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위하며 쿠바의 현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1,1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섬나라 쿠바에 이날 일어난 시위는 지난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국가들이 무너진 후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 끊겨 경제 위기에 달하자 수 만 명이 해외로 탈출했던 1994년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는 수도 아바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국적 규모로 일어났고 디아즈 카넬 대통령 은 피델 까스트로 가문 이외의 첫 쿠바 독재자로 불렸습니다.
쿠바는 아직까지도 국제사회에 공산주의 국가로 분류되어 있고 사소한 시위라도 경찰과 군대에 의해 일상적으로 진압되는 이곳에서 이렇게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날 쿠바 시민들은 계속되는 식량부족과 높은 식료품가격, 계속되는 정전, 부족한 약품, 그리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처에 대한 정부에 대한 불만 등으로 거리에 나왔습니다. 이런 불만 속에 거리의 행진자들 속에서 "자유" "억압자", "공산주의 타도" 등 구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CBC NEWS 현장음)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에 있는 쿠바에서 시민들이 경찰도 군대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렇게 거리에서 자유를 외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쿠바인민들의 외부세계와 자유, 억압에 대한 인식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1994년부터 전세계에 인터넷이 확산하고 있었지만 당시 인터넷 같은 통신망은 쿠바를 전복하기 위한 도구로 정부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은 결국 경제발전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도구로 결국 쿠바정부는 세계 흐름에 소극적이나마 합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이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정보가 확산되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쿠바정부의 시책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위도 모바일 인터넷이 가져온 혁명의 하나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쿠바에서 일어난 이런 시위에 대한 소식이 전세계로 확산되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 미국은 쿠바정부가 쿠바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에서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웃나라 이곳 캐나다는 캐나다 대통령 격인 연방총리가 아닌 글로벌 업무 부서에서 쿠바시위에 대한 서명되지 않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에는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지만 "모든 측이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위기에 관련된 모든 당사자가 평화롭고 포용적인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캐나다에 살고 있는 쿠바 망명자 마이클 리마 카아드라 씨는 "억압의 시기에 중립을 선택한다면 억압자의 편을 드는 것"이라며 캐나다정부의 중립적인 태도를 비난했습니다. 리마 씨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때 민주주의 정부가 이런 운동에 지지와 정당성을 부여하는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민주주의 정부의 목소리가 없으면 이런 운동은 계속될 수가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쿠바는 캐나다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캐나다가 쿠바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쿠바에서 일어난 대규모시위는 현재 마지막까지 쿠바와 동맹을 맺고 있는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올해 4월 현 쿠바 대통령의 취임에 축하인사를 보내면서 "조선인민은 쿠바공산당과 쿠바인민의 곁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 확언했는데요. 이번 쿠바인민들의 시위에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화답할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기사 작성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