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캐나다의 따뜻한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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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북녘에 계시는 여러분들은 모두 연말 준비 잘 하고 계시는지요?

예전에 북한에 있을 때 이맘때면 조금 여유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11월말 김장철에 담근 김치는 이 때쯤 이면 잘 익어 처음으로 독에서 꺼내 먹을 수 있죠. 까맣게 탄 온돌방 아래목에 가족이 오구구 모여 앉아 김치만 한 바가지 퍼서 죽죽 찢어먹던 때가 어제 같습니다.

가족들과의 따뜻한 추억은 그래도 그립지만 북한의 칼바람 추위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죠.

특히 겨울에 물을 길으러 꽁꽁 언 손을 불면서 멀리 물을 길으러 다녀야 했던 기억 같은 것 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캐나다 토론토는 북한의 북쪽지방과 거의 비슷한 겨울 기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그렇게 북한의 추위만큼 혹독한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처럼 동이를 이고 물을 길으러 다녀야 하는 일은 절대 없지만 이곳 추위가 그렇게 매섭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겨울철 집안 온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집만해도 겨울철에 반팔 내의를 입고 있어도 될 만큼 집안이 따뜻합니다. 방에는 집안 온도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원하는 것 만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건물들의 벽체는 강한 추위도 견딜 수 있게 끔 설계되어 보통 한국 등 겨울이 짧은 나라 들에서 건설하는 건물의 두께보다 약 20퍼센트 이상 더 두껍다고 합니다.

특히 겨울이 6개월이상 계속되고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지역이 많은 캐나다는 국가 차원에서 끊임없이 혹독한 기후속에서 견딜 수 있는 건물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물론 이렇게 따뜻한 집안에서 있다가 밖으로 한번 나갈려면 정말 든든하게 차려입어야 합니다.

그래서 토론토나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의 중심에는 겨울철에 최대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지하 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토론토 중심에서는 남과북, 동과 서로 놓인 지하철에서 될수록 이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아파트 지하까지 갈수 있게 해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토론토 시중심에는 지하철과 지하철이 연결되는 곳에 지하 백화점과 쇼핑 센터, 슈퍼마켓 등를 연결해놓아 정말 이곳 주변에서 사는 사람들은 겨울철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추운 밖에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지하거리는 제가 사는 곳에서도 5분밖에 걸리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지하에서 하루 종일 쇼핑하며 볼거리, 먹거리를 즐기며 돌아다닐 수 있답니다.

그렇지만 이곳 캐나다의 겨울이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때문만이 아닙니다.

겨울의 나라답게 그 어느때보다도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겨울축제와 이벤트가 가득하기때문인데요.

특히 가장 황홀한 것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겨울 네온싸인 조명 축제인데요. 겨울밤에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에 형형색색의 네온싸인으로 여러가지 동물과 꽃 등 형상을 만들어놓은 겨울공원은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겨울에 꼭 가보아야 하는 필수 코스랍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의 리도운하에서 펼쳐지는 스케이트 축제도 있는데요. 저의 캐나다 친구도 겨울에는 이곳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며 겨울의 재미를 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겨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는 행사가 많은 것인데요.

대표적인 것은 캐나다 구세군 교회 자선남비 모금행사입니다.

빨간 남비모양의 통을 든 구세군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이때 쯤이면 캐나다 전역의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등의 출입문가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는 데요.

년말에 사람들은 이때 특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크든 작든 대부분 기부를 합니다.

구세군 교회에서는 장난감 기증 활동도 하는데요. 캐나다에 사는 탈북민들도 이곳에서 장난감을 받아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하기도 합니다.

재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마련해주는 자선 콘서트, 무료급식을 위한 기금마련 코미디 공연도 열립니다.

한인사회에서도 김치나눔, 사랑의 양식 나누기 등 행사를 통해 훈훈한 따뜻함을 나누는데요.

탈북민들을 비롯한 많은 새 이민자들은 이런 도움은 그들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합니다.

춥지만 그 어느 계절보다도 따뜻한 캐나다의 연말, 여러분들의 마음도 함께 따듯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에디터 김진국,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