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에덴동산이라 부른 그 곳(1)

캐나다 동쪽  가스페 반도 끝자락
캐나다 동쪽 가스페 반도 끝자락 (/RFA Photo-장소연)

0:00 / 0:00

요즘 같은 더운 때에 북한에 계시는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여름철을 보내시는가요? 예전에는 가까운데 강이나 바다가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미역을 감기도 하고 부채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또 오이냉국도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죠. 지금도 여전한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캐나다도 푹푹 찌는 여름철 더위가 그곳 북한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곳 사람들은 더위를 어떻게 견딜까 하는 생각보다도 어떻게 하면 휴가를 잘 보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여름철에는 꼭 캠핑을 떠납니다. 북한으로 말하면 배낭, 천막 등을 가지고 산에 가서 며칠씩 숙박을 하는 것인데요. 도시 안에도 공원과 수림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도 굳이 차를 타고 몇 시간씩 달려 더 깊은 수림 속 야생환경에서 며칠씩 지내다 오는 것입니다.

나무와 절벽, 야생화와 바다가 어우러진 대서양 바다가 나무와 절벽, 야생화와 바다가 어우러진 대서양 바다가

그래서 캐나다의 그 넓고 깊은 야생 수림지대에는 곳곳에 정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 주립공원이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여름 한철에 와서 야영을 즐길 수 있도록 도로와 오솔길을 닦아놓고 나무식탁과 의자, 물, 전기 등을 구비해 놓고 야영장으로 쓰도록 해놨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해외로 여행 갈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야영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사는 탈북민 이성민(가명)씨의 여름철 휴가는 좀 특별합니다. 남들이 대체로 가는 토론토 주변의 수림이나 호수가 아닌 자동차로 꼬박 이틀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캐나다 맨 동쪽 끝 대서양을 만나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부, 가스페 반도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에 오래 산 사람들도 잘 가보지 못하는 이곳을 이성민 씨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대륙을 횡단해 자동차 운전으로 간다고 합니다. 이 씨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에덴의 동산같은 곳입니다.

에덴동산은 인류의 첫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금과 은이 나고 향료와 홍옥수같은 보석이 나는 지상낙원이라고 기독교 역사에 알려진 곳인데요. 5년전에 친구의 추천으로 한번 가보고는 성민 씨는 이제 다른 곳으로 절대 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성민: 남북이 통일이 되어도 북한의 고속도로는 아마 이럴 건데요. 올라가고 내려가고 산이 많아서…

이곳 대서양 가스페 반도의 깎아지른 산과 푸르른 바다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이어진 고속도로를 장장 10시간 넘게 달리면서 성민 씨는 동해안 바다를 끼고 달리는 북한의 고속길을 생각합니다.

Canada_camping2.jpg
캐나다 동쪽 가스페 반도 끝자락. /RFA Photo-장소연

그렇게 달려 도착한 가스페는 원주민 말로 땅끝이라는 뜻으로 바로 캐나다 동쪽 대서양이고 바로 대서양 건너편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이 있는 곳이죠. 빤짝이는 바닷가 옆에 장관을 펼치는 벼랑과 그 끝에 피어있는 갖가지 색깔의 이름 모를 들꽃, 푸른 소나무와 황철나무, 하얀 나무껍질을 가진 봇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바닷가 공원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물개가 물고기와 함께 노니는 모습이 과연 성민 씨가 말한 에덴동산이라 부를만 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음) 당나귀네.. 아니 무스네, 아 두 마리, 두 마리예요. 저쪽 숫놈이 지나가, 와 우리를 지켜보고 있네.

새벽을 가르며 수림 속에서 갑자기 자동차 도로에 튀어나온 북극 사슴을 보고 일행들이 깜짝 놀랍니다. 검은 색깔의 짐승을 보고 당나귀라고 착각했던 성민 씨가 큰 뿔이 있는 것을 보고 무스 즉 북아메리카에 사는 북극사슴임을 알아봅니다.

(현장음) 와…길을 막고 있어, 처음 봤어…

탈북민 성민 씨가 북대서양 바닷가에서 즐긴 재미있는 여름휴가 다음 시간에도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진행 장소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