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1일은 이곳 캐나다에서 추모의 날, 즉 현충일입니다. 지난시기 캐나다가 참전한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테러, 혹은 일상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기리는 날인데요. 이날 뿐 아니라 11월 4일부터 11일까지는 참전용사 주간으로 전국민이 캐나다 참전용사들과 현재도 복무중인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캐나다 왕립해군의 날, 캐나다 육군의 날, 응급대응자의 날, 원주민 참전 용사의 날, 유엔 평화유지군의 날 등이 이 주간에 이어집니다. 캐나다는 제1차 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때 각각 66,000명과 44,000여명이 전사했으며 한국전쟁 때는 516명이 한국땅에서 전사했습니다.
11월 11일, 캐나다 전역의 전몰장병 추모비에서는 화환을 바치는 행사가 진행되고 정부의 여러 계층을 대표하는 정치인들과 군인, 대표, 사관생들, 학생, 지역사회 주민들이 모여 경의를 표하는데요. 이날 오전 11시가 되면 캐나다 전국에서는 싸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약 2분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집니다.
모든 정부관련기관은 국기를 계양하고 토론토 시에서는 희생자들의 가족들과 참전용사들을 초청하여 시민들과 함께 추모식을 진행합니다.
캐나다 토론토 시에서 가까운 브램튼 시에는 특별히 한국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는데요. 여기에는 한인 재향군들과 캐나다 한국전 참전용사회 회원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사에 참가하든 하지 않든 캐나다 사람들은 이 주간에 빨간 양귀비 꽃을 가슴에 달 것을 권장하는데요. 양귀비꽃이 캐나다 현충일의 상징이 된 것은 사연이 있습니다.
우선 11월 11일이 현충일로 지정된 이유는 이날이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기리기 위해서인데요.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양귀비는 전장의 서부전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습니다.
당시 캐나다 출신의 군의관인 존 맥크레 중사는 전투에서 수 많은 병사가 희생당한 언덕 위에 계절이 지나니 빨간 양귀비가 한가득 피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플랜더스 언덕에서”라는 시를 썼는데요. 이 시를 읽은 한 자원봉사자가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 꽃을 달고 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양귀비꽃은 현충일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10월 말부터 11월 11일 사이에 캐나다 전역의 지하철이나 상점, 편의점 등에서는 이 양귀비꽃으로 만든 핀을 파는데요. 사람들은 이 꽃을 사서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닙니다.
매년 판매되는 양귀비꽃은 캐나다에서 2천만개가 넘는데요. 양귀비 한개에 1달러, 혹은 2달러 정도 하는데 이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에게 기부금 형태로 전해집니다.
언뜻 생각해도 참전용사들에게 전해지는 금액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부나 사회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들을 귀히 여기기 때문에 캐나다 군인으로서 복무하는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남한에는 현충일이 있는데요. 바로 6월 6일입니다. 그런데 보니까 북한은 현충일이 없습니다. 7.27이라는 전승기념일은 있지만 현충일이 없다는 것은 참 이상합니다.
북한은 6.25전쟁때 약 52만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실종됐거나 포로가 된 수는 약 12만명이 됩니다. 또한 전쟁이 끝나고 지금까지 훈련장이나 건설장 등에서 사망하는 군인들도 상당수 있지만 그들에 대한 추모나 추억 하는 행사는 북한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