일은 북한보다 힘들지 않은 데 날씨에 몸이 적응을 못 했어요. 서빙이라고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차려주는 일을 했는데... 한국에는 왜 이렇게 이름들이 거창해요? 북한 같으면 술이면 술이잖아요. '민주 한 병 주오' 하면 도수가 25도 아래 술을 갖다주고 '원주 한 병 주오' 하면 40도 이상의 술을 주면 되잖아요.

이해연 : 두 가지면 되죠.

박소연 : 여기는 술 이름이 너무 많으니까 처음에는 외우지 못했어요. 한번은 어떤 손님이 나를 보고 '아주머니, 처음처럼' 이러길래, 눈치 보다가 그게 술인 줄 모르고 불고기판을 처음처럼 바꿔 달란 얘기로 착각하고 한참 고기가 구워지고 있는 판을 새 판으로 갈아준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왜 그래요. 조선족이세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때 심장에서 화가 탁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대뜸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라고 쏘아붙이고는 화장실에 가서 펑펑 울었어요. 그때는 심리적으로도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어서 겨우 석 달 만에 그만뒀어요.

이해연 : 아! 진짜 공감합니다. 저도 그런 순간들을 겪었죠. 술만 해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참이슬' 갖다주세요. '처음처럼' 가져다주세요. 빨간 것으로 가져다주세요. 하는데 정신을 못 차렸어요.

박소연 : 맞아요. 뚜껑도 빨간 것 있고 파란 것 있더라고요.

이해연 : 빨간 것이 뭐예요? 하고 사장님한테 물었죠. (웃음) 그랬더니 뚜껑이 빨간 것이라며 도수가 좀 센 것이라 하더라고요. 요구하는 사람은 많지, 거기에 응대도 빨리해줘야 하지, 반찬도 빨리 내다 줘야지, 머리가 하얘지면서 잠시 멈춰지는 순간이 있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죄송합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다시 말씀해 주시겠어요? 하면은 친절하게 다시 얘기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나는 모르기 때문에 일단 배우는 사람이다... 저는 그렇게 방법을 찾았습니다.

박소연 : 저는 모른다고 말하는 게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는데 확실히 또 차이가 보이는 것 같네요.

이해연: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죠. 하다 보니까....

박소연: 돌이켜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누구나 처음은 힘들어요. 그건 한국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사람들도 직장 가서 상사하고 잘 맞지 않아 월요일만 되면 직장 가기 싫다는 말 하기도 하는데... 탈북민인 데다가 제가 갖은 선입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해연 : 그리고 말투가 문제죠.

박소연 :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길에서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부산말하고 제주도 말을 하면 은연중에 한번 돌아보잖아요. 한국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돌아볼 수 있는데 괜히 북한에서 왔다고 우리를 머절싸하게(바보처럼) 보는 것은 아닌가... (웃음) 이런 선입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이해연 : 저도 같아요. 처음에 적응이 잘 안 돼서 모든 사람이 나를 보는 것 같고 내 말투가 이상하게 들려서 만만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조심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제가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니더라고요.(웃음)

박소연 :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남한 분들도 처음에는 우리를 대하기가 주춤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처음에는 너무 다른 문화 속에서 살던 탈북민이 회사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을 텐데요. 우리가 열심히만 하면 오히려 남한 직원들보다 더 생각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이 힘들지 적응이 되면 살아갈 만하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아르바이트하던 때였던 것 같아요.

이해연 : 맞는 말씀이에요. 그때가 경험을 많이 하는 시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 이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박소연 : 그리고 해연 씨! 제일 중요한 게 있잖아요. 일했으면 돈을 받아야죠. 아르바이트에서 중요한 게 최저 시급이잖아요.

이해연 : 네, 그렇죠.

박소연 : 남한에서는 고등학생이 일한다고 해서 돈을 적게 주고 대학생이 일한다고 해서 더 많이 주지 않잖아요. 한국에서 최저 시급이 2021년을 기준으로 8,720원입니다. 그러면 해연 씨는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고 있어요?

이해연 : 4시간을 일하고 있으니까 3만 5천 원 정도 받는 것 같아요.

박소연 : 최저 시급이라는 게 말 그대로 그 아래로 주면 안 된다는 거잖아요.

이해연 : 아래로 주면 법에 걸린다고 하죠.

박소연 : 우리가 최저 시급을 받아도 한 시간을 일하게 되면 달러로 환산하면 73달러를 받게 되는 거죠.

이해연 : 북한으로 보면 엄청난 돈이네요.

박소연 : 해연 씨가 지금 하루에 4시간을 일하잖아요. 그러면 한국 돈으로 3만 5천 원을 받는데 11월 기준 북한 혜산시장에서 입쌀을 1킬로에 북한 돈으로 5,300원을 하고 있어요. 제가 계산을 잠깐 해봤더니 해연 씨가 하루에 4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으로 북한에서 쌀 40킬로그램을 살 수 있더라고요.

이해연 : 엄청난 돈이네요.

박소연 : 하루에 쌀 40킬로면 북한에서 한 세대가 한 달을 살 수 있죠.

이해연 : 그렇죠. 그 정도면 한 달을 살 수 있어요.

박소연 : 정말 어마어마하게 버는 것 같아요.

이해연 : 그렇지만 또 한국 물가를 보면, 3만 5천 원이면 삼겹살 한 끼 먹으면 없는 돈이기도 하고요...

계약서를 쓰고 신분증명서를 내고 보건증을 떼고... 해연 씨, 아르바이트 시작하면서 북한에선 듣도, 보도 못한 경험 많이 해봤다는데요. 저도 또 아르바이트하면 빠지지 않습니다. 좌충우돌 아르바이트 도전기…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