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월요일은 캐나다 노동자들의 날로 공휴일이었습니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자는 취지로 기념하는 이날은 북한이나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하고 있는 5월1일 노동절과 똑같은 의미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그리고 호주같은 나라에서 9월 첫째 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하고 있는데요. 그 유래를 보면 1872년 캐나다에서 있었던 중대한 노동쟁의에 의해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은 9월에 공휴일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가을을 시작하는 대목을 충분히 즐기자 뭐 이런 의미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한 켠에서는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념하는 5월 1일 노동절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투쟁의 의미가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 이곳 캐나다에서는 전자의 의미가 더 커 보입니다. 그러니까 공기업이나 사기업이나 할 것 없이 이날은 공휴일이므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사흘을 쭉 이어서 쉬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필수 업종이 아니고는 거의 모든 가게, 상점들이 문을 닫습니다.
일반적으로 노동절에 가장 볼만한 구경거리는 거리 행진입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색상인 푸른색 깃발을 들고 푸른색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노동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과시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로 이 노동자 행진이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에어쇼, 즉 곡예비행 축제와 저녁 야외 축포는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토론토 시민이 비행기 소음은 아이들과 동물들을 짜증나게 한다면서 다음 번에는 비행기 축제를 영원히 금지하는 시장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의견을 속속 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올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시민들이 기념일을 재미있게 보내게 하기 위해 축제를 마련해주는 정부와 그것을 귀찮게 여기는 시민들간의 긴장감이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그러면 이곳 캐나다에서 이렇게 즐기는 노동절 말고 실제 노동자들의 생활은 어떨까요? 그들의 보수, 그리고 사회적 지위는 또 어떨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노동자들이 거리를 행진하면서 자신들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걸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입니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보수를 받습니다. 그에 대한 대표적인 실례가 바로 이민 1세들의 직업입니다.
이민1세라 말하면 주로 그들이 떠나온 본국에서는 이런저런 사회적 지위도 있고 교육도 받았을지 몰라도 이곳 캐나다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요. 이들이 주로 처음에 이민 와서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설거지, 접대원, 건설노동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습니다.
실례로 탈북민 윤철호 씨는 캐나다에 와서부터 건설일을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같은 업종에서 성실함을 쌓은 그는 3년만에 한 달에 6천달러 이상을 벌 수가 있었습니다. 어떤 때 좋은 일감을 맡으면 일주일에 3천 달러를 벌기도 합니다.
또 다른 탈북여성 김선희 씨는 최근에 한국식당에서 일하다가 캐나다 사람이 사장으로 일하는 식당으로 옮겼는데요. 캐나다 식당에서 일하면서 영어로는 사장도 그냥 이름으로 부를 수 있어서 자신이 사장과 동급으로 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식당에서는 사장은 꼭꼭 "사장님"으로 존대해야 하지만 영어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노동절을 맞으며 이곳 캐나다의 일반 노동자들이 어떻게 사는지 전해드릴 이야기는 너무도 많은데 시간상 관계로 이만하겠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로 여러분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진행 장소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