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흔히 두개의 이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증명서에 기재된 본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부르는 영어 이름입니다. 이는 한인 1.5세나 2세들에게도 흔히 있는 일인데요.
영어이름을 이렇게 따로 짓는 이유는 캐나다가 영어권이라서 발음 상 다른 사람들이 쉽게 부르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혹간은 동양인이라 혹시 차별하지 않을 가 하는 의식에서 일부러 영어이름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같은 동양계인 중국사람들도 마찬가지 인데요.
그런데 오히려 많은 캐나다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의 영어이름보다 한국이름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아는 많은 캐나다 친구들이 그런 경우인데요 어쩌면 한 인간으로서의 그 사람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득하고 있기때문이 아닌지요.
그런데 캐나다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이름은 여기 살고있는 한인들과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의 탈북민들뿐 아니라, 남한 그리고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북한을 떠난 대부분의 탈북민들에게도 마찬가지 인데요.
사람들이 흔히 이름을 바꿀때에는 원래 이름자나 발음이좋지 않다거나 ,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혹은 이곳 캐나다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성을 따라야 할 때 등 이지만, 탈북민들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사정이 더 있습니다.
북한정부에 자신의 이름이 알려질까 두려워서 입니다. 그래서 남아있는 자신의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피해를 당할까 두려워서 입니다.
캐나다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민 난민이 들어오지만 탈북민들처럼 북한을 떠나서도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이름을 두번세번 고치는 난민자, 이민자들은 없습니다.
최근 캐나다에서 가장 대표적인 난민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도 본국을 떠난다고 해서 본인과 가족들, 그리고 시리아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난민인정에 기각 되고 다시 인도주의 이민신청 준비를 하고 있는 탈북민 이성진씨는 처음에 난민신청을 한 이름이 아닌 한국여권이름으로 다시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여권이름도 이 탈북민의 진짜 이름이 아닙니다. 한국에 와서 개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 법원에 왜 이름을 바꿔야 했는지 많은 설명을 해야하며 이것을 캐나다 정부가 얼마나 믿어줄지 미지수라고 합니다.
이 문제는 이곳에서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일반 관공서에서 일처리를 할때는 반드시 이름, 생년월일을 물어보는 데요. 이름을 바꾸고 나이를 바꾼 탈북민들은 물어볼때마다 생각을 해서 대답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때문인데요, 또한 이는 쉽게 난민 거절이나, 이민거절로 이어질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북한을 떠난 순간부터 끊임없이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두만강이나 압록강을 넘어 중국에 도착하면, 이미 경험있는 사람들의 조언이나, 혹은 본능적으로 위험한 순간에 자신의 본 이름을 숨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요. 어떤 상황을 만나게 되는 가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그런 탈북민들이 대개 안전한 한국에 도착하게 되면 이때는 정식으로 증명서에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요. 새 출발을 위해서, 혹은 새이름으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북한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에서 보위기관에 근무하다 현재 이곳 캐나다에 망명신청을 하고 있는 탈북민 강혁씨는 말버릇처럼 자신의 이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누가 어떤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안전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많은 탈북민들에게 이름이란 그 사람의 진정한 이름이 아니라 단지 보호수단일뿐이 아닐지요.
남들이 불러주는 이름은 있지만 진짜 이름은 없는, 많은 탈북민들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또하나의 아픔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장소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